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은 안되지만, 어차피 닉네임만 보고서 제가 누군지 알아내서 찾아오실 분은 없을 테니, 괜찮겠죠. <div><br><div>현재 29세 남성입니다.</div> <div><br></div> <div>4년제 대학에서 생물공학을 전공했고, 졸업과 동시에 그대로 대학원을 가서 작년 8월에 석사를 땄죠.</div> <div><br></div> <div>그리고 집에서 8개월 놀았습니다.</div> <div><br></div> <div>일단 대학원 다녀본 입장에서 말씀드리는 건데...</div> <div><br></div> <div>대학원을 고민하는 청년들이여, 대학원 간다고 해서 취업이 더 잘되지는 않습니다.</div> <div><br></div> <div>'내가 정말 지금 이 전공으로 먹고 살지 않으면 안된다.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나는 죽어도 이 길 밖에 없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이런 마음이면 모르겠는데, 그거 아니면 대학원은 가지 마세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까놓고 말해서 제가 8개월 놀면서 석사 학위 필요한 직종부터 대졸자 모집, 초대졸 모집, 심지어는 현장직까지 알아봤거든요?</span></div> <div><br></div> <div>안 써줘요.</div> <div><br></div> <div>"석사를 여기서 어떻게 써요. 장난치지 마세요." 라고 합니다.<br></div> <div><br></div> <div>석사 대우고 자시고 필요없고, 그냥 똑같이 받을 테니까 일만 시켜달라 그래도 안 시켜줍니다.</div> <div><br></div> <div>논문이고 학위증이고 다 찢어버리고 싶었는데, 그렇게 찢어도 학위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서 못 찢었습니다.</div> <div><br></div> <div>아무튼 그렇게 8개월 놀다가 대학 때 동아리에서 알던 선배의 결혼식에 갔는데, 거기서 지금의 오너를 만났습니다.</div> <div><br></div> <div>오너 역시 제 대학 동아리 선배죠.</div> <div><br></div> <div>"너 지금 뭐하냐? 졸업했냐? 취직은 했고? 아직이면 형이랑 같이 일할래?"</div> <div><br></div> <div>그렇게 해서 지금 직장에 들어왔습니다.</div> <div><br></div> <div>여기까지는 인맥을 통해서 취업에 성공한 낙하산의 아름다운 이야기죠.</div> <div><br></div> <div>자, 그럼 저는 이 글을 왜 썼을까요?</div> <div><br></div> <div>'나는 인맥으로 취업했다!' 하고 자랑하기 위해서?</div> <div><br></div> <div>에이, 설마요. 그럴 리 없겠죠.</div> <div><br></div> <div>여러분, 여러분.</div> <div><br></div> <div>제가 한 달에 봉급을 얼마 받을까요?</div> <div><br></div> <div>자그마치 50만!!</div> <div><br></div> <div>엔 아닙니다, 원입니다.</div> <div><br></div> <div>50만원 받아요.</div> <div><br></div> <div>초반에 "아직 시작 단계라 돈은 많이 못 줄 거야." 라고는 했죠.</div> <div><br></div> <div>많이 받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div> <div><br></div> <div>그래도 50은 생각 못했죠.</div> <div><br></div> <div>얼마 받고 싶냐는 질문에 얼마가 좋을 지도 잘 모르겠고, 대놓고 많이 달라고 하기도 애매해서 그냥 적당히 주시면 좋겠다고 했습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네, 제가 멍청했던 것 같습니다.</span></div> <div><br></div> <div>100 정도는 불렀어야 했는데...</div> <div><br></div> <div>일하러 간다 그랬을 때 좋아하던 엄마도, 월급이 50이라는 말에 "150이 아니고?" 라고 하셨죠.</div> <div><br></div> <div>얼마 전 추석에 만났던 친구도 "이 또라이야, 너희 집 앞에 편의점 알바를 해도 그것보다는 많이 받겠다. 왜 타지까지 가서 방세 내면서 그 돈을 받고 일을 하냐..." 라고 했었죠.</div> <div><br></div> <div>네, 뭐... 그렇습니다.</div> <div><br></div> <div>솔직히 일이 어렵지는 않습니다.</div> <div><br></div> <div>안 해본 일이기는 한데, 영 못 해먹겠다 싶지는 않아요.</div> <div><br></div> <div>근데 애매해요.</div> <div><br></div> <div>4월에 시작했으니까 이제 6개월 정도 일했네요.</div> <div><br></div> <div>그런데 저희 엄마는 아직도 어디 가시면 큰아들 아르바이트한다고, 임시로 일한다고 하세요.</div> <div><br></div> <div>그게 듣기 싫어서 엄마한테 그런 소리 좀 하지 마시라고 짜증냈는데, 사실 되게 죄송해요.</div> <div><br></div> <div>저랑 같은 나이의 엄마 친구 아들들은 벌써 결혼을 하니, 애가 돌이니 그러는데, 저는 벌어서 엄마 용돈 드리기는 커녕, 아직도 엄마한테 도움을 받고 있<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으니까요.</span></div> <div><br></div> <div>제 동생도 매달 월급에서 100만원씩 떼어다 엄마 드리거든요?</div> <div><br></div> <div>그런데 저는 그 돈의 절반이 제 한 달의 전부예요.</div> <div><br></div> <div>얘기가 쓸데없는 제 신세한탄으로 흘러갔네요.</div> <div><br></div> <div>원래 하고 싶던 얘기는 그거였죠.</div> <div><br></div> <div>여러분, 스타트업은 굉장히 리스크가 큽니다.</div> <div><br></div> <div>사람들이 안정적인 직장을 찾는 건 단지 겁쟁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예요.</div> <div><br></div> <div>그냥 안정적인 게 최고예요.</div> <div><br></div> <div>그렇습니다.</div></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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