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style="margin-top:0px;margin-bottom:0px;color:#333333;font-family:'돋움';"><span style="font-size:11pt;"> 언제부터인지는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어렸을 때 부터인 것 같기는 한데, 정확히 어느시기라고 딱 꼬집어서 이야기 하라면, 그렇게 선명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그저 어느 때부터, 어느 순간부터 내 손에는 자연스럽게 볼펜대신 만년필이라는 것이 쥐어져 있었고, 학창시절을 내내 만년필로 보냈다.</span></p> <p style="margin-top:0px;margin-bottom:0px;color:#333333;font-family:'돋움';"><span style="font-size:11pt;"> </span></p> <p style="margin-top:0px;margin-bottom:0px;color:#333333;font-family:'돋움';"><span style="font-size:15px;line-height:22px;"> 만년필을 쓴다고 하면 보통 반응은 두가지다. 신기해 하는 사람들과, 돈낭비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 사실 돈낭비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틀린것은 아니다. 현대에는 300원자리 볼펜만 사더라도 한두달 넘게 넉넉하게 잘 필기를 할 수도 있고, 사지 않더라도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볼펜만 계속 쓰더라도 사실 평생 쓰고도 모자랄 것이다. 그만큼 필기구라는 것은 우리에게 친숙 이상으로, 너무나도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별다른 가치 없는 물건이 되어버리고 말았다.</span></p> <p style="margin-top:0px;margin-bottom:0px;color:#333333;font-family:'돋움';"><span style="font-size:15px;line-height:22px;"><br></span></p> <p style="margin-top:0px;margin-bottom:0px;color:#333333;font-family:'돋움';"><span style="font-size:15px;line-height:22px;"> 300원짜리 펜으로 쓰나, 100만원짜리 펜으로 쓰나 쓰는건 다 똑같은데, 뭣하러 그렇게 돈낭비를 하느냐라고 내게 묻는다면, 나는 그저 씨익 웃고 말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이것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만년필을 수집하는 나도 그것이 '돈낭비' 라는 것에 대해서 부정해보라고 하다면, 딱히 반박 할 수가 없다. 튼튼하고 잘 망가지지도 않고 오래가는 300원짜리 볼펜, 그리고 비싸고 떨어뜨리면 망가지는, 잉크를 지속해서 충전해서 써야하는 만년필을 '상식적'인 면에서 비교하자면, 백에 구십구는 싼 볼펜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span></p> <p style="margin-top:0px;margin-bottom:0px;color:#333333;font-family:'돋움';"><span style="font-size:15px;line-height:22px;"><br></span></p> <p style="margin-top:0px;margin-bottom:0px;color:#333333;font-family:'돋움';"><span style="font-size:15px;line-height:22px;"> 사실 그 차이를 만들어내는것은 필기감으로 대표되는 감성적인 면일 것이다. 직접 손에 잉크를 묻혀가며 잉크를 충전하고, 글을 하나하나 써가면서 느껴지는 펜들의 각기다른 필기감, 그 모든것들이 복합적으로 적용되어 '감성'이 묻어난다. 느긋하게 만년필에 잉크를 충전하고, 내가 좋아하는 글을, 내가 좋아하는 필기감으로, 차근차근 써 나가는 것만큼 행복한 시간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비오는 날에는 묵직한 대형기를 쓰고 싶고, 가볍게 쓰고 싶은 날에는 포켓만년필로 필기를 하고, 우울한 날에는 사삭거리는 펜으로, 또 기쁜 날에는 부드러운 펜으로, 그렇게 기분에 따라, 감정에 따라 느껴지는 필기감이 다르고, 또 그 모든 감각들이 내게는 소중한 감성으로 다가온다.</span></p> <p style="margin-top:0px;margin-bottom:0px;color:#333333;font-family:'돋움';"><span style="font-size:15px;line-height:22px;"><br></span></p> <p style="margin-top:0px;margin-bottom:0px;color:#333333;font-family:'돋움';"><span style="font-size:15px;line-height:22px;"> 잉크를 충전할때는 행복해진다. "이 잉크는 어떤 색을 보여줄까? 흐름은 어느정도일까?" 등등 이런 생각들은 두근거리는 기대함을 선사해준다. 또 새로운 만년필을 잡았을 때, "이 펜은 어떤 필기감을 보여줄까? 얼마나 부드러울까? 아니면 사각거리려나?" 라는 물음들이 또 마음속의 감성에 불을 지핀다. 기대감, 두근거림, 그리고 그것으로 하여금 얻는 행복함. 그런것들이 있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서 만년필이라는 것은, 정말 친한 친구라는 느낌이다.</span></p> <p style="margin-top:0px;margin-bottom:0px;color:#333333;font-family:'돋움';"><span style="font-size:15px;line-height:22px;"><br></span></p> <p style="margin-top:0px;margin-bottom:0px;color:#333333;font-family:'돋움';"><span style="font-size:15px;line-height:22px;"> 마냥 오랜 친구처럼 계속 내 옆에서 함께한다. 내 손에만 와서 10년, 아마 그 윗대로 가면 50년은 훌쩍 넘겼을 파카51도, 그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가며 역사를 기록해왔을 것이다. 아마 위대한 철학가일 수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작가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아니면 공부하는 학생이었을지도 모르고, 가정주부였을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들이 과연 내 손에 있는 이 펜을 써 왔는지는 모르겠지만은, 그들의 인생을 소중하게 적어내려가며 간직해왔던 그 펜의 가치라는 것은 정말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귀한 것이다. 이 펜으로 써 내려왔을 수많은 글들, 그 글들이 모두 이 펜 한자루에 담겨있다고 생각하면, 그 벅찬 감동을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있을까.</span></p> <div><span style="font-size:15px;line-height:22px;"><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15px;line-height:22px;"> </span><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502/1425106946P1ADDisfkLtjsCkiZoj.jpg" alt="IMG_0559.jpg" class="chimg_photo" style="border:none;width:480px;height:641px;"></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502/1425106948aE9Ag5NGQ4RrdA6LI76mcRDQZSiM.jpg" alt="IMG_0562.jpg" class="chimg_photo" style="border:none;width:480px;height:640px;"></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502/1425106950cBF24qybq3G2O2.jpg" alt="IMG_0563.JPG" class="chimg_photo" style="border:none;width:480px;height:360px;"></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502/1425106952fZnBFQr64dwP.jpg" alt="IMG_0564.JPG" class="chimg_photo" style="border:none;width:480px;height:360px;"></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15px;line-height:22px;"><br></span></div> <div> <p style="margin-top:0px;margin-bottom:0px;color:#333333;font-family:'돋움';clear:none;float:none;"><span style="font-size:11pt;"> 지금 나와 함께하고 있는 펜들이다. 거의 대다수가 1950년대, 60년대에 만들어진 빈티지 만년필들이다. 족히 60년은, 한사람의 인생을 통째로 같이 적어왔을 것이라고 해도 부정할 수 없는 세월이다.</span> <span style="font-size:11pt;">몇자루를 들이고 또 내보내기를 반복하면서, 남아있는 녀석들은 이녀석들이다. 이녀석들중에 한 녀석을 포기하라고 한다면 도저히 선택할 수가 없다. 몇자루를 팔때마다 이 펜으로 적어온 것들에 대한 기억들이 지나가는데, 아무렴 이렇게 역사를 간직해온 녀석들과, 또 나와 계속 함께해온, 나의 글을 적어온 이녀석들은 어떠랴.</span></p> <p style="margin-top:0px;margin-bottom:0px;color:#333333;font-family:'돋움';clear:none;float:none;"><span style="font-size:11pt;"><br></span></p> <p style="margin-top:0px;margin-bottom:0px;color:#333333;font-family:'돋움';clear:none;float:none;"><span style="font-size:11pt;"> 오늘도 나는 만년필로, 내 인생을 적어나가고는 하겠지만.</span></p></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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