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다리 건너 아는 후배 동생이 몇 달 전에 죽었답니다. 두 형제가 같이 군대에서 복무 중이었는데, 동생이 군대에서 죽었다는군요.
사연이 참, 어이가 없더이다.
그 후배의 동생은 면역체계에 이상이 있는 사람이었데요. 즉, 정상인과 하나도 다를 바없이 잘 생활하다가 병이 생기면 면역체계에 이상으로 인해 백혈구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병이랍니다. 희귀병이죠. 이걸 입대 당시부터 군에서도 알고 있었고요. 그 병이 참 웃긴 게, 병이 나도 주사 한 대만 맞으면 되는 병이래요. 면역체계의 이상이 지금 몸에 병원균이 침투했는지 아닌지 모르는 병이기 때문에 면역체계를 깨우는 주사 한 방이면 정상인과 다름없이 몸이 자연치유를 시작한다는 거에요.
암과 일부 몇몇 병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병은 고열로부터 시작됩니다. 동생이 어느 날 고열을 일으켜 의무실로 후송되었고, 의무실에서 다시 지역 군병원으로, 그리고 다시 수도 병원으로 이송되었답니다. 군대 갔다 오신 분들 아시죠? 의무실에서 주는 약 한 종류인 거. 수도 병원으로 이송되기까지 그 사이 후배 동생의 몸은 이미 걷잡을 수없이 병원균이 퍼졌고 결국 죽고 말았뎁니다.
주사 한 방만 맞으면 되는 병을, 그걸 못해서 죽은 거죠.
입대 당시부터 이미 알고 있던 병인데, 쓸데없이 머리통 쥐어박은 거 구타라고 난리 치는 건 잘하면서 그런 병사 하나 관리 못해서 죽음까지 이르게 하다니요.
군에서 사망했기 때문에 장례식 또한 군에서 치르게 되었는데 또 이게 가관이었뎁니다.
군 장례식이니 얼마나 싸늘한 분위기였겠는지요. 게다가 자식 없이 죽은 사람은 상주가 없으므로 곡소리 또한 없다더군요. 장례식장이 오지라 방문객도 없고, 말소리도 없고. 그 슬픔의 무게가 그 장례식을 찾은 다른 후배의 어깨를 짓누르는 느낌이었데요.
정말 이래서야 누가 자기 아들을 군대로 맘 편히 보낼 것이며, 이렇게 허술한 의료체계를 가지고 언제까지 '남자라면 군대에 갔다 와야 사람이 되지'라는 말에 의존하여 국민들을 통째로 우롱할런지요. 윗대가리들은 진급로비한 돈 빼돌리기 바쁘고, 병사들은 이래저래 억울한 젊은 목숨만 버리는 상황.
저는 예비역입니다. 중간에 저를 대놓고 무시하는 후임 뺨 한 대 잘못 쳤다가 영창에 다녀올 뻔도 했지요. 당시 대장이 남자끼리 살다보면 뺨 한 대 칠 수도 있고 맞을 수도 있는거다, 라고 무마했으니 망정이지, 문제가 됐다면 저 뿐 아니라 대장도 무사하지 못했겠지요. 군대는 지금, 뭐가 중요하고 뭐가 그 다음인지 모르고 있습니다. 정말 민주국가 맞나요.
군대가 완전히 민주화될 순 없겠지만, 적어도 그 한 명 한 명이 국가의 소중한 재산임을 감안한다면, 그 아까운 재원이 그리 허망하게 가게 둬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요.
정말 많은 걸 잃었어도 몸 건강히 나왔으니, 그것으로 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일이더군요.
군대 가시는 분들. 그리고 앞으로 군대에 가셔야 할 분들. 지금부터 건강에 유의하세요. 아프지 마세요. 아픈 자취생은 서럽다지만, 군대에서 아프면 목숨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겁니다. 몸 건강히, 부모님 얼굴 다시 뵈올 때까지 꿋꿋하게 싸워 이기세요.
이래저래 기분이 우울하여 주절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