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민 선생의 발언이 또 여러 사람 속을 끓이는 군요.
혹, 여자분들, 또는 남자분들 중에 저 선생의 생각처럼 세상에 군대가 없다면 평화롭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실 분들이 있을까 싶어 긴 글 한 번 싸질러 봅니다.
먼저, 저는 01년 11월부터, 03년 12월까지 1군지역에서 군생활을 한 예비역 병장임을 밝힙니다.
살인의 역사, 전쟁의 역사는 역사라는 것이 체계를 가지고 기술되기 전부터 있었던 것입니다. 이유는 여러가지죠. 생존이 이유가 될 수도 있고, 보호, 권력, 명예, 부,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탐욕이죠.
남의 떡이 커보이는 법이라 했습니다. '저 사람의 배우자를 가지고 싶다!' '저 사람의 집을 가지고 싶다!' '저 사람의 돈을 빼앗고 싶다!' 살인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사람들이 모이죠. 세력을 형성합니다. 힘이 없는 세력은 힘을 가진 세력을 함부로 공격하지 못합니다만, 반대로 힘을 가진 세력은 그렇지 않은 세력을 마음껏 노략하고, 약탈할 수 있었습니다.
'더 가지고 싶다.' 이게 핵심입니다.
군대는 자꾸 더 가지고 싶어하는 세력으로부터 내가 속한 세력을 지키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입니다. 필요악이라고 표현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내 것, 그리고 우리 것을 가지고 싶어하는 자들을 죽여야 지킬 수 있는 게 전쟁입니다.
총, 칼을 없애면 사람들은 곡괭이를 들거나, 낫을 들거나 이것도 저것도 없으면 바닥에 굴러다니는 짱돌로 상대방의 머리를 찍어 죽일 겁니다. 전쟁이니까요. 더 가지고 싶으니까요.
마치, 석유전쟁이라고 불렀던 미국의 이라크전처럼, 그 역사가 무쟈게 오래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처럼요.
군대가 없다면, 죽이는 방법을 처음부터 배우지 않는다면 세계가 평화로울 것이라는 말은 정말 철부지의 이상론에 불과합니다. 전쟁의 핵심은, 인간의 욕심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에게 욕심이란, 군대처럼 필요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욕심이 있어야 성공하고 싶어하고, 욕심이 있어야 여자, 혹은 남자의 마음을 얻고 싶어하고, 욕심이 있어야 가정을 꾸리고 자손을 남기고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반면교사로 욕심이 있어 남의 것을 더 가지고 싶고, 욕심이 있어 남의 것을 빼앗고 싶고, 욕심이 있어 남을 죽일 수 있지요.
세계가 평화로우려면 이 욕심을 제거해야 하는데 욕심을 제거하는 순간, 인류는 멸망하고 말겁니다. 인간에게는 동물처럼 본능적인 번식기라든가 하는 게 없기 때문이죠. 욕심이 없어지는 순간, 여자가 남자를, 남자가 여자를 갈망하는 것도 없어지게 되고, 결국 모두가 늙어 죽고 난 뒤엔 아무것도 남지 않겠죠.
욕심이 있는 이상, 전쟁도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죽이는 방법은 따로 배우는 게 아닙니다. 칼에 찔리면 죽는다는 사실을 누구나 다 압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하나입니다.
주유소 습격사건의 유오성처럼, '난 한놈만 패'라는 의지와 힘을 다른 세력들에게 보여주는 것. 우리 건드려 봐, 너네도 성치 못할 거야. 라는 강력한 보복의지. 그리고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조직과 힘. 그것이 군대입니다. 강력한 군대를 가진 나라는 다른 나라로부터 쉽게 침략당하지 않습니다. 이게 상식입니다.
그래서 군대는 죽이기 위한 것이 목표가 아니라, 지키기 위한 것이 목표인 것입니다. 물론 그 힘이 광주민주항쟁 때처럼 잘못 사용되기도 합니다. 권력자의 탐욕이 자국민의 희생으로 이어진 그 역사로 인해 사람들은 그 권력자를 욕하고, 그때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는 것이지요.
그래서 군대를 부정하기 보다, 그 힘이 올바로 사용될 수 있도록 - 정말 우리 것을 지키기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감시하고 도와야 하는 겁니다.
군대에 다녀온 사람들을 예비 살인자라고 호도하게 되면 스스로 우리를 지킬 힘을 약화시키는 결과 밖에 되지 않아요.
그래서 장희민 선생이 욕 먹는 겁니다. 그냥 남자들이 군대 갔다와서 고생했는데 그거 욕했다고 이러는 거 아닙니다. 미국처럼 대한민국 국군이 어디 가서 전쟁 일으키고 누구 죽이고 오고 그런 거 아니잖아요. 베트남전 이후로 그런 일 없었잖아요. 베트남전도 권력이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 아래 군대를 잘못 사용한 사례입니다.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지키기 위해 다녀온 군대를, 자꾸 예비 살인자네, 군바리가 없으면 평화가 찾아올 거네 하니 화가 나는 겁니다. 남자들이 군대에서 자신의 청춘 일부를 희생해 지키는 것들 중에는, 나와 아무 상관없는 어떤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임신하고 출산하는 아이까지 포함이 됩니다.
비중을 따지자면 출산이 훨씬 가치가 커요. 군대는 그저 그 큰 가치를 위해 존재하는 부속품 같은 것인데, 왜 자꾸 스스로 군대와 출산을 동급으로 놓고 비교하며 자신들을 평가절하하는 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출산이란 고결한 가치를 지키기 위한 군대를 왜 그렇게 까내리지 못해 안달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화가 납니다. 선생은 먼저 태어난 사람입니다. 교육을 함에 있어, 공개된 자리에서 말을 특히 조심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그냥 단순히 강의중에 표현할 자유가 있다고 자신에게 면책권을 부여할 수 있을만한 직업이 아니란 말입니다.
이번에 대학생들을 만난 자리에서 다 줘야 한다는 둥, 뭐가 어떻다는 둥 해서 성추행 파문을 일으킨 국회의원도 그냥 대학생 만난 자리일 뿐이고, 표현할 자유가 있다고 한다면, '아~ 그러네.'하고 넘어갑니까? 그 사람 당적 박탈당하지 않았습니까?
혹 장희민 선생의 발언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분, 제 글 읽고 생각이 바뀌셨으면 좋겠습니다. 참 황당한 일이 발생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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