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보통 한 해의 모든 일정이 3월 초에 시작하죠. 

 그래서 다들 정신없어요. 바빠서든, 할 일을 찾지 못해서든 누구나 정신없는건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음...

 공무원공부를 한 지 2년이 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3월초가 저에게는 그렇게 크게 와닿지 않네요. 

 그저 일상의 연장선이에요. 3월의 그 분위기를 버스타면서 보는 사람들로부터 느낄 뿐이죠.

 다만 공부생활이 2년을 넘어가니, 젊음의 혈기로도 채울 수 없는 체력의 부족을 느끼네요. 단순히 정신력의 문제가 아니라, 몸이 익숙해짐을 너머 뭔가 무거워지는 느낌이에요. 춘곤증때문인지 부쩍 피곤해진데다가 요즘엔 이상하게 집중이 안되어요. 결국엔 영문법 조금 깔짝대고 그냥 독서실을 나왔어요.

 나오는 길의 공기가 살짝 시리네요. 

 츄리닝바지를 뚫고 들어오는 바람이, 내복을 입지 않아서인지 참 차갑게 느껴지네요. 집 가는 버스가 빨리 와줘서 다행입니다. 중간에 다른 길로 빠져서 집에 약간 늦게 가긴 하지만 그게 어디인가요? 추위부터 피하는게 최고입니다. 25살에 노인이 다 되었네요 ㅋㅋㅋㅋㅋㅋ

 입맛이 없어요. 기운이 없으면 배고파야 하는데, 아니 배가 고프긴 하지만 뭔갈 먹기가 싫어요. 물이나 한 잔 따뜻하게 데워서 천천히 마셨습니다. 굳은 몸이 풀리는데 기분이 참 좋아요. 그리고 오유를 두들깁니다.

 맥주가 마시고 싶어요.

 김이 모락모락 나오는 바비큐치킨을, 데인 손가락을 쪽쪽 빨아가며 뜯어먹고 맥주 한 잔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싶어요. 친구녀석들하고 왁자지껄 떠들고 싶어요. 어떤 녀석은 여자이야기를, 어떤 녀석은 알바이야기를, 조금 의견이 모이면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에 입을 맞춰서 마구 떠드는 거에요. 평소의 호탕한 제 웃음소리를 시작으로 모두들 뒤집어지는 거에요.

 우울하진 않지만 기분이 이상하네요.

 이상한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