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에선 편의상 안현수 선수로 지칭하겠습니다)
베오베의 벌레들이 안현수 사건을 이재명 시장으로 물타기 하네요란 제목의 글입니다.
전 이 글이 명백히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현수 선수가 가장 큰 피해를 입은게 본인 의사와 전혀 무관한 파벌 다툼이었는데
이 글은 솔직히 파벌다툼의 또다른 형태인 진영논리를 그대로 들고 나온 걸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스포츠 종목이든 정치든 내편이니 무조건 감싸야 한다는 태도는 안현수 선수와 같이 불행한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합당한 비판이라면 받아들이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발전'을 위한 자세겠죠.
그게 스포츠든 정치든.
벌레들이 이재명 시장을 깎아내리려는 시도를 주도적으로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반대로 이재명 시장이 완전무결한 존재란 뜻은 아닙니다.
이재명 시장을 비난하고 있는건 벌레들뿐만이 아니라 정치에 별 관심은 없어도 이런 국가 규모의 스포츠 행사에 관심이 있을뿐인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들을 모두 벌레로 몰아붙이고 이재명 시장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는건 결국 또다른 파벌질이 될 뿐입니다.
우선 안현수 선수의 귀화과정이 대체로 밝혀진 글을 링크합니다.
지금 위의 베오베 글에서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부분은
'안현수 선수의 러시아행은 성남시청 팀의 해체와 무관하게 이미 결정된 사항이었다'란 내용인데요
특히 안현수 선수의 아버지 인터뷰 내용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
◇ 김현정> 일각에서는 안현수 선수가 소속돼 있던 성남시청팀이 그 무렵에 재정위기 때문에 해체가 됐어요. 그러면서 안현수 선수가 소속팀을 찾지 못했고, 결국 귀화를 택한 거 아니냐 즉 성남시가 안현수를 쫓아낸 거다, 이러면서 성남시가 비난을 받고 있는데 그것도 사실인가요?
◆ 안기원> 그건 아니에요. 성남시청 해체되기 전에 현수는 러시아 가는 것이 확정이 돼 있었고, 성남시청이 해체가 안 됐어도 현수는 러시아 가기로 벌써 결정이 다 돼 있었던 상태이기 때문에 성남시청 해체가 현수의 러시아 가게 된 동기는 아니에요. 그건 잘못 알고 계신 거고요.
전 이 부분을 이렇게 받아들였습니다.
"성남시청이 해체되기 이전부터 이미 러시아에서 2009년경부터 꾸준히 권유를 해오고 있었고 파벌 다툼에 너무나 지쳐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올림픽에 나가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는데 파벌 다툼으로 인해 대한민국에서 마음 놓고 운동해서 올림픽에 다시 나가는 것은 힘들거라 생각했고 훈련을 위해 러시아행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던 차에 소속팀인 성남시청마저 해체되어 훈련할 장소마저 사라져버렸다. 이 때문에 러시아로 가게 된 것이지 성남시청 해체가 문제의 근원은 아니다"
왜 남의 인터뷰를 함부로 해석하냐구요?
라디오에서 나온 내용은 안현수 선수의 '아버지' 인터뷰였고 안현수 선수는 좀 다르게 이야기했거든요.
안현수 선수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이중국적이 허용되는 줄 알고 러시아 귀화를 결정했다. 대표로 뛸 결정을 했을 당시 한국 국적이 소멸되는 줄은 몰랐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안현수는 “몰랐던 것은 내 잘못이고 내 선택이었기에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훈련했다”고 밝혔다. 안현수는 귀화 이유에 대해 “성남시청팀이 해체되며 훈련할 공간을 잃어버렸다. 훈련할 수 있는 공간과 환경이 아쉬웠다”고 밝혔다.
본인이 이런 내용을 얘기했거든요.
행간의 의미를 좀 더 밝혀보자면 안현수 선수는 토리노 올림픽 하기도 전인 2005년에도 캐나다에서 오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 정도로 우리나라의 파벌 다툼은 오래됐고 심각했으며 다른 나라에서도 대충은 알고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리고 지금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과정이 러시아가 안현수 선수에게 지원을 약속하고 데려간 것이
밴쿠버 올림픽 이후 소치 올림픽을 위해 자국에서 외면받은 안현수 선수를 적극적으로 꼬셨다(...)
대충 이렇게 알고 있는거 같던데 실제로 안현수 선수가 러시아에서 제의를 받은건 2009년경부터라고 합니다.
한참 부상에 신음해서 제 컨디션 끌어올리지도 못하고 있을 때고, 밴쿠버 올림픽이 열리기도 전이었죠.
어쨌든 안현수 선수는 부상으로 인해 대표 선발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고 밴쿠버 올림픽에는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진행 상황이 심각하게 꼬이기 시작합니다.
안현수 선수는 인터뷰 때마다 밝히는 말이 "이중국적이 허용되는줄 알고 있었다. 대한민국 국적이 소멸될 줄은 몰랐다" 입니다.
이에 대해 해석을 좀 곁들여보자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당연히 이중국적이 허용이 안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알고 있지만,
아닙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제한적으로' 이중국적이 허용됩니다.
단, 외국인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할 경우에 한해서요.
국적법이 개정되면서 외국인은 대한민국 내에선 자신의 원래 국적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한다면 자신의 원래 국적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도 취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게 바로 제한적 이중국적 허용이고, 이를 개정할 때 언론에서 우리나라도 드디어 이중국적이 된다는 식으로 떠들었었죠.
안현수 선수 가족이 착각한 것은 이 부분인 것 같습니다.
반대로 대한민국 국민이 외국 국적을 취득할 경우는 서약이고 뭐고 없이 '당연히' 대한민국 국적이 소멸합니다.
즉 안현수 선수와 가족은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더라도 대한민국 국적은 유지할 수 있으며 러시아행은 단지 맘놓고 올림픽을 준비하고 출전할 기회를 얻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네요.
안현수 선수 아버지의 인터뷰에서 나온 '러시아행은 성남시청 해체 전에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고 한 부분에서의 러시아행은 '러시아 귀화'를 의미하는게 아니라 '훈련 장소를 제공받아 운동하러 가는 러시아행'을 의미했던 거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현수 선수 본인은 러시아로 가겠단 생각을 해체 전부터 이미 확실하게 굳혔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성남시청 팀의 해체는 2010년 12월 말에 이뤄졌고, 그 이후 2011년 4월에 있었던 대표 선발전에 무소속으로 참여합니다.
훈련 장소도 없이 혼자서 훈련해가며.
이때의 정황을 담은 기사 내용을 살펴보면 대표 선발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다른 팀에서 안현수 선수 자신을 데려가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훈련하고 선발전에 참여한 것 같네요.
이때도 러시아행을 마음 굳혔다고 나오는데, 여기서 의미하는 러시아행은 위에서 밝혔듯이 '대한민국을 포기하고 러시아에 귀화'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편히 운동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받고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러시아로 가는 것'을 의미하겠죠.
여기서 제가 얘기하고 싶은 부분은, 이 기사내용대로라면 이재명 시장도 '아무 잘못이 없다'고 감쌀 수만은 없다는 겁니다.
이재명 시장이 성남시청 쇼트트랙 팀 해체의 근본 원인은 아닙니다.
진짜 원인은 성남시의 재정을 거하게 말아먹고 떠난 한나라당 출신 전임 시장 이대엽이죠.(지금은 시장 시절의 비리로 감옥에 있습니다ㅅㅂ)
허나 이재명 시장이 쇼트트랙 팀을 해체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후 후속 조치 마련이라든지 대처 방안에선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시장이 오더라도 시의 재정이 파탄난 상황이라면 일단 문화 예술 체육 등등의 지원이 먼저 끊어지는건 어쩔 수 없습니다.
팀을 해체했다는거 자체는 시장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지만 아무 후속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니들 살 길은 니들이 찾아라 이런 마인드였던 부분은 어느 정도 확인된거 같고 이 부분은 마땅히 비난받아야죠
안현수 선수도 미니홈피 등을 통해 분명히 밝혔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일방적인 통보 수준으로 한순간에 끝장나버렸다고요.
그리고 지금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스포츠 선수 한명 지원할 돈이면 결식 아동을 더 도울 수 있다는 얘기로 코치 등등을 무시했다는 부분인데 만약 이 부분이 사실이라면 이것도 충분히 비난받아야 할 사유구요.
설령 시장이 그렇게 판단했고 우선순위를 그쪽에 더 높게 두었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존중은 보였어야죠.
가령 임시로 다른 지자체의 팀을 수소문해서 선수생활을 지속할 길을 일단 찾아준 후 시의 재정이 개선되면 다시 팀을 만들어주겠다는 식으로만 했어도 그 누구도 이재명 시장을 비난하진 못했을 겁니다.
이재명 시장이 독단적으로 성남시의 쇼트트랙을 끝장내버렸고 국가대표 선수를 해외로 나가게 만들었다는둥의 물타기 비난은 당연히 사실관계를 밝히고 팀 해체의 근본원인은 전임 시장이 싸질러놓은 똥 때문이란걸 알려줘야겠지만
그와는 별개로 해체 과정에서의 잡음에 대해서까지 무작정 감싸는 태도는 피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위의 안현수 선수 아버지가 한 인터뷰 내용 말인데요, 과거엔 조금 다른 뉘앙스로 얘기를 했었습니다.
여기선 "성남시청 해체는 러시아행의 이유 중 일부에 불과하다"고 함으로써 파벌 다툼이 주된 이유지만 성남시청 해체도 러시아행 결정에 영향을 미친 요인인 것은 맞다고 밝혔던 거죠.
(2011년 4월 기사입니다. 심지어 이 기사에선 러시아로 갔다가 1년이 지나면 한국 국가 대표 선발전에 나올 수 있다는 식으로 적어뒀습니다. 즉 러시아로 가는 것이 귀화는 아니거나, 혹은 귀화를 하더라도 한국 국적은 소멸이 안되고 한국 국가 대표로서 나올 수 있다고 알고 있었다는 거죠.)
기사들을 종합해볼때 귀화해서 대한민국 국적이 소멸하기 전의 안현수 선수는 진짜로 "편히 운동할 수 있는 장소와 안정된 환경"을 원했을 뿐입니다.
심지어 러시아에 가는 것도 '한국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여할 기량을 만들기 위해서였던 거구요.
이 당시 안현수 선수는 러시아에 1년 정도 머무른다고 계획을 밝혔는데 가서 귀화 절차를 밟아버리니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될 기회를 상실해서
어쩔 수 없이 러시아 선수로 완전히 자리잡아 이번 2014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화려한 부활의 날개를 폅니다.
써놓고 보니 진짜 너무 안쓰러워서 미치겠네요.
이런데도 우리는 결과론만 놓고 안현수의 러시아행이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지금은 일이 잘 풀렸으니 성남시청 해체와 안현수 선수의 러시아행은 무관하다고 하며 이재명 시장을 무조건적으로 감싸야 합니까?
벌레들의 표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안현수 선수의 러시아행은 이처럼 복잡한 이유가 얽혀 있는 문제였습니다.
이를 두고 어느 한쪽만 책임이 있고 다른 쪽은 아무 잘못없이 깨끗하다고만 얘기하는 것은 도덕적 결벽증이며
파벌질의 또다른 형태인 진영논리를 불러올 뿐입니다.
결코 이재명 시장이 큰 잘못을 했다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선수들의 상태나 마음엔 별로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 같고, 하다 못해 1년만이라도 유예 기간을 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였다면
안현수 선수는 또다른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가능성이 안타까운 겁니다.
위의 베오베 글에서도 이재명 시장의 선택이 안타깝다는 댓글에 대해 물타기니 뭐니 무작정 비난을 가하는 분들이 있어서 아쉽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내용들이 간략하게 정리된 기사 하나 던지고 가겠습니다.
(이 글이 링크 내용 대부분이 동아일보이긴 한데 이 당시 동아일보가 안현수 선수 취재에 가장 적극적이었는지 어땠는지 인터뷰 내용이라든지 각종 정황이 나름대로 잘 적혀 있네요. 걸러들으시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저도 기본적으로 조중동은 불신합니다. 최대한 크로스체크를 통해 사실로 밝혀진 부분들만 이야기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요약
1. 안현수 선수는 '진짜로' 러시아에 가더라도 한국 국가대표로 나올 수 있다고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음
2. 하지만 팀만 마련된다면 러시아행을 취소하고 국내에 남을 가능성은 있었음(파벌 싸움도 함께 정리되어야 했겠지만...)
3. 성남시청 팀의 해체가 전적으로 안현수 선수를 쫓아낸 것도 아니고 애초에 성남시청 팀의 해체 자체는 전임 시장의 거대한 똥임.
4. 그러나 안현수 선수의 러시아행에 일정부분 기여를 한 것은 맞기에 이재명 시장도 기초적인 수준의 후속 대책(다른 지자체의 팀으로 보내주기 위한 노력이라든지 유예기간 부여 등)마저 제공하지 않은 것은 어느 정도 비난 받을 수 있음
5. 벌레 싫다고 진영논리 끌고와서 이 사람은 우리 사람이니 아무 잘못 없다는 식의 태도는 대한민국 사회 전체의 파벌싸움이 될뿐.
안현수 선수 귀화 과정 시간 순 정리
2010년 12월 말 성남시청 팀 해체
-> 이후 약 4개월간 무소속으로 혼자 훈련 후 2011년 4월에 국가대표 선발전 참여
-> 부상 여파와 훈련의 열악함으로 좋은 성적 거두지 못하고 파벌 싸움이 극에 달한 국내에서 자리를 구하지 못해 결국 러시아행(이땐 한국으로 돌아올 거라는 생각으로 갔던 듯)
-> 허나 국적법상 안현수 선수가 러시아 국적을 취득함과 동시에 당연히 대한민국 국적은 소멸, 안현수 선수는 2011년 8월부터 빅토르 안이 되어 열심히 운동했고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대활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