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 </div> <div>결혼 초반에는 '상대방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틀린' 것으로 규정하고 싸우기도 했지만</div> <div> </div> <div>몇 번의 작은 사건들을 겪으면서 그저 '다른' 것이란 걸 알게 됐어요.</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그걸 알게된 굉장히 사소한 사건 하나 소개해드릴게요.</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지금은 이사했지만 이전에 살던 저희 동네에서는 본가나 처가에서 어른들이 올라오면</div> <div> </div> <div>대접할 곳이 'ㅇ'라는 프렌차이즈 패밀리 레스토랑 정도밖에 없었습니다. </div> <div> </div> <div> </div> <div>그래서 본가에서 어머니와 아버지가 올라오셨을 때</div> <div> </div> <div>처와 다같이 'ㅇ' 레스토랑을 가서 식사를 했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식사를 마치고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커피를 한잔씩 내려 먹자고 몇 잔 뽑을까 물으셨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아메리카노로 네 잔 뽑아오까? 니도 마실끼제?" 라고 어머니가 처에게 물었고</div> <div> </div> <div>처는 "아니면 자리 좋은 카페로 옮겨서 마실까요?" 라고 되물었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어머니는 "여기도 커피 있는데 만다고 나가서 비싼 커피를 사노 돈 아깝구로"라고 하셨고</div> <div> </div> <div>처는 머쓱해하며 아무말도 하지 못했습니다.</div> <div> </div> <div>아버지는 점잖게 "그래, 여기선 커피 값도 포함해서 (샐러드바가) 나오는 건데 마셔주고 가야지"</div> <div> </div> <div>라고 하셨고요.</div> <div> </div> <div> </div> <div>저도 돌아가는 길에 "네가 너무 돈을 편하게 생각하네, 네 잔이면 벌써 만원 넘어가는데.."</div> <div> </div> <div>라고 처의 행동은 우리 부모님 말씀대로 과소비고, 고칠 점이라고 말했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처는 '거긴 커피가 맛이 없어. 그리고 난 아메리카노 안 마셔'라고 응수했죠.</div> <div> </div> <div>그때까지만 해도 미안한 말이지만 어린애들 징징거리는 수준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어요.</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그로부터 몇 달이 채 되지 않아 이번에는 처가 식구들이 방문하게 되었습니다.</div> <div> </div> <div>같은 서울에 사는 처남이 저와 아내 그리고 상경하신 장모님과 밥을 먹기 위해 오기로 했고,</div> <div> </div> <div>우리는 으레 멀리서 손님이 오면 하던대로 'ㅇ' 레스토랑을 갔죠.</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제가 대접하는 자리니 마지막 커피는 제가 가져오는 게 맞다 생각해서</div> <div> </div> <div>아메리카노를 몇 잔 내려올지 물었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그러자 처남이 "그럼 우리 나가서 마시죠? 누나, 이 근처에 카페 뭐 있지?" 라고 겉옷을 챙기는 겁니다.</div> <div> </div> <div>장모님도 덩달아 일어나시면서</div> <div> </div> <div>"그러자, 주말 식사시간대인데 커피 마시면서 오래 앉아있으면 자리회전도 안되고 눈치보이지. </div> <div> </div> <div>커피숍 가서 편하게 앉아서 이야기하자."라고 하셨고요.</div> <div> </div> <div> </div> <div>카페로 자리를 옮겨서 장모님은 라떼에, 처남은 기억나지 않지만 샷추가한 커피를,</div> <div> </div> <div>처는 모카인지 바닐라인지 달달한 아이스커피를 마셨고 저는 아메리카노를 주문했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즉. 처가 가족들은 아메리카노를 마시지 않기 때문에 'ㅇ' 레스토랑에서 마실게 없었던 거죠.</div> <div> </div> <div>그리고 앉아서 1시간 반 넘게 이야기를 하다가 처남이 장모님을 모시고 자기집으로 갔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생각해보니 예전에 저와 가족들은 아메리카노를 앞에 두고 이야기를 오래 한 게 아니라</div> <div> </div> <div>그냥 길어야 10분 20분 마시고 바로 자리를 일어나</div> <div> </div> <div>집으로 옮겨서 처가 과일을 깎아와서 마루에 다들 모여 앉아서 이야기를 했었더라고요.</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처가 '그럼 카페로 자리를 옮길까요' 라고 먼저 말을 꺼낸 것도</div> <div> </div> <div>제가 '그럼 제가 아메리카노를 뽑아올까요' 라고 먼저 말을 꺼낸 것도</div> <div> </div> <div>각자의 입장에서는 나름 상대방을 대접하기 위해서 꺼냈던 말이었단 걸, 그때서야 알게 됐죠.</div> <div> </div> <div> </div> <div>왜냐하면, 우리집에서는, 우리가족은, 나는, 지금까지 당연하게 그렇게 해왔으니까요.</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결혼하면 이런 일들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그 뒤로는 둘이서 'ㅇ' 레스토랑 갈 일이 생기면 저는 안에서 아메리카노 까지 다 챙겨 마시고 나오고</div> <div> </div> <div>처는 외식 기분 마저 낸다고 편의점에 들러서 1300원 짜리 라떼 하나 사서 마시면서 같이 집에 걸어갑니다.</div> <div> </div> <div> </div> <div>우리는, 그저 조금 다를 뿐이니까요.</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