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그냥 작년인지 재작년인지 생각도 잘 안 나는 여름날의 이야기가 생각나서 써봅니다.</div> <div> </div> <div>조금 길어요.</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 </div> <div>달, 그 아래 구름 대신 면사포, 나를 향해 펼쳐진 바람의 한 자락.</div> <div> </div> <div> </div> <div>한여름밤의 습기가 적당하게 올라오던 어느 날, 나는 달바라기가 되었다.</div> <div> </div> <div> </div> <div>그래서 나는, 맑은 밤이다 싶으면 생수 한 병을 들고 막연히 둔치를 걷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div> <div> </div> <div> </div> <div>다소 특이한 취미일 수도 있지만, 좋아하는 데에는 이유가 없다. 오늘이 새롭고 내일이 새롭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이양?]</div> <div> </div> <div>어느날, 녀석을 보았다.</div> <div> </div> <div>보통 둔치에서 모여서 냥냥거리는 녀석들은 근처 멀찍이 내가 드러나기만 해도 후다닥 도망가고 마는데, 겁을 내면서도 조심스레 일정거리를 유지하는 한 녀석이 있다. 왠지 그 날은 입이 심심해서 싸구려(가 아닐지도 모르는) 치즈육포를 좀 챙겼는데, 저녀석 뭔가 촉이 왔나보다. 혼자 도망도 안 가고 소심하게 따라온다.</div> <div> </div> <div>"너 뭐냐?"</div> <div> </div> <div>나지막하게 말했...?</div> <div> </div> <div>[야앙]</div> <div> </div> <div>다가온다.</div> <div> </div> <div>동물 보는 눈이 퍽이나 없는 나조차도, 달빛을 받은 녀석의 몸이 보인다. 나를 바라보는 두 눈보다, 녀석의 몸이 먼저 보인다.</div> <div> </div> <div>조심스레 쓰다듬어 보았다.</div> <div> </div> <div>갈비뼈가 이렇게 뚜렷하게 만져지던가?</div> <div> </div> <div>내 눈이 잘못된게 아니라서 다행이다. 녀석은 진짜 너무 안타까워서 끔찍하게 여겨지리만치 말라있다. 몸이 꾀죄죄한건 별개로, 정말로 좀만 강하게 만진다면 픽하고 쓰러질것 같이 말라있다.</div> <div> </div> <div>주머니를 뒤지니, 그쪽으로 녀석의 고개가 돌아간다.</div> <div> </div> <div>"주랴?"</div> <div> </div> <div>알아들었나?</div> <div> </div> <div>열렬히 [이양, 양]거리면서 눈빛이 확 밝아진다. 와... 고냉이들은 사람 말 알아듣는다고 하는데 진짜인가보다.</div> <div> </div> <div>치즈육포라서 씹기도 쉬울 것이니, 조심스레 하나 꺼내어 건네본다.</div> <div> </div> <div>"먹어라"</div> <div> </div> <div>육포가 입에 들어간 순간 우는 것인지 뭔지 모를 소리를 내며 열렬하게 씹어댄다.</div> <div> </div> <div>잠깐 동게에서 사람이 먹는거 주면 고냉이들 몸에 안 좋다고 한 내용들을 떠올려서 멈칫 했지만, 얘는 그런 것 따질 때가 아닌듯 하니 하나 더 꺼내어 준다. 빌어먹을... 육포 포장이 뭐 이리 큰지, 한 조각 빼내면 없어진거 바로 티난다.</div> <div> </div> <div>그 뒤로도 몇 점 더 줬는데, 여전히 열렬하게 씹어삼킨다. 풀벌레의 노래 사이에 녀석이 씹고 삼키는 소리가 선명하다.</div> <div> </div> <div>하나더 씹으려다 말고, 내 물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div> <div> </div> <div>"거 참 ㅋㅋㅋㅋㅋㅋ"</div> <div> </div> <div>그저 웃었다.</div> <div> </div> <div>이미 그 행동만으로 뜻은 전달되었기 때문에, 두어조각 남은 육포 봉지는 주머니에 구겨넣고 그 손에 물을 따라서 내밀어보니 물을 열렬하게 핥는다.</div> <div> </div> <div>(고양이 혓바닥 되게 까끌까끌하더라)</div> <div> </div> <div> </div> <div>[이양]</div> <div> </div> <div>만족할 만큼 마시고나서 나를 바라보다가, 쪼그린 내 무릎 위로 몸을 올리려한다.</div> <div> </div> <div>"안 돼 이 시끼야."</div> <div> </div> <div>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벌떡 일어나니, 몸뚱이를 내 다리에 연신 비비다가 배를 드러내며 누워버린다.</div> <div> </div> <div>잠시 쓰다듬다가 다시 일어나서 가려 하니, 나를 따라오려 한다.</div> <div> </div> <div>"미안해. 못 데려가."</div> <div> </div> <div>왜 말을 그렇게 꺼냈는지는 모른다. 허나, 왠지 녀석이 알아들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몇마디를 더 했지만, 생각은 안 난다. 그저 데려갈 수 없다는 어필만 계속 했다.</div> <div> </div> <div> </div> <div>녀석의 두 별이 빛난다.</div> <div> </div> <div>물을 머금었는지 아롱아롱 흔들린다.</div> <div> </div> <div> </div> <div>안되겠다 싶어 발을 크게 구르며 위협하니, 분위기가 착 가라앉더니 슬며시 보이지 않는 곳으로 물러난다.</div> <div> </div> <div> </div> <div>미안해.</div> <div> </div> <div> </div> <div>달이 내린다.</div> <div> </div> <div>별들도 같이 내린다.</div> <div> </div> <div> </div> <div>더이상 녀석을 보고싶지 않다.</div> <div> </div>
<img src="http://i.imgur.com/RMLXDtT.gif" alt="RMLXDtT.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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