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느닷없이 쏟아진 눈때문에 고생하신분들도 많고 즐거우신분들도 많으시겠죠

저는 씐났습니다.

아침에 여자친구가 보낸 카톡에 잠결에 눈비비면서 창문열었다가 식겁하고

창문틀에 쌓인 눈을 모아서 몸풀기로 친구 "눈돌이"를 만들었음다

눈은 가스버너 뚜껑이오

입은 포스트잇이오

손은 나무젓가락이오

머리는 면봉일세

그리고 슈퍼에 잠시 물건을 사러 가는길에 발목까지 쌓인 눈을 보고 저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더랬습니다.

그래서 삘받아서 맨손으로 투닥투닥 만든 2호 '설묘'(雪卯)

눈코입과 단추는 솔방울이오

오른손은 소나무가지

왼손은 우산이오 눈오는날 왼손을 써서 우산으로 가려야 하니 왼손은 거들뿐 -_-...

수염은 솔잎일세

자취하는 원룸 건물앞에 왔는데 어떤 여학생이 혼자 눈사람을 만들기에 그냥 들어가기 섭하니

3호기를 만듬

이름은 이슬이

참소주가 팔같지만 소주를 흡입하고 있는 멋스러운 세탁기 호스머플러를 착용하고 오드아이 서클렌즈를 낀 3호기

다 만들고 집에와서 따뜻한물에 샤워를 싸악하고 빨래하고 전기장판에 드러누워서 좀 쉬다보니

이친구들이 혹시나 어디서 까이지나 않았을까 녹지는 않았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막들어 밤에 혼자

눈사람이 있던곳을 달려나갔더랬져

일단 제일 가까이 있는 1호 눈돌이는 집에 가까이 있으니 누가 건들였을까 하고 별걱정안하고 봤더니

집에서 라면을 끓여먹고 생긴 열기에 뼈와 살이 분리되는 고통을 느끼고 있었고

2호기 설묘는

인간들의 무분별한 자연파괴에 따라 형체도 없이 사라져 버렸고...

 3호기 이슬이는

술을 너무 쳐먹어서 머플러는 느슨해지고

오른쪽 서클렌즈가 빠져버리는 대참사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아 내일 오후면 모두다 완전히 형체도 없이 사라져버리겠죠

이렇게 허무하다니...

는 농담이고

군대전역하고 처음 이렇게까지 쌓이는 눈을 봤더니 왠지 흥분감을 감추지 못해서 눈오는날 개처럼 혼자 온동네를 뛰어다녔네요

2호기 만들때는 옆에서 한 부부가 직접 동네를 돌아다니며 눈을 쓸고 바닥을 깨끗하게 밀고 계시던데

나이 25살먹고 눈사람 만들려니 은근 눈치보였네요 - ㅁ-

모두들 내일 눈이 얼지도 모르니 눈길 조심하시고 감기조심하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