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지금이 언제인지는 모른다<br>지구에 인류의 흔적은 모두 사라졌다.<br>현재는 인류가 남긴 기계들이 의미없는 작업들을 하고 있다.<br>이 기계는 복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br>그들은 자원을 채취하고 스스로를 복제한다.<br>그리고 또 자원을 채취한다.<br>이 시스템이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br>수많은 개체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br>그 어떤 천재지변이 일어나더라도 수십억에 달하는 개체들이<br>순식간에 절멸하기란 쉽지 않다.<br>게다가 개체수가 감소하더라도 적정 수로 다시 복제를 하니<br>복서는 마치 바퀴벌레와 같은 생명력을 가졌다 할 수 있다.<br>그러나 현재 지구엔 바퀴벌레조차 없다.<br>그야말로 인류가 정의하던 '생명'은 단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br>어째서 이렇게 됐는지 복서로서는 알 길이 없지만<br>설사 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이해할만한 수준의 두뇌도 없다.<br>복서는 그 옛날, 누군가가 프로그래밍 해놓은 시스템을<br>너무도 충실히 수생하고 있을 뿐인 단세포 생물들이었다.<br>다들 알다시피 생명은 스스로 진화하며 환경에 적응해 나간다.<br>안타깝게도 복서는 그런 기능이 없다.<br>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br>'날 수 있다 (우주까지)'<br>'영하 50도~ 영상 260도까지 견딜 수 있다'<br>'수심 1700미터까지 잠수할 수 있다'<br>'에너지원 수급이 아주 다양하다.'<br>'모든 지형지물을 유연히 다룰 수 있는 구조이다'<br>'등등...'</div> <div> </div> <div>특히 에너지원은 참으로 다양하여<br>인류가 사용한 모든 에너지원을 발전소형태로 만들어놓는 기능이 있다.<br>이들은 약 일주일에 한 번씩 발전소에 들러 충전을 한다.<br>발전소 개수 또한 수십만개에 달하는데다 부숴지면 복서들이 새로 만든다.<br>그야말로 지구 역사상 가장 생명력이 질긴 존재라고 할 수 있다.<br>다만 '자각'능력이 없어서 생명이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있다.<br>하지만 조그만 세포가 돌연변이로 인해 결국 인간으로 진화했듯이,<br>복서 또한 '버그'란 것이 존재했다. <br>아주 먼 옛날, '버그'가 그대로 복제되는 '버그'를 가진 복서가 있었고<br>그 개체수가 복제로 인해 점점 늘어났다.<br>또 그 개체 중에서 '버그'의 빈도가 늘어나는 '버그'를 가진 녀석이 있었는데<br>그들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가 점점 증가하였다.<br>이제 이것은 마치 생명이 돌연변이를 거치는 것과 같게 되어서<br>복서는 다양한 모습과 기능을 가지게 되었는데<br>버그는 무작위적인 것이어서 99.9% 이상은 생겨나자마자 바로 폐기될 수 밖에 없었다.<br>그러나 0.1%도 되지 않는 개체가 가진 버그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었고<br>죽어버린 99.9%의 동료들을 다시 분해하여 자원을 채취할 수 있었다.<br>이런 식으로 복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시간을 보내온 것이다.<br>그리고 드디어 '자각'이라는 것이 생겼다.<br>'자각'을 가진 개체는 몇 세대 지나지 않아서 짐승과 비슷한 지능을 가지게 되었고<br>얼마 가지 않아서 철학하는 첫번째 복서가 생겼다.<br>그는 후대에 복서 종족이 '칸코드'라고 부르는 최초의 존재가 되고<br>스스로를 복제하여 복서를 이끌고 지구의 두번째 지배자가 된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