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총선 앞두고 독재정권의 유산인 선거법 조항들에 위헌소송 제기
- 후보 1인당 1,500만 원의 기탁금, 비례대표 선거운동 제한, 호별방문금지 등에 대해 위헌소송 -
녹색당은 5월 15일(금) 헌법재판소에 공직선거법의 독소조항들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녹색당이 위헌소송을 제기한 조항은 1) 국회의원 후보 1인당 1,500만 원씩의 기탁금을 내도록 한 조항(공직선거법 제56조 제1항 제2호) 2) 지역구 후보가 기탁금을 반환받으려면 15% 이상(절반을 받으려면 10% 이상) 득표해야 한다고 한 조항(공직선거법 제57조 제1항 제1호) 3) 선거운동 기간에도 비례대표 후보의 연설을 금지한 조항(공직선거법 제79조 제1항) 4) 호별방문을 금지하고 선거일 6개월 전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문서배포를 금지한 조항(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 및 제106조 제1항, 제3항)이다.
녹색당이 문제로 제기한 조항들은 정치선진국들과 비교할 때에 과도한 제한이라는 지적을 학계로부터 받아오던 조항들이고, 위헌이라는 비판을 받아 오던 조항들이다.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에서는 문제의 조항들의 위헌성에 대해 외국의 입법례와 비교해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첫째, 국회의원 기탁금 제도를 보면,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스위스, 멕시코, 브라질 등은 기탁금 납부제도가 없다. 또한,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및 오스트리아는 기탁금 제도가 도입되어 있기는 하나, 그 금액이 100만원 미만의 소액에 머무르고 있다. 예를 들면, 영국은 500파운드(한화로 약 94만 5,000원 상당), 호주는 350 호주달러(한화로 약 27만 1,000원 상당), 캐나다는 1,000캐나다달러(한화로 약 86만 7,000원 상당), 뉴질랜드는 300뉴질랜드달러(한화로 약 16만 5,000원 상당), 오스트리아는 미화로 약 430달러(한화로 약 57만 원 상당)를 기탁금으로 하고 있다.
오로지 일본(300만엔)과 대한민국에서만 고액의 기탁금을 내게 되어 있다. 정치적 선진국들과 비교해 볼 때, 현행 기탁금제도는 정치적 후진성을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이다.
더구나 현행 기탁금 제도는 독재정권의 유산이다. 대한민국 선거에 기탁금제도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58년 1월 28일 자 선거법 개정에 의해서이다. 이는 이승만 대통령이 이른바 ‘3선 개헌’을 통해 장기집권을 획책하던 배경에서 이루어졌다. 4·19 혁명으로 출범한 제2공화국은 기탁금제도를 폐지하였는데,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헌법을 통해 영구집권을 꾀하면서 기탁금제도가 부활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과거청산 차원에서도 기탁금 제도는 폐지되거나 대폭 감액되어야 한다.
둘째, 기탁금을 반환받으려면 15% 이상을 득표하게 되어 있는 것도 위헌이다. 기탁금 제도가 있더라도, 선진국들의 경우에는 기탁금 반환을 위한 득표율을 대체로 5% 이하 수준으로 한정하고 있다. 예컨대, 영국, 뉴질랜드 등은 총유효투표수의 5%, 호주는 4% 이상이면 기탁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기탁금의 액수도 클 뿐만 아니라, 반환받기 위한 조건도 훨씬 까다롭다.
이것은 결국 새로운 정치세력이나 정치신인에게 장벽으로 작용한다. 특히 경제적 형편이 넉넉지 않은 정당과 후보자들의 경우에는 입후보에 대한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녹색당이 만약 230개 지역구에 후보를 낸다면, 기탁금 액수만 하더라도 34억 5천만 원에 달한다. 이것은 기득권 정당들과 정치인들에게만 유리한 제도이다.
셋째, 1인 2표제가 도입되어 지역구 후보자와 정당 비례대표에 대해 각각 별개의 투표를 하게 되어 있는데도, 비례대표 후보자는 선거운동 기간에도 공개장소에서 연설조차 못 하게 되어 있다. 이것은 새로운 정당을 알리는 데에 큰 장벽이 되고 있다.
넷째, 호별방문 금지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문서 등의 배포를 금지하고 있는 것도 지나친 제한이다. 호별방문은 대한민국과 일본을 제외한 다른 선진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선거운동방법이다. 가장 돈이 안 드는 선거운동방법으로 추천될 정도이다. 그런데 유독 대한민국과 일본만 호별방문을 금지함으로써 돈이 안 드는 선거운동을 가로막고 있다. 반면 돈이 들어가는 대형 유세차량에 대해서는 선거비용까지 보전해주는 어처구니없는 제도를 만들어 놓았다. 호별방문이 금지되어 있어도 음성적인 금품 살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오히려 호별방문 금지는 돈을 안 쓰는 선거운동을 하려고 하는 후보자들에게 족쇄로 작용할 뿐이다. 한편 유권자들의 관심이 고조될 시기에 6개월이라는 장기간 문서배포를 제한한 것도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녹색당은 2016년 총선에서 반드시 원내로 진입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위헌소송은 그 시작이다.
녹색당은 2012년 창당 직후 총선에 참여했다가 당시 정당법에 의해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자, 위헌소송을 해서 이름을 되찾았다. 마찬가지로 녹색당은 지난 3년여의 정치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느낀 잘못된 선거법 조항들을 그냥 놔두지 않을 것이다. 위헌소송을 통해서라도 무효화시키고,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다. 이것은 단지 녹색당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새로운 정치세력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녹색당은 이후에도 잘못된 정치제도를 바꾸기 위해 뜻을 같이하는 모든 세력들과 함께 전면적인 정치개혁운동에 나설 것이다. 기득권 정치의 벽을 허물어뜨리는 길에 많은 시민들께서 함께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2015년 5월 15일
녹 색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