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닥 재밌는 얘기는 아닌데 갑자기 생각나서 써봤음. 롤 돌릴 컴퓨터가 음슴으로 음슴체
나는 사정상 노트북으로 롤을 하는데, 내 노트북은 사양의 거의 대부분이 롤 권장사양을 상회할 만큼 좋은 노트북임.
그래픽카드 빼고.
딴거 다 좋아봤자 그래픽카드 구리면 개똥임. 롤 한판 돌릴때마다 체감상 로딩시간 5분은 걸리는 것 같음.
게임 시작하면 '북한에서 롤하심?' 이런 소리를 세 번에 한 번 꼴로 들음. (그래도 뭐라하는 사람이 의외로 적은 편임. 롤 유저중
에 착한 사람이 많은가봄.)
그래도 항상 꿋꿋이 롤을 하는 즐겜유저라 그날도 남들의 눈총을 각오하고 칼바람나락 큐를 돌림.
우리 팀 조합은 제법 괜찮았음. 소라카, 쉬바나, 딩거, 한명은 생각 안나고. 나는 마이였음. 칼바람나락에서 캐리한 척 생색내기 제일 좋은 챔프임.
픽 대기시간 끝나고 로딩 화면으로 넘어갔는데 역시나.. 나 혼자 40% 로딩중일때 다들 이미 100% 로딩이 끝나있었음.
게임 시작하니까 팀원들이 컴퓨터에 탈진걸렸냐고 핀잔을 주길래
'님들 그정도 인내심도 없으면서 어떻게 캐리하려고 그러심?'이렇게 너스레를 떨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까 말을 잘못해서 '님들 마이 캐리하는거 받으시려면 이정도 인내심은 있어야되는거 아님?' 이런 식으로 말을 해버림.
근데 보통 그런 상황에서는 '지X하네ㅋㅋ' 이런 게 일반적인데
내 말 들은 팀원들이 '나의 캐리는 당신의 것이오' 그러면서 너에게 캐리를 명한다고 훈훈하게 대꾸해주는 거임.
어쨌든 그렇게 본격적으로 게임이 시작됐는데 우리 팀원들이 다 제법 잘했음. 나는 남들 포킹할때 뒤에서 미니언 징검다리로 Q 돌려주는 정도. 솔직히 난 잘 못했음.
그렇게 꽤 오랫동안 대치하다가 내가 퍼블따임. 기억은 안나는데 포킹하다가 내가 무리해서 들어갔던가 했을거임. 그래서 아 ㅅㅂ 망했네 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도 뭐라고 안했음.
그러다가 우리팀 잘해서 한타 이기고, 내가 킬먹고 죽기를 반복해서, 몇번 싸우니까 내가 킬도 제일 많고 데스도 제일 많았음. 역시 킬딸챔프 마이. 그래도 오버뎃은 아니었던게 그나마 다행.
그렇게 적팀 2차타워까지 밀고 억제기 밀려고 깔짝깔짝하다가 싸우는데 내가 실수를 했는지 앞에 있다가 짤림.
그랬더니 소라카가 못살려줘서 미안하다고 했음. 그 말에 살짝 감명받음. '아 ㅡㅡ 마이 뭐함?'이 아니라 못살려줘서 미안하다니, 역시 소라카는 어머니임.
어쨌든 그때 이후로 전세가 역전되서 이번엔 우리가 2차타워 앞까지 밀렸음. 2차까지 밀렸는지는 기억 안남. 밀리는 건 간신히 막았던 것 같음.
그렇게 버티다가 짤렸던 나를 포함해서 죽은 사람 다 부활함. 그리고 이제 게임의 승패를 결정지을 영혼의 5:5 한타를 시작하려고 하고 있었음.
적팀은 타워 앞은 불리하니까 슬슬 뒤로 빼면서 눈치보고,
우리도 슬슬 쫓아가면서 이니시를 언제 걸까 (아니면 쟤네가 언제 들어올까) 긴장하고 있었음.
그러다가 쉬바나가 용변신해서 뛰어들어감과 동시에 한타 시작, 우리팀 다 돌진. 그리고 맨 뒤에 있던 나도 궁 킨 뒤 돌진!
..하려는 순간 컴퓨터가 멈춤. 나는 순간 정신이 멍해짐. 내 마이가 움직이지 않아!!!
일시적인 렉이 아니라 그냥 컴퓨터가 맛이 감. 기다려봐도, 이것저것 키를 눌러대도 컴퓨터는 멈춤 상태 그대로였음.
그래서 결국 눈물을 머금고 컴퓨터를 끔.
웬 ㅄ같은 마이때문에 다 이기던 게임 졌다고 욕하고 있을 팀원들에게 정말 미안했음....
그리고 오늘 다른 데서 롤을 접속했는데 이상하게 탈주 경고가 안 뜨는 거임.
'뭐지? 다들 부처였나? 아니면 아직 이용정지당할 수준은 아닌건가?' 라고 생각하면서 내 최근 게임 기록을 봤는데
그 게임은 '승리'로 기록되어 있었음.
아직도 신기함. 그 게임을 어떻게 이겼을까?
아무튼 멘탈 좋은 팀원들 만나서 간만에 훈훈함을 느꼈음. 비록 나는 의도치않게 탈주했지만;
역시 칼바람나락이 꿀잼임. 근데 요새는 그래픽카드때문에 봇전밖에 못한다는게 함정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