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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62495
    작성자 : UO
    추천 : 2
    조회수 : 536
    IP : 1.254.***.8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3/12/26 03:26:28
    http://todayhumor.com/?lovestory_62495 모바일
    [BGM/약스압]내가 받았던 작은 위로.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A5xYS


    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제 이야기는 학창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 엘레베이터에서 있었던 작은 일화로부터 시작합니다. 저는 당시 같은 동의 어떤 아주머니 한 분과 같이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아주머니 등에는 1살은 넘겼을까 싶은 갓난아기가 업혀 있었구요.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지만 내성적이고 낯을 많이 가렸던 당시 저는 보일듯 말듯한 목례를 아주머니께 하곤 말없이 엘레베이터 한쪽에서 어서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시 저희집은 꽤나 오래된 아파트인데다 꼭대기 층이었기에 저는 천천히 올라가는 엘레베이터 숫자판을 그저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뭐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짧은 순간 저는 앞에 계시던 아주머니 등에 업혀있던 갓난아기와 눈이 마주쳤고 그 아기는 꼬물딱 꼬물딱대며 아주머니 등에서 뒤척이더니 제얼굴을 보곤 느닷없이 꺄르륵하고 웃었습니다. 아주머니는 아기가 갑자기 웃자 덩달아 베시시 웃으시더니 학생은 마음이 착한 학생인것 같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갓난아기가 보고 웃는 사람은 분명 마음이 착한 사람이라고... 맑고 깨끗한 영혼을 가졌다고. 갓난아기는 안다고...그렇게 말씀하시곤 내리시더군요. 그때 기억이 선명한걸 보니 그 경험이 제법 인상이 깊었던 것 같네요. 저는 아까도 말했듯이 내성적인 성격이라 표현 같은걸 잘 못했기에 아이들이 날 표현할 때 그저 착하다는 말밖에 못하는 얌전한 아이였어요. 어쩌면 약간은 기묘했던 그 경험에 당시 감성이 풍부했던 제가 약간의 환상을 대입했는지도 모르겠네요. 하핳..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로부터 약 2년정도 더 지난 뒤의 이야기에요.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누나가 사고를 당했어요. 누나의 한쪽 팔과 다리를 쓰지 못한대요. 누나는 잠자듯이 잠깐 눈을 감고 일어난 사이에 한쪽 팔과 다리를 잃어버린 거에요. 엄마는 소식을 듣곤 실신했어요 뇌출혈이래요. 생명이 왔다갔다하는 대수술이 두번이나 있었어요.병원비가 무지많이 나왔어요. 지금이야 담담이 말하지만 당시 우리가족은 무척이나 절망했어요.
    저는 저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시작했어요. 알아보니 뇌출혈의 요인 중 하나는 스트레스래요. 누나와 싸웠던 갖가지 기억들이 모조리 떠올랐어요.(저희 남매 사이는 여느 남매 사이와 다를것 없이 그리 썩 좋지 않았어요). 약 한달간 수많은 자살충동이 들었고 우울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어요. 학업도 제대로 치루지 못해 성적이 뚝 떨어졌구요. 도저히 누나를 보지 못할거 같았지만  고민 끝에 저는 누나를 보러 병원에 갔어요.
    아.. 제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저는 온몸에 관이 꽃혀있는 누나의 모습을 보자말자 바로 뛰쳐나왔어요. 울음이 나오지 않았어요. 나까지 울면 엄마가 더 힘들어 할테니까라는 변명을 하긴 했지만. 그저 한달이란 기간동안 매일 밤 집에서 펑펑 울었더니 막상 울음이 나올 때 나올 눈물들이 다 말라버렸나봐요. 그저 멍하니 병원을 돌아다니다 절 발견한 삼촌이 집까지 태워줬어요. 

    그리고 바로 그 차 안에서 저는 아주 자그마한 존재에게 위로를 받았습니다. 
    차안에는 태어난지 얼마 안된 조카가 타고있었어요. 숙모 품에 안겨서 꼼지락대던 그 작은 생명체는 갑자기 멍하니 제 얼굴을 바라보다 옹알이를 하며 제 얼굴을 가볍게 치더군요. 삼촌이라곤 하지만 본적은 가까운 명절날 한번밖에 없었기에 난 분명히 그 아이에겐 낯선이였을텐데 말이죠. 근데 그 작은 손짓이... 마치 절 위로 하는것 같아 전 참지못해 그만 끅끅대며 그자리에서 울었습니다. 분명히 아무렇지 않은척 하려 했는데 누나 앞에선 차마 나오지 않던 눈물이 봇물이 터진듯 쏟아져나오기 시작하더군요. 그건 지난 한달간 흘린 눈물과는 분명 조금 달랐습니다. 아기는 마치 괜찮아 너에겐 잘못이 없어라고 말하는것 같았어요. 
    저는 숙모께 잠깐 양해를 구하곤 아기를 살포시 안고 그 작은 품안에서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냈어요. 아기에게 위로받았던 그때 경험은 아마 절때 잊지 못할거에요. 어쩌면 아기가 영혼을 본다는 말이 그리 틀린말이 아닐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 조카가 울고있는 제 영혼을 보고 달래려던것은 아닐까요?
    지금 생각하면 무척이나 따뜻하고... 또 기묘했던 기억이네요... 

    지금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추운 겨울 밤 제 이야기로 인해 조금이라도 따뜻해졌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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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2/26 03:46:10  124.5.***.183  숨쉬스트  19930
    [2] 2013/12/29 23:48:10  59.13.***.242  외삼촌  178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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