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탔다가 멘붕 온 기억을 지울 수 없어 이 게시판에 끄적여 봅니다.
몇 년 전 본인은 고국을 방문한다는 기쁜 마음에 비행기를 탔지요. 5년만에 집에간다라는 생각에 아주 들떠 있었지요.
저렴한 티켓을 샀기에 비행기를 한 번 갈아타야 했습니다. 터키 이스탄불 공항에서 갈아탔지요. 환승에 7시간 기다렸어요. 비행기를 탔는데, 우리나라 말을 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잔뜩 타시더라구요. 아마도 그분들 종교단체에서 하는 성지순례 코스를 마치고 우리나라로 돌아가시는 듯 했습니다.
제 주변에 그 분들이 많이 앉으시더군요. 뭐, 저야 우리나라 말을 오랜만에 들으니 반갑기도 했고, 어르신들이기에 어느 정도 교양을 기대했지요. 그런데! 기대와는 다르게 시장분위기가 되어버렸어요.
여기서 첫 번째 멘붕 하나! 비행기 출발 전에, 멀리서 (다른 칸에서) 그 종교단체 인솔자인 듯 한 분이 오셔서 제게 자리를 바꿔줄 수 있냐고 묻더군요. 순간 엥? 비행기에서도 자리를 바꿀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제가 짐이 많았어요. 캐리어가방과 배낭, 노트북가방, 갖가지 봉투들. 이미 좌석 위에 짐 싣는 칸에 제 짐을 다 넣은 상태이고 그 좁은 통로로 그 많은 짐을 옮길 것을 생각하니 도저히 바꿔 줄 엄두가 안 나더라구요. 제가 거절했더니 좀 인상을 쓰시면서 돌아가시더라구요. 내가 뭘 잘못했나? 근데 생각해보니 어처구니가 없었어요. 비행기 좌석을 바꿔달라니. 뭐 같은 칸에 가까이 있는 좌석이라면 별 문제 없이 바꿔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칸이 다른 곳의 좌석을 바꿔달라니.
비행기가 이륙한 뒤, 계속되는 시장분위기에 잠을 청할 수가 없어서 멀뚱 멀뚱 피곤한 채로 있었습니다. 밥 먹을 시간이 되었는지 승무원들이 밥을 나눠주더군요. 저도 밥을 받았지요. 그런데! 한 여승무원이 지나간 직후 제 옆에 있던 할머니가 그 승무원의 엉덩이를 네 다섯 번 콕콕 찌르는 것이었어요(저는 통로 왼쪽에 앉았고 그 할머니는 통로 오른쪽에 앉아계셨지요.). 승무원은 돌아보지도 않고 손으로 그 콕콕 찌르는 손을 치더라구요. 그럼에도 그 할머니는 콕콕 더 찌르더라구요. 승무원이 갑자기 돌아보더니 저를 죽일듯이 쳐다보더군요. 전 아무 짓도 안 했는데. 그 승무원은 외국인이었는데 순간 저는 쫄았어요. 으악. 상황을 설명할만한 영어실력도 없고. 갑자기 앞이 깜깜해지더라구요. 저 승무원이 내가 찔렀다고 생각하면 피할 수 없는 오해가 생기는데. 그 승무원이 서 있던 곳 주변에 남자라곤 저 하나였거든요. ... 다행히도 그 승무원이 저를 쳐다보는 가운데 그 할머니가 그 승무원의 엉덩이를 한 번 더 콕 찔렀어요. 승무원이 그 할머니 쪽으로 눈을 돌리자 할머니는 물 좀 달라고 하시더군요. 승무원은 기분이 나쁜 표정으로 그냥 무시하고 가더라구요. 아이씨, 왜 나한테 인상을 쓰는지...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지긋이 눈을 감았어요.
배가 부르니 잠이 솔솔 오더라구요. 시장분위기는 피곤함 때문에 더 이상 신경쓰이지 않게 되었지요. 너무 피곤한 나머지 저도 모르게 잠에 빠졌지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제 의자가 움직이는 탓에 잠에서 깨어났어요. 한 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 누군가 제 의자를 눌렀다 올렸다 하는 느낌이었어요. 눈을 떠 보니 오잉? 몇 몇 어르신들이 서서 돌아다니시더라구요. 아마도 좁은 좌석에 앉아계셨기에 운동하시는 듯 보였는데. 그런데 왜 남의 좌석을 손으로 짚었다가 가시는지, 짚으실려면 좀 살살 짚으시지... 막 짜증이 나더라구요.
그리고 창가쪽에 앉으신 제 옆의 할머니. 승무원이 식사 주문 받으려고 메뉴판을 줬는데 할머니가 저보고 이건 뭐냐 저건 뭐냐 물으시길래 아주 정성껏 하나 하나 설명해 드리고, 대신 주문해 달라고 하셔서 주문도 해 드렸는데, 저에게 말씀하시는 것이 꼭 명령하시는 듯 했었어요. 그래도 어르신이기에 공손하게, 말씀하시는 것 대신 다 주문해 드리고 필요한 것 다 승무원에게 대신 말해드렸는데 계속해서 제게 명령하시듯 하는 것이 조금 마음에 안 좋았어요. 그리고 '고맙다'라는 인사 정도 기대한 저를 아주 절망에 빠지게 하셨지요. 난 어르신의 개인 통역관이 아닌데.
이런 멘붕을 겪은 후에 저는 비로소 다짐을 했어요. 비행기티켓을 살 때, 특정 종교의 성지라 불리는 곳에서 환승하는 비행기는 타지 않겠다고 말이지요. 저는 특정 종교를 비난할 생각은 없어요. 그런데 종교인이라면 최소한 타인에 대한 예의 정도는 먼저 갖추고 있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튼 여러분도 혹시 외국 나갈 계획이 있으시다면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혹시 제가 쓴 글 중에 문법이나 맞춤법이 틀린 부분이 있으면 지적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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