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에 빠른 생일에 대해 올라와있는 거 보고 생각나는 게 있어서요.
저는, 빠른 생일이라는 거 자체가 필요없는 제도라고 생각하거든요?
도대체 빠른 생일이 왜 생겼을까 하고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나름대로 내린 결론이 이거였습니다.
양력 생일과 음력 생일이 있죠. 네. 1월에 태어나면 음력 생일로는 전년도에 태어난 게 되죠.
2월이라고 해도 전년도 12월에 간당간당 걸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 음력 생일 지내면 뭐, 전년도 사람들하고 친구할 수 있겠죠.
그래서 빠른 생일이 시작된 거 같습니다.
루머인지는 모르겠는데 이제 음력 생일을 없앤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주민번호도 양력 기준으로 하고 있구요.
그렇다고 음력이라는 전통(?)을 없앨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 되면 제일 먼저 폐지되야 하는 게 빠른 생일이라고 생각해요.
웃기는 거죠. 1월, 2월에 태어나서 일찍 교육 받는 등의 이득이고,
그래서 전년도 사람들과 친구 먹는게 당연하다면,
3월 4월 생들도 나름대로는 억울하고, 빠른 생일들하고 친구 먹고 싶어하지 않을까요?
3월, 4월 태어난 사람들, 그 해 빠른 생일들한테 형, 누나, 언니 뭐 이런 대우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작년에 학교 모임에 갔었어요. 저는 81년생 00학번입니다.
중독 : 몇 학번이라고 했죠?
A : 01학번요. 말 놓으세요.
중독 : 응. 그러면, 24살?
A : 네. 그런데 빠른 82에요.
중독 : ?? 근데? 빠른 82란 소리 왜 하는데? 친구하자고?
A : ...아뇨. 굳이 그런 건 아니구요.
중독 : 그럼, 재수한 거 알아달라고?
A : 아뇨. 그냥, 아, 제가 실수했네요 선배님.
그러더군요. 뭐, 예비역들끼리는 칭호에 대해서 예민하게 굴지 않아요.
그냥 거의 선배라는 칭호보단, 형이라고들 하죠. 다만, 나이가 애매한 경우에 선배라고 하는데
그 후배는 끝내 81년생들한테 형이라고 하지 않더라구요. 웃기죠.
전년도 생일인 사람들이 보기에 빠른 생일이라고 친구먹자고 하는 사람들 웃깁니다.
예. 제 친구 중에도 빠른 생일들 있지요.
하지만 그 친구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같은 학년에 같이 살 부대껴 가면서
웃고 울고 같이 한 친구들이니 친구라고 하는겁니다.
근데 사회에서 빠른 생일 강조하면서 친구 먹자고 하면 조금 웃겨요.
학번이 같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학 이전의 학교에서 같이 굴러먹던 사람도 아니고,
사회에서까지 빠른 생일 강조하며 형대접 받길, 혹은 친구 대우 받길 원하는 사람
솔직히 천덕꾸러기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아는 형도 빠른 생일인데 그 형이 그러더군요.
학교도 아니고 사회나가서 나이 얘기 나오면 참 그렇다고.
지금까지 친구 먹어온 게 있는데 사회라고 형이라고 부르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빠른 생일이 뭐 대우 받을 일도 아닌데 친구 먹자고 하기도 그렇다고.
빠른 생일이신 분들, 뭐 그런 제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빠른 생일이 학교 일찍 가는 거, 제도가 아니라 관례가 굳어진 게 아닐까 생각중입니다만)
남들보다 일찍 교육 받고, 일찍 학교 졸업하고, 1년 먼저 쓴다는 거 참 고마운 일이지
그깟 술자리 못가고 처신하기 애매하다고 불만가질 일은 아닌 거 같습니다.
군대에선, 군번으로 상하 가리고
학교에선, 학번 가지고 상하 가리고
직장에선, 직급 가지고 상하 가리고.
이도 저도 아니라면, 억지로 빠른 생일 대우해달라고 하지 마세요.
겉으로는 쿨하게 그러자고 하는 사람도 속으로는
인정 상 대놓고 "웃기시네요. 빠른 생일이 뭐라고?"하기 어려워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거
한번쯤 짐작해볼만 한 일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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