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P> <P> </P> <P> </P> <P>지난해 이맘때 쯤 친구와 함께 원룸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습니다. </P> <P>주말에도 주로 고향에 가지 않고 친구와 함께 있었는데 그 당시 갑자기 일이 생겨서 동안 집을 비우게 되었죠.</P> <P>친구는 면접을 보러 서울로 갔다가 토요일에 오기로 되어 있었고 저는 오랜만에 고향에 갔다가 일요일 저녁에 돌아올 예정이었습니다. </P> <P> </P> <P>요즘 원룸 현관은 도어락으로 많이 교체되었지만 제가 사는 곳은 열쇠로 현관문을 따고 들어가야 해요.</P> <P>저는 예상보다 일찍 자취방에 도착하게 되었는데 늦은 점심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현관문은 열려 있고 이상하게 집안 분위기가 음침하더군요.</P> <P>집에 있어야 할 친구는 집에 없고 이부자리, 베개 위에 토사물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P> <P>순간 '이 친구가 탈이 났나?'하고 화장실 문을 열어봤더니 친구 모습은 보이지도 않고 베란다에 나가봤는데도 인기척 하나 없었습니다. </P> <P>친구가 술을 먹고 실수를 했거나 급체를 해서 약국에 급히 간 것이라고 생각하고 친구한테 전화를 걸었습니다. </P> <P> </P> <P>저는 전화를 거는 사이 집안 구석구석을 살펴보면서 아래와 같은 이상한 점을 하나 둘씩 발견하기 시작했습니다. </P> <P> </P> <P>1. 친구와 둘이 살기 때문에 친구가 덮는 이불과 제가 덮는 이불 두 채가 있습니다. </P> <P> 친구가 덮는 이불도 아니고 제가 덮는 이불이 빨래통 근처에 널부러져 있음</P> <P>2. 토사물을 급하게 치운 흔적 발견. 휴지로 닦아서 쓰레기 봉투에 버린 것과 싱크대 위에 그대로 놓여 있는 것들...</P> <P> 걸레도 아닌 수건으로 토사물을 닦아 빨래통에 넣어 놓음</P> <P>3. 항상 같은 자리에 걸려 있던 샤워타올이 수건걸이에 걸려 있음</P> <P> </P> <P>이 상황은 친구가 정말 만취해서 벌인 만행이거나 친구가 한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점점 머릿속을 스치더라구요.</P> <P>친구한테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고 분명 문이 열려 있다는 건 친구가 집에 들어왔다 나갔다는 건데 별별 걱정이 다 되기 시작했습니다.</P> <P>두세 번 다시 전화 걸기를 반복했는데도 친구와 연락이 닿지 않자 손이 덜덜 떨리더라구요. </P> <P>학교 주변에 번화가가 있어서 술취한 사람이 들어와서 친구한테 해코지를 한건가...</P> <P>설령 그럴 리는 없겠지만 친구가 모르는 사람과 술을 먹고 데려왔다가 큰 일을 당한건 아닌가 그 짧은 순간에 많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습니다.</P> <P> </P> <P>계속 친구와 연락을 시도하는 동안 그때 마침 친구가 집으로 들어오더라구요. 외출했다가 막 들어온 차림으로요...</P> <P>친구한테 집안에 이게 무슨 꼴이냐...무슨 일 있었냐고 물어보니까 친구는 제가 그런 줄 알았대요.</P> <P>분명히 저는 방금 도착했는데...</P> <P>그때부터 서로 이상한 점들을 하나 둘씩 얘기하기 시작했습니다. </P> <P>친구가 일요일 아침에 도착했다가 급한 일이 있어서 대충 소지품만 챙기고 다시 나갔다고 하더라구요.</P> <P>그런데 이미 현관 문은 열려 있었고 이부자리 위에 토한 흔적이 있었답니다. </P> <P> </P> <P>그 순간 진짜 섬뜩해서 머릿속이 하얘지더군요...</P> <P>노숙자 짓인가 아니면 도대체 누가? 어떤 변태가 집에 들어와서 자다가 토하고 나가나 </P> <P>화장실 문을 통해서 들어왔나 어떻게 들어온거지 온갖 추측이 난무했어요...</P> <P> </P> <P>안되겠다 싶어서 바로 주인 아저씨한테 연락하고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P> <P>생전 처음으로 경찰에 신고하는거라 어버버 하고 급기야 울컥...</P> <P> </P> <P> </P> <P>한참 뒤에 경찰 아저씨 두 분이 들어오고 이것 저것 살펴보시기 시작했습니다. </P> <P>바깥에서 내부로 침입한 흔적은 없고 문을 따고 들어온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P> <P>씨씨티비도 없고 용의자도 없으니 경찰아저씨는 주인아저씨한테 화장실에 방범창 달어달라는 말만 하셨습니다. </P> <P>그런데 주인집 아저씨가 건물 마지막 층에 사세요. 오늘 아침에 집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핸드폰 하나가 떨어져 있더랍니다. </P> <P>핸드폰을 보니까 배터리 없이 본체만 있고 제가 사는 집에 무단침입한 범인이랑 연관성이 있는 지 없는 지 몰라서 일단 경찰아저씨가 가져갔어요. </P> <P> </P> <P> </P> <P>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아저씨가 다시 돌아왔는데 범인을 알아냈다고 조금만 기다려 보라고 합니다. </P> <P>알고 봤더니 지난 몇 년 동안 살다가 위층으로 이사간 입주자였습니다. </P> <P>술이 많이 취해서 꼭대기 층까지 올라갔다가 핸드폰을 떨구고 방향감각을 잃고 예전에 살던 집으로 가서 열쇠를 꽂고 문을 열려고 했었나봐요.</P> <P>그런데 원룸 문짝이 다 똑같이 생긴지라...열쇠 모양이 달라도 여차저차해서 문이 열린 모양입니다...</P> <P>그런데 이 사람이 남의 집에 무단 침입해서 토까지 해놓고 도망갔는데 아침부터 지금까지 쪽지 하나 안 남기고 뭘 했는지 아십니까?</P> <P>예쁘게 차려 입고 나타나서 보니 결혼식에 다녀왔답니다. </P> <P>이런저런 핑게를 대면서 사과는 하려고 하기는 했다고 하더라구요.</P> <P> </P> <P>교육대학원생이었던 그 분 진심어린 사과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죄송하다고 말하더니</P> <P>바로 경찰아저씨한테 이거 기록에 남는지 안 남는지만 궁금해하시고 염치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P> <P> </P> <P>고의로 그런 것도 아니고 실수로 벌어진 일이나 저희도 세탁비만 받고 합의 하겠다고 해서 넘어갔는데</P> <P>나중에 세탁비로 2만원인가 3만원만 주신 게 유머...</P> <P>많은 금액 바란 것도 아니지만 정작 저렇게 세탁비 받으니 더 괘씸한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라구요 ㅠㅠ</P> <P>베개 버리고 이불도 두 채나 더럽혀져서 세탁했는데 말이죠...</P> <P> </P> <P> </P> <P>아무튼 태어나서 처음으로 공포스러운 일을 겪어보고 경찰에 신고했던 에피소드였네요...</P> <P>번호키가 아닌 현관문이 열쇠로 되어 있으신 분들... 혹시 모르니 중간 잠금장치(걸쇠 등)는 자기전에 꼭 걸어두시구요.</P> <P>집을 비울 때도 조심조심 하시기 바랍니다!</P> <P> </P> <P> </P> <P> </P> <P>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