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두번째로 커피샵이란 미스테리 투성이의 장소엘 갔었는데, 무슨 커피 종류가 그리 많은지 입을 떡 벌린 채 메뉴판을 구경만하다가 제일 만만한 게 카푸치노라, 그냥 초딩처럼 '카푸치노 주셈'이라고 말했다.

- 첫번째는 학교 앞으로 아마 파르페를 시켰던 걸로 기억한다. -
다만 두번째가 커피전문점이라 그런 건지, 파르페를 메뉴에서 몾찾은 건지는 몰라도 없.었.다. OTL

"따뜻하게 드릴까요, 시원하게 드릴까요."

날도 더워 죽겠고만..

"시원하게요."

그녀는 에소포레소던가 뭔가 하는 그걸 시켰고, 난 잔뜩 긴장해서 - 마치 중학교 1학년 때 노래방에 처음갔을 때처럼 - 어깨를 움츠린 채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는 커피가 나왔는데 바보처럼, 긴 컵에 담긴 카푸치노를 외면하고 그녀의 커피를 먹고 있을 때였다.

아아. 젠장. 망했다.

그녀는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는 눈초리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고, 뭔가 되지도 않을 말을 주구장창 늘어놓는 내게서 결국 커피잔에 담긴 크림이 손상(?)된 채로 그녀는 자기 잔을 되찾아 갔다.

젠장. 그냥 커피샵 처음이라고 미리 말하는 건데.

화풀이라도 하듯이 카푸치노 거품을 부드럽지는 않은 손놀림으로 한 스픈 걷어 입에 머금는다.

아무 맛도 없다.

도대체 카푸치노에 대해 뭘 상상하고 있었던 걸까. 난 카푸치노가 무척 달콤한 커핀줄 알았는데. 사실 내가 바라던 달콤한 크림 섞인 커피는 그녀가 시킨 거였고, 난 용캐 내가 시키지도 않은 그것을 맛보는 데까진 성공했지만, 내 선택은 틀렸다.

아니다. 어쩌면 그 카푸치노가 사기다. 카푸치노의 거품은 코코아 가루가 뿌려진 상태로 달콤해야 된다고! ...... 라고 말해봤자 무지는 자랑이 아니다.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카푸치노도 그렇고, 연애도 그렇고.

쳇. 이제 어쩌지? 사람 좀 만들어달라고 애걸이라도 해야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