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내려가있는 줄만 알았던 민준이가 다시 이 도시로 돌아왔다.
민준이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늦은밤 담배가 불을 밝히며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와달리 민준이의 표정은 상당히 어두워보였다.
살이 많이빠진듯 볼양쪽이 움푹들어가 마치 해골을 연상시켰다.
"이시간에 웬일이야? 무슨일 있어?"
"아니... 맞아.. 아 그게..." 민준이의 얼굴에선 고민의 핏기가 좀처럼 사라지지않는다.
민준이는 재로 얼룩진 담배를 힘껏던지며 말을 꺼낸다.
"아... 진짜 내가 미쳤나봐.." 그는 슬픈표정을 지으며 다시 담배한개비를 꺼냈다.
"야, 대체 무슨일이냐?? 바쁜 사람 불러놓고..."
민준이는 라이터를 손에쥐고 켜고끄기를 반복하며 잠시 침묵을 지켰다.
어둠속에서 라이터의 스파크만 번쩍번쩍거렸다.
이내 라이터를 주머니속에 집어넣고 머리속이 정리된듯한 표정으로 말을꺼내기 시작했다.
"하.. 진짜 미친소리처럼 들리겠지만.. 그냥 믿어줘. 아니 이상하게 생각해도좋아. 그냥 내말좀 듣고있어봐."
"대체 무슨일인데 그래? 빨리 말해봐."
나는 민준이가 심상치않은 일을 겪음을 알 수 있었다.
평소에는 항상 웃음을 간직하며 어둠따윈 보이지 않는 얼굴을 들고다니던 녀석이였다.
적어도 그와 함께다니던 대학4년동안은...
그래서인지 어둠을 간직한 그의얼굴이 낯설게느껴졌다.
그도 그럴것이 민준이는 마른멸치처럼 살이빠졌다.
"너 내가 대학끝내고 시골내려가 생활했다는건 알고있지?"
나느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민준이가 침착한 말투로 말하지만 떨리고있는 그의 목소리는 숨길 수 없었다.
"그래 나는 부모님이 계신 마을로 내려갔었지.
강원도 촌구석에 조그마한 마을로 도착했지. 이름이 공마을이였던가...
상쾌했어. 시골이라 그런지 맑은 공기에 기분이 좋아지더군.
도시에서 자리를 못잡고 시골 변두리 촌구석에 남은 생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괴로웠지만..
시골도 사람사는 곳이다보니 꽤 살만했어.
도시의 편리한 생활만빼면 시골에서의 생활은 나름 만족할만했었지.
그런데 말이야 어느날 마을사람들중 몇몇이 구멍을 발견하게되었지.
듣기론 꼬맹이가 뒷산에서 놀다가 발견했다던데..
여튼 그구멍은 관 묻을때 파는 그저그런 깊이의 구덩이가아니라 그냥 뻥 뚫린 구멍이였지.
그 구멍 그냥 단순한 구멍이 아니였어. 구멍속엔 검고 탁한 공기만 있었어.뭔가... 불쾌했어.
마치 구멍이 끝없이 이어져 있을 것 같았어.
가만보니 구멍주위엔 동물의 흔적도 나무도 심지어 잡초 한포기도 없더군.
이마을에서 그런류의 구멍에 관한 전설같은게 전해저 내려오는게있어.
여러가지가 있는데 내귀에 쏙 들어오는건 그거였어.
그곳에 죽은 생명체를 던져넣으면 다시 살아나온다는 전설."
민준이는 잠시 말을 멈추고 내표정을 보더니 이내 말을 이어갔다.
"그..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셨어..."
"저런.."
나는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 상황에서 할 수있는 말이 마땅히 생각나지 않았다.
민준이는 아버지 생각이 나는지 잠시 손을펴 얼굴을 파묻더니 곧 이야이를 이어나갔다.
"우리가족은 물론 마을사람들까지 슬퍼해주었어.
아버지가 마을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었나봐.
나와 어머니는 아버지를 뒷산에 묻기로 했어.
마을사람들이 팔을 걷어부치고 도와주시더군.
나는 시골사람들의 넘치는 인정을 느꼈어.
공동체 의식이 이런건가?
그때 책으로만 읽던 공동체 사회의 의미를 알게되겠더라고.
그전에도 마을사람들이 잘해주긴 했지만
이렇게 힘들때 힘이 되어주니 너무 고맙더라구."
나는 갑자기 그의 말이 딴길로 새는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민준이는 뭔가 숨기고 있은 표정으로 말을 계속해서 내뱉어냈다.
"그냥 다 말해... 이까지 와서 이야기 시작했으면 숨길게 뭐있냐"
민준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새 그의 입엔 담배가 물려져있었다.
그는 곧 담배를 손가락 사이로 끼운채 말을 이어나갔다.
"나도 어떻게 된건지는 모르겠어.
아버지를 묻던날.. 내가 오줌이 마려워서 볼일보러 잠깐 나간사이에 일이 일어난거야.
그... 아버지가 눈을 감고있던 그 관이 가파른 산경사를 타고 앞서 말한 그 구멍에 들어가버렸어.
참고로 이전에 마을사람들이 그구멍을 보고 그걸 메꾸려고 온갖시도를 해보아도 통하는게 없었어.
그래서 그냥 마을사람들이 나무판자를 밖고 시멘트를 그위에 부어 구멍을 막았지.
덤으로 옆에 경고 표지판을 세워놓았었어.
그런데... 관이 구멍속으로 들어가던 그날...
구멍위를 덮고있던 시멘트는 사라지고 없었지.
그리고 구멍이 더커보였어.
우린 어찌할 바를 모른채 무당을 불러 편치않을 아버지의 영혼을 달래줄뿐 슬퍼하기만 했었어.
그사건 이후로 마을에선 그 구멍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가로 여러 말이오고갔어.
그런데... "
그는 말을 잇지못하고 기억해내지 못할걸 기억해낸 것같았다.
무표정한 얼굴로 민준이는 잠시 침묵에 빠졌다.
자세히보니 그의 목과 이마에서 식은땀이 배어나오고있었다.
그리고 침묵속에서 몇번 신음소리를 낼뿐 민준이는 얼굴을 땅에 향한채 입을다물고있다.
"말하기 힘들면 좀있다가하자. 아니 정 안되겠으면..."
손에나는 땀이 다타버린 그의 담배꽁초에 스며들자 그가 말하기 시작했다.
"괜찮아.. 미안해 걱정시켜서..."
민준이는 특유의 미소로 자기는 별일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의 웃고있는 얼굴뒤로 왠지모를 불편함이 느껴졌다.
"그래... 아버지의 시체가 구멍으로 빠진지 몇일후 마치 마을전설에 내려온 이야기처럼 아버지가 돌아오셨어."
나는 왠지 이말을 예상이나 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왠지 불길한 기분은 지울수가 없었다.
민준이는 나의 눈빛을 잠시 보더니 내가 그를 정신병자로 보지않는 것을 느낀듯하다.
그 사실에 안심한듯 민준이는 말을이어갔다.
"그런데 내가 아버지라고 말하긴햇지만 그건 그냥 시체였어.
그 끝이 안보이던 구멍에 어떻게 나온건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모르겠어.
그냥 아버지의 가죽을 뒤집어쓴 무언가가 더러운 행색으로 우리집으로 찾아왔어.
머리엔 잡초와 머리칼이 엉켜있고 입가엔 알수없는 액체로 얼룩져있었지.
자세히보니 사람이 죽었을때 나오는 노란 액체였어.
그 죽은사람 구멍이란 구멍에서 다나온다는 노란 진물.. 단지 다른점은 좀더 붉은듯한 색이였지.
눈은.. 한쪽눈은 반쯤떠있었는데 흰자만 보였고 다른쪽눈은 나를바라보며 노란진물이 나오는게 다였어.
분명히 노란진물이 안나오도록 시체에 처리를 해놨을텐데...
그리고 제일 끔찍한건 여기저기 찢겨나간 아버지의 나체였어.
아마 가지나 그런것에 찢겼겠지..
무슨 가시덩굴 헤쳐나온것도 아니고 털이있는 부위엔 가시같이 생긴 도깨비바늘의 씨앗이 뒤엉켜있었어.
그리고.. 코가 있어야할자리에 삼엽충이 있었어. 말도안되지?
과학시간에서나 봤을법한 삼엽충 상상도가 실제로 내앞에 있었어.
그것도 아버지의 얼굴한가운데에.."
나는 나도모르게 침을 꿀꺽삼켰다.
"나는 곧바로 도망쳤어. 집안에 어머니를 버려둔채로,...
난 진짜 질안좋은놈이야... 어떻게 그런괴물과 어머니를 같이둘수가잇지??"
그는 슬픔을 이겨낼 수 없는지 계속 눈물을 쏟아냈다.
"나라도 tv에서만 보던 괴물이 나오면 그렇게 할거같아.
니가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어. 그저 tv속 주인공이 아닐뿐이야. 넌 그냥 죄없는 보통사람이라고."
나는 위로한답시고 그의 어깨를 두들겼다.
잠시후 그가 말을꺼냈다.
"이게 끝이아니야...
결국 어머니도 돌아가셨어, 그런데 어머니의 시체가 안보였지.
나는 그 불길한 곳을 떠나 이 도시로 왔었어.
부모님이 소유하고 있던 땅을 파니 여기서 당분간 먹고살 만 하긴 하겠더라.
후...
그런데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않았어.
어느날부턴가 꿈에서 그 괴물이 나타나.
그런데 아버지의 가죽을 뒤집어쓴 그놈만 있는게 아니였어.
어머니의 형상을 한 괴물도 나타났지.
난 그런 악몽을 꾸는 나날을 지내다가 보다시피 이몰골이 되어갔지."
확실히 그의 몸상태는 영양실조로 아파하는 처참한 전쟁난민같았다.
단지 다른점은 상처는 별로없고 깨끗하다는 것뿐...
"그러다가말이야 현실에서도 그 괴물들이 보이기시작했어.
비록 환영으로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졌지만 그렇게 잠깐 보이는게 더 무서웠어.
지금은.... 그 괴물들이 자주보여.
특히 한밤중이 되면 꿈속에서든 현실이든 그들은 어떻게든 내앞에 나타나."
그는 빈 담배갑을 살피다 던져버리곤 한숨을 내쉰다.
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낮고 떨리는 목소리로...
"그리고... 지금 니옆에 그 괴물들이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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