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비오는날. 급히 다른 마을로 가기 위해 가장 빠른 길인 숲속 길을 택하였다.
이 숲은 유령이 사는 숲이라 비가 오는 날이면 다들 꺼리는 장소이지만, 사안이 사안인만큼 바쁘게 뛰어야만 했다.
잠깐 내리고 그칠 비일줄 알았던지라 로브로 온몸을 감싸고 뛰고있었다.
그러나 비는 그칠줄 모르는 채 점점 더 거세게 내렸다.
어디서 비라도 피해야 되겠다 생각하던 차에 사람 두세명은 있을 수 있는 움집을 발견하였다.
이게 있었던 움집이던가...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 라 생각하던차에 비가 더 거세게 내리려 하고, 천둥까지 쳐서 별 수 없이 움집으로 들어갔다.
움집 안에는 전에 이 마을에 본적이 없던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다.
약간 어색하긴 하지만 그녀도 조금 젖어있어서 걱정이 되어 불을 피우며 말을 걸려 하였다.
"날도 춥고 비도 오는데, 어디를 그리 급히 가시는지요?"
여인은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어 어색하던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아, 마을에 중요한 일이 있어 옆마을로 가던 차입니다. 아름다운 아가씨께선 어쩐일로 이런 곳에 있으신지요?"
따스하게 불을 피우니 마음도 풀리는지 그녀는 웃으면서 말을 하였다.
"이런걸 하나 찾고 있었어요."
하며 주머니 속에서 약간은 작아보이는 해골모양인지, 해골로 만들어져있는지 알 길이 없는 티아라를 하나 꺼내었다.
나도 본적이 있는 것으로, 밀레시안들이 자주 들고 다니는 티아라였다.
혹자는 그게 진짜 해골이라고 하고, 혹자는 그것은 가짜라고 알려져있는 물건이었다.
그녀는 티아라를 잠시 미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다시 나를 보며 말을 하였다.
"이 티아라를 끼면은 착용자의 집중도를 올려준다고 알려져 있다합니다.
어쩌다, 이런 요상한 물건이 나왔는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지않잖아요?
한가지 확실한건 이 물건에는 슬픈 사연이 있다고 전해져 내려온다고 합니다.
시간이 잠시 남으신다면.. 듣고 가지 않으실래요?"
나는 시간도 남고, 지금은 비가 더 거세져 움직일 수 없기에 그렇게 하겠다 대답하였고, 그녀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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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티아라는 난폭했던 한 남자와 그를 사랑한 한 여자의 이야기예요.
요새 손님들을 불러모아 파티를 한다는 마히스터가... 네... 그 집안의 일이예요.
옛날, 마일스터가에는 여러 아들과 딸이 있었다고 해요. 음... 이 부분은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죄송해요. 그러나 셋 이상의 아들이 있다는 건 하나 기억하네요. 왜냐면 이 이야기는 둘째 아들의 이야기거든요.
둘째 아들은 총명하고, 착하기로 유명했었어요.
그리고 그는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어요.
그녀는 명문 귀족가의 자식도 아니었지만, 그 집 마일스터가의 주인과 마나님께서 무척 아끼시는 여인이었죠.
그리고 서로 아름다운 연애를 하고, 마침내 결혼을 하였죠.
그 결혼은 불행의 시작이었어요.
성대한 결혼식은 불행의 문이었고, 머리에 씌어진 티아라는 족쇄가 되어 그녀를 옭아매었죠.
그 화려했던 피로연은 그녀에게 장례를 치르는 것이었지요.
결혼식이 끝나고, 초야를 맞이하게 되었을때 본 그는 사람이 아닌 악마가 되었지요.
풋풋한 초야가 아닌 피로 얼룩진 초야가 되어 그녀는 학대 당했어요.
채찍으로 맞고, 족쇄로 옭아매어 그녀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학대를 하였습니다.
그녀 역시 사랑을 이유로 그 모든 것을 감내하였지요.
하지만 날이 갈수록 학대는 심해지고, 그녀의 하얗고 윤기나던 피부는 유령의 그것처럼 창백해져갔지요.
그 미모는 그리 학대를 당하여도 날이 갈수록 아름다워졌다고 그는 늘 말했지요.
가면 갈수록 아름다워져... 너는 이렇게 당해야지만 아름다워져 하면서 말이지요.
결혼 전만해도 그리 풋풋하고 그녀를 보석처럼 대했던 사람이, 어쩌면 그리 한순간에 바뀔 수 있는지 의문이었지요.
하지만 그녀는 그가 다시 바뀌어서 나를 아름답게 사랑해줄거라 믿으며 늘 기도를 하였지요.
그렇게 학대당하며 점차 그녀의 모습은 유령처럼 바뀌어 갔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아무도 자신의 변화에 대해 말하지 않고 웃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어요.
고심하던 끝에 그녀는 드디어 도망칠 결심을 했어요.
비가 아주 세차게 내리던... 그래요. 오늘같은 날이었어요.
그녀는 그가 잠들면 도망치리라 계획하였어요.
그는 오늘 특별한 선물이 있다며 해골로 만들어진.... 네 아까봤던 그 모양의 티아라를 가지고 왔어요.
오늘은 그녀를 악마의 신부로 보내는 특별한 날이라며, 너는 유령신부라며 그렇게 말했어요.
그리고 언제나처럼 그녀를 묶고, 해골로 만들어진 티아라를 씌웠지요.
티아라가 씌워진 머리에서는 한기가 내려오듯 그녀를 잠식해갔어요.
점차 몸도 차가워져 서서히 창백해져가는 가운데, 그는 웃으며 그녀를 바라봤어요.
드디어 너는 악마에게 어울리는 유령신부가 되었다며, 유령에게는 심장이 필요없다며 이상하게 생긴 칼로 그녀의 심장을 찔렀습니다.
피가 사방을 향해 튀었고, 그녀의 심장은 차갑게 멈추어가며 사방을 향해 튀던 피는 해골로 만들어진 티아라에게 모두 끌려가듯 사라졌습니다.
피를 머금은 티아라는 점차 해골의 그 성질에서 투명해져가며 유리빛으로 바뀌어갔습니다.
그녀는 그 상황에서야 복수의 마음을 품고 그 티아라와 마일스터가에 저주를 걸며 죽어갔지요.
어쩌면... 그녀는 정말 사랑을 한 것이 아니고 어리석었는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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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야기를 마치며 빙긋 웃었다.
"그래서 이 티아라의 진품은 그 저주때문에 아무도 그 물건에 가까이 가지 못한다고 알고 있어요. 지금의 밀레시안들이 가지고 있는 것은 단지 모조품일 뿐이지요. 아니, 어쩌면 그 저주받은 저택의 그 것이 계속적으로 유혹하는 물건일지도 몰라요."
라는 말을 듣자마자 너무 졸움이 몰려와 나도 모르게 쓰러지듯 잠들었다.
그리고 새소리에 흠칫놀라 눈을 떴을땐 이미 날이 개어있었고, 그녀는 사라져있었다.
바삐 원래 가려던 마을로 도착해서 서신을 전달하고 시청에서 나서는길, 저주받은 저택이라고 불렀던 마일스터가가 보여 무언가에 홀리듯 그곳으로 갔다.
그 곳에는...
그녀가 그 아름다운 미소를 지은채로 있었다.
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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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서 트릭스터 부캐돌리면서 쓴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