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피자를 먹고 싶었는데 어무이한테 "너 고기 해준 지 얼마나 되었다고 피자타령이야? 밥이나 먹어." 라고 까여서, 반찬이나 좀 뒤적거리다가 오뎅국을 발견! 바로 조금 뎁혀서 먼저 사온 과실주랑 세팅을 했는데 옆에 김이 있네? 김도 좋은 안줏거리지 ㅎㅎ
해서 대강 저렇게 세팅했는데 술병 녀석이 화면에 잡히지 않았구나...
스파클링 뭐시기라고 써있지만, 일단 과실주니까 손 안에 들어오는 아담한 술잔이 좋겠지?
여튼 챱챱치리오 ㄱㄱ
뽕! 따고,
꼴꼴꼴 잘 따라준 다음,
어묵 한 점 집어서 에피타이저를 대신 하고!
커흐흐ㅎㅎㅎ
오래된 술잔에 마시니 흥취가 절로 이는구나~
울 할무이 살아계실적, 나 어릴적부터 있던 술잔이래요. 어무이 왈.
어묵만 먹으면 입이 살짝 심심하니 중간에 짭짤한 김 한 점 잡숴주시고,
가 아니라 어묵만 열심히 처묵처묵하다가 김통을 열어둔걸 뒤늦게 알아채서 녀석이 서운해할까봐 한 점 날름 잡숴주시고~
꼴꼴꼴...
크하☆
꼴꼴꼴꼴...
크하하★
꼴꼴꼴꼴꼴...
좋구만?
으하하하하하하하
뭔가를 찍으려고 했던거같은데 살짝 취기가 돌아서 사진이 흐려졌잖아...
뭐였더라?
아무래도 괜찮으니까 한 잔 더 마시자~ 힣
?????
언제 다 마신 거야;;; 중간에 어무이가 두어잔 얻어가신건 별개로 하고도 너무 빨리 사라진 감이 있네...
남은 한 방울까지 탈탈 털어서,
최후의 만찬 한 점 또 잡숴주시고,
요렇게 마무리!
기분이 싱숭생숭해질 때는 아주 가~끔 혼자 대작을 한답니다. 모임이 있어서 밖에서 마시는 것이 아니면, 전 항상 집 안에서 마시고 마무리를 해요. 밖에서 마시는 것도, 걸음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소주 3잔 이하 혹은 맥주 1병 조금 안 되게 마십니다.
일요일보다는 보통 토요일에 마시는데, 오늘은 그냥 마시기로 했어요. 알딸딸하니 기분좋은게, 책을 읽어주면 옛날 유유자적 그 자체를 즐기던 유생같은 느낌이 들것같아요. 실제로는 금방 뻗어서 자곤 하지만요 ㅋㅋㅋㅋㅋㅋㅋ
다행이 도수가 높은 것은 아니라서 비교적 멀쩡한 정신으로 글을 쓰고 있어요.
감수성이 풍부한 남자라서 가을철에는 흘러넘치는 센치함에 어쩔줄 몰라하는데, 그때는 이렇게 살짝 취기에 젖어들어 사색에 잠기거나 위에 언급한것처럼 책을 읽어주거나 해요. 취기가 어느정도 가시고 나면 꽤 괜찮아지더라구요. 아마 그건 감정의 조각이 남겨준 낭만적인 여운일 거에요.
나름 차오르는 우울함에 대한 슬기로운 대처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아 참, 뭘 마셨는지 언급을 하지 않았네?
과실주의 정체는 바로 이녀석이었습니다. 집 앞 편의점에서 2200원에 팔더라구요. 호기심이 동해서 그냥 사먹어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