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시간은 세금내기위해 일한다"
[최원호 / 뉴라이트닷컴 2005-09-02-10:37:29]
사상 유례없는 세금폭격이 시작될 모양이다. 재경부가 지난 26일 내년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는데 핵심은 개인과 가계에서 세금을 더 거둬 부족한 세수를 메운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이야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졌지만, 소주에 세금 더 붙이고 도시가스 요금 올리고 각종 세금우대를 줄인다는걸 보니 참 씁쓸하다. 이제 서민들은 소주도 마음놓고 못 마시게 생겼다.
왜 이렇게 세금을 올릴까? 답은 국가가 쓸 돈에 비해 세금으로 거둬들이는 돈이 적기 때문이다. 불경기가 계속되니 근로소득세를 낼 봉급장이들은 구조조정으로 세금을 내고 싶어도 낼 수가 없고 법인세를 내는 기업들은 장사가 잘 안되니 법인세를 많이 내고 싶어도 낼 수가 없다. 덩달아 자영업자들도 장사가 잘 될리 없으니 무슨 세금을 많이 낼 수 있겠는가.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세금을 좀 더 거두려고 한다. 당장 구멍난 세수를 메우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큰 정부’를 주장하면서 정부가 보다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따라서 세금을 더 내라고 한다. 이처럼 ‘큰 정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은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이 OECD 국가들에 비해 낮기 때문에 더 내야 한다는 것이다.
정확한 조세부담률은 통계와 계산방법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대략 OECD 국가들의 평균 조세부담률은 2001년 현재 36-37%이다. 그리고 한국의 공식적인 조세부담률은 20-22% 정도이고 국민부담률은 이보다 조금 더 높은 26-29% 정도로 추산된다. 이 정도 부담률이 높은지 낮은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는데, 한번 찬찬히 살펴보자.
일단 현 시점에서 놓고 본다면 명목상 부담률은 OECD 국가 평균보다는 낮다. 그런데 OECD 국가들도 조세부담률이 높은 국가와 낮은 국가로 대별된다. 높은 나라는 뉴질랜드,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등인데 이들 나라는 약 35-45% 가량이 된다. 반면 낮은 나라는 미국, 일본, 한국, 독일, 스위스, 스페인, 멕시코, 아일랜드 등인데 이들 나라는 약 20-25% 정도로 부담률이 낮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OECD 국가들에는 없는 각종 명목의 부담금이 있기 때문에 실제 부담률은 더 높아진다. 그렇다면 미국, 일본, 독일 등과 비교해서 우리의 조세부담률이 과연 더 낮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이들 국가들의 국가서비스 수준과 비교했을 때 우리는 과연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처럼 한국의 경제구조나 사회적 여건이 부담률 높은 나라와 비슷한가 아니면 낮은 나라와 비슷한가? 그리고 한국 정부의 서비스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은가? 이 두 가지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정부는 당당히 세금 더 내라고 국민들에게 요구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최근 들어 OECD 국가들의 부담률이 점점 낮아지는 추세라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세금부담이 높았던 유럽연합 국가들에서 2001년 이후 이런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대략 1% 정도의 하락을 보이고 있다. 이런 세금부담 감소는 선진국들의 세금 인하 경쟁이 주요 원인으로 앞다투어 개인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을 낮추고 있다. 더불어 이들 국가들의 경기침체가 세금부담 감소의 또 다른 이유다. 90년대 말까지는 경제성장으로 세금이 많이 걷혔으나 최근에는 경기침체로 법인세는 물론이고 개인소득세도 줄어들고 있다. 특히 저성장으로 소득이 낮아져 저세금 부담 계층이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건 주목할 만하다.
한편 OECD는 역내 국가들의 조세부담률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투자유치를 위한 국가간 경쟁이 치열하고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법인세 및 소득세 인하가 옳은 처방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의 조세부담률이 지금 OECD 국가들보다 조금 낮다고 해서 함부로 올릴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우리의 경제상황은 낙관을 불허하고 있다.
돈들어 올 곳이 없으면 아껴써야 할텐데 정부는 자기 호주머니 돈이 아니라고 세금을 펑펑 써댄다. 이 정부 들어서 국가재정의 낭비는 참 심각하다. 도롱뇽 살리기 위해 수천 억원이 들어가고 각종 국책사업으로 들어가는 돈이 수십조원이다. 기업이나 가계는 마른 수건도 쥐어짜고 있는데 과연 정부는 어떤가.
참여정부 출범 이후 올해 8월까지 30개월 동안 늘어난 장차관 자리만 21개이다. 6주에 1명꼴로 늘어난 셈이다. 공무원도 지방자치단체까지 합하면 전체적으로 4%가 넘는 공무원이 늘어났다. 여기에 소요되는 인건비만 1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런 낭비부터 막고난 연후에 세금을 더 내달라고 국민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앞으로 눈앞에 닥친 고령화를 생각하면 세금부담은 자꾸 늘 것으로 보인다.
조세부담률을 20%로 가정한다면 평균적으로 일반 직장인들은 일년 열 두달 중 3월 22일까지는 세금을 내기 위해 일한다고 한다. 일년중 1/4 정도가 세금에 들어가는 것이다. 매일매일 9시부터 6시까지의 근무시간중 두시간은 세금을 내기위해 일하는 시간이 된다. 참 어마어마하다. 인간이 태어나서 피할수 없는 것이 죽음과 세금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한때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낭비를 감시하고 고발하던 시민단체가 있었는데 웬일인지 요즘은 그런 활동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제 ‘알뜰정부’를 위한 캠페인이라도 적극 벌여야할 것 같다.
최원호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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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껴쓰는 정부여야 한다는 말,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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