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8월 11일이니까 얼추 4개월쯤 됐겠네요. <div><br></div> <div>그 사람을 처음 만난 게 4월 초니까요.</div> <div><br></div> <div>대학원에서 석사까지 받았는데 취직은 안 되고, 집에서 그냥 빈둥빈둥 놀다가 대학 동아리 선배 결혼식에 갔어요.</div> <div><br></div> <div>사실은 동아리도 1년 선배 한 명+1년 후배 한 명 때문에 몇 년 간 발을 끊은 지 한참이었지만, 내가 다른 사람 결혼식은 안 가도 이 형 결혼식은 가야지 싶어서 갔어요.</div> <div><br></div> <div>그리고 거기서 그 사람을 처음 봤어요.</div> <div><br></div> <div>그 뒤에 다른 선배 한 명이 저한테, 집에서 놀 거면 형이랑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고 했고, 거기서 일하면 그 사람을 더 자주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수락했어요.</div> <div><br></div> <div>그렇게 4개월.</div> <div><br></div> <div>솔직히 봉급이 그렇게 센 건 아니었어요.</div> <div><br></div> <div>아니, 대놓고 말해서 동네 편의점 알바를 해도 그것보다는 많이 받을 거예요.</div> <div><br></div> <div>그간 했던 일도 초기 계약 조건과는 전혀 달랐어요.</div> <div><br></div> <div>하지만 별다른 불만 없이 참을 수 있었던 건 오직 일주일에 한 번, 그 사람을 볼 수 있다는 것.</div> <div><br></div> <div>저도 알아요, 순화해서 멍청이, 그냥 대놓고 말해서 병신같다는 거.</div> <div><br></div> <div>그런데 그것 하나만 믿고 4개월을 버텼어요.</div> <div><br></div> <div>위태위태한 짓이죠.</div> <div><br></div> <div>제가 그 사람과 잘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사귀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혼자서 그저 마냥 바라보고 있는 것 뿐이니까요.</div> <div><br></div> <div>예전에 오유에 그런 글도 한 번 올라왔었어요.</div> <div><br></div> <div>'나는 관심도 없는데, 혼자서 날 좋아하는 사람들이 피해자인 것처럼 말해서 짜증이 난다'</div> <div><br></div> <div>그 글을 보면서 솔직히 정말 뜨끔했어요.</div> <div><br></div> <div>그 사람이 저한테 일말의 관심도 없다는 거 아는데, 저 혼자서 그냥 사랑꾼인 것처럼, 순정파인 것처럼 말하고 생각하는 건 아닌가 해서요.</div> <div><br></div> <div>그런 생각을 안은 채로, 조마조마하며 몇 주를 보냈습니다.</div> <div><br></div> <div>그 몇 주 동안,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사람을 만날 수 없었어요.</div> <div><br></div> <div>그 사람을 볼 수 없다는 건 슬펐지만, 한 편으로 내가 그 사람에게 실망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안도했어요.</div> <div><br></div> <div>그리고 지난 금요일, 그 사람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기 직전, 그 사람과 다른 친구들의 송별회 자리에서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div> <div><br></div> <div>좋았어요.</div> <div><br></div> <div>그 사람을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그리고 그 사람 옆에 앉아서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div> <div><br></div> <div>그런데 그 옆에 끼여서 계속 이야기를 가로채는 선배가 미웠습니다.</div> <div><br></div> <div>여자친구도 있는 사람이 왜 저러나 싶었죠.</div> <div><br></div> <div>그런데 아니더라고요.</div> <div><br></div> <div>오늘, 아니 이제는 어제가 되어서야 알았네요.</div> <div><br></div> <div>그 사람이 그 선배랑 잘되고 있는 중이라더라고요.</div> <div><br></div> <div>선배가 여자친구랑 헤어진 지도 한참 되었고, 그 동안 그 사람과 이런저런 경로로 잘되고 있는 중이었다고...</div> <div><br></div> <div>저만 그걸 모른 채로 혼자 바보짓하고 있었던 거라고...</div> <div><br></div> <div>이게 뭔가 싶기도 했고, 그간의 제 바보 짓이 얼마나 한심해 보였을까 싶기도 했어요.</div> <div><br></div> <div>차라리 미리부터 말해줬다면, 진작부터 알려줬다면 그런 멍청한 짓은 덜 했을 텐데 싶기도 했어요.</div> <div><br></div> <div>그 사람에게 화나는 건 없습니다.</div> <div><br></div> <div>그 선배에게 짜증나는 것도 없죠.</div> <div><br></div> <div>그저 다만 제 스스로가 한심하네요.</div> <div><br></div> <div>모두가 다 알고 있는데, 모두가 다 눈치챘는데, 왜 저만 그걸 모르고, 저만 그걸 알지 못하고 그렇게 쓸데없는 짓을 했는지요.</div> <div><br></div> <div>그냥 그래서 지금 너무 짜증이 나요.</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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