한달전쯤에 있었던 일이다...

나는 색약이다.

빛의 삼색인 RGB중 두가지 색인 적색과 녹색을 잘 구분못하는 적녹색약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세상을 바라보는 색이 조금 다르다.
색약, 색맹을 직접 겪지 못한 사람들은 잘 모르는 고충이 많다.

나는 심지어 어릴적 전구로 백라이트를 사용하던 신호등을 사용할때엔 밝은 대낮엔 신호를 못 구분하였다. 밤엔 명도차이가 나서 좀 구분가지만... 지금의 led신호등은 나에겐 혁명과도 같았다. 낮에도 명도차가 확나는 신호등!!!(나보다 더 심한 사람들은 아예 구분 불가능)

게다가 내 전공은 건축. 디자인과 관련있는 분야다. 색이라는 것에 다른 분야에 비해 더 민감한 곳. 참어려움도 많았지. 내 주변 친구들은 알거다. 색을 구분못해서 주변사람들에게 "이 색이 무슨 색이야?"라고 물어보는것은 하루에도 수십번씩 계속되었고, 색을 구분하기 위해서 스캔이나 사진을 찍어서 포토샵으로 rgb 수치를 확인했다. 뭐 자주 어두운 사진을 찍거나 해서 ㅈㅁ 한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내가 컬러링을 하면 다른 사람들은 매번그러더라 "색이 이게 뭐냐?"

어찌되었거나, 난 오년을 견뎠고. 몇일후면 건축학과를 졸업한다.
나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다. 나는 보란듯이 졸업작품때엔 내가 자신있어하는 흑백이 아닌 컬러링을 해서 작품을 출품했다. 나는 내 스스로에 대한 컴플렉스를 벋어난듯해서 기분이 더욱 좋았다.

그런데 한달전... 내가 색약이라니 무슨 벌레보듯이 보는 사람을 보았다. 기분이 나빠진게 아니라, 그 짧은 시간에 타인의 태도로 내가 이토록 분노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한마디.

"그거 병 아니예요?"

이 사람은 고등학교때 유전형질에 대해서 배우지도 않았나? 것보다... 나를 병자취급해? 진짜 그동안의 불편함을 능가한 내 인생 최대의 분노가 나를 감싼다. 생각해보니 말을 안해서 그렇지, 그런 태도를 가진사람은 여럿있었다. 왜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다름을 이해 못하는 것일까. 내게 키작은 사람이

"모든 사물이 낮게 보여요"

라고 말하자 내가

"무슨 병에 걸리셨어요?"

라고 묻는 것과 같단 말이다. 다름을 인정하지않고 자신의 기준이 세상의 기준인냥 판단하는 사람들... 정말 싫다.

그건 아나? 세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페이스북의 창업자 주커버그도 나와 같은 색약이라는 사실을? 그는 나와 같이 적녹색약이기에 자신이 가장 잘 볼 수 있는 파란색으로 페이스북의 메인색을 장식했고, 지금은 파란색하면 페이스북이 떠오른다. 당신들과 디른 그 사람은 당신같은 평범함이 아닌 데도 불구하고 세상을 움직이는 큰 곳에 있다.

하하... 이런 넋두리를 해봐야 소용 없겠지. 힘없는 사람의 하소연일 뿐인걸. 세상은 작은 존재에겐 목소리를 낼 자격조차 주지 않으니깐. 에잇 내가 크고 봐야겠다. 내가 누구도 무시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서 말해야겠다.

"나는 당신들과 싸워 이겼다. 나는 당신들의 세상과 싸워서 이겼다."

...........................................................................................................

여기까지가 한달전까지의.... 아니 오늘 그 일이 있기전까지의 해프닝/생각이었다.

오늘 정말 감기몸살이 진짜 심하게 온데다가 많이는 아니지만, 어젯밤 음주까지 하는바람에 죽을 것 같은 몸을 택시에 태워서

병원을 다녀왔다. 좀 멀리 다녀왔다(울집 옆이 종합병원이지만, 너무 많은 검진을 시킴....비쌈...)

덕분에 가뜩이나 가벼운 호주머니에서 있는돈 없는돈 다 털어서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가서 잠시 한시간정도 링거맞고

다시 택시를 탔다.

그 일은 거기서 벌어졌다.

링거맞기전까진 너무 아파서 머리마저 돌아버릴지경이었지만, 나올때는 꽤나 멀쩡해져있는상태였다.

약을 상당히 센걸로 처방해주셨나보다 의사냥반님.... 제 심정을 어찌 저리 잘알고 처방했나 싶었다.

그래서 나는 택시에 타자마자 가방속에 있었던 책을 꺼내어 읽었다.

요즘 웹앱에 관심이 있던지라 들고있던 책은 망할 웹디자인 관련 책.

근데 이게.... 또 색상을 구분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하고 말았다....

빌딩들때문에 그림자가 생긴 곳을 차가 통과하고 있었는데, 신호등에 걸렸다.

나같이 색약인 사람들이 원래 구분할 수 있는 색상인데도 그늘에 들어가서 조도가 낮아지거나하면

색을 구분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나는 좀 성격이 급한지라 그냥 습관처럼 옆의 택시기사에서 물어보았다.

나 : "저 기사님? 이거 녹색인가요 빨간색인가요?"

기사 : "아 이거 갈색인데요?"

나 : "아.. 예 감사합니다."

책에는 적색버튼이라고 했으니깐 갈색버튼을 말하는것 같아서 만족스럽게 책 다음장을 넘겼다.

그런데 택시기사님이 묻더라.

기사 : "색맹이세요?"

나 : "아니요. 제가 색약이어서요."

기사 : "어이구 저런... 그거 빨리 고쳐야할 텐데..."

나 :"?!?!?!?!????네? 무슨..."

기사 : "그거 시력이 안좋은거 아니예요~ 안보이면 고쳐야지~"

나 : "저... 이건 못고치는건데요..."

기사 : "어? 그거 불치병이었어요?"

나 : "저... 이건 병도 아닌데요..."

기사 : "아.....그럼 장애예요?...... 어이구 저런...."

아 진짜 왠만하면 표정관리 잘되는편인데 오늘도 표정관리 잘 안되더라....

한달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오늘은 아예 장애인 취급받았어...

참.... 이걸 어떻게 해야해? 나름 논리적으로 말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도저히 벙쪄서(약기운도 한 몫했음) 말할 수 가 없더라...

그래... 내가 장애인인가? 라는 생각도 들고...

장애일 수 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

장애인데 국가는 왜 지원안하지? 라는 생각도 들고...

나는 ㅅㅂ 군대도 갔다왔는데 그럼 국가는 장애인들 군대에 왜 보냈대? 라는 생각도 들고...

어케해야함?

이럴때 뭔말해야함?

되게 이상한게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 앞에서 말해줘봐야 내가 더 멘붕올것 같아.

한두번 설명하는 것도 힘들었고...

심지어 나 어릴적 나를 고쳐보겠다고 말씀하시던 아버지에게 커서 이게 유전자때문이라는거 이해시키는데도 몇년이 걸렸어...

그런사람들한테 뭔말을 해야해?

아 진짜 아픈데 머리도 아프고 그런데 술이 마시고 싶다 오늘은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