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9살에 결혼했습니다. 아내는 27살이었어요. <div><br></div> <div>결혼하고 그해 겨울 큰 아이가 생기고 결혼 다음 해에 큰 딸을 낳았어요. </div> <div><br></div> <div>결혼 초기 아내는 요리도 잘 못하고 집요리에 대한 애정도 많이 않았어요. </div> <div><br></div> <div>그래도 기다렸어요. 가끔 해주는 음식마다 맛있다고 과장 섞인 칭찬도 빼놓지 않았구요. </div> <div><br></div> <div>집안일 분담을 가지고 다투기도 했어요. </div> <div><br></div> <div>빨래를 누가 많이 하니, 빨래 널어 놓은 거 누가 개는가, 왜 함께 밥 먹을 때 물 다 마신 컵에 마신 사람이 물을 붓지 않는가 등등. </div> <div><br></div> <div>아주 사소하지만 중요한 그런 일들. </div> <div><br></div> <div>첫째 딸이 두 돌이 될 무렵 둘째 딸이 태어났습니다. </div> <div><br></div> <div>아이를 데리고 전세로 2년마다 집을 옮기는 일은 못할 일이더라구요. 빚을 좀 내서 작지만 아담한 집도 샀습니다. </div> <div><br></div> <div>첫째 딸은 폐가 약해서 늘 기침 감기로 속을 썩이고 </div> <div><br></div> <div>둘째 딸은 고집이 세서 늘 속을 썩이더니 </div> <div><br></div> <div>여섯 살과 네 살이 된 지금, 둘도 없이 사랑하는 자매로 늘 붙어 다닙니다. </div> <div><br></div> <div>아이들끼리 노는 모습을 보며 커피 마시고 책 읽을 날이 우리 생에 있을까, 하며 아내와 머리 맞대며 힘내자던 게 엊그제 같은데</div> <div><br></div> <div>이제 주말이면 두 딸은 엄마 아빠는 거들떠도 안 보네요. </div> <div><br></div> <div>거실에서, 자기들 방에서, 베란다에서 끊임없이 뭔가를 합니다. </div> <div><br></div> <div>아빠도 되고, 엄마도 되고, 어린이집 선생님도 되고, 학생도 되고, 아기도 되고, 괴물도 되고 온갖 세상의 모든 것이 됩니다. </div> <div><br></div> <div>문득 어느 주말 오후, </div> <div><br></div> <div>넷이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일어나 </div> <div><br></div> <div>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놀고</div> <div><br></div> <div>제가 내린 커피를 한 잔씩 나눠 들고 쇼파에 앉아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div> <div><br></div> <div>눈물이 날 뻔 했어요. </div> <div><br></div> <div>지금 이 일상이 너무 행복하고 좋아서. </div> <div><br></div> <div>저도 아내도 분명 부족하게 시작했어요. 둘다 약한 구석이 있고 둘다 지기 싫은 부분이 있고 둘다 모자란 구석이 많은 사람들이었지만 </div> <div><br></div> <div>서로가 서로를 채워 나갔습니다. 채우다 채우다 못 채운 곳은 딸들이 채워 주더라구요. </div> <div><br></div> <div>첫째 딸은 그림마다 엄마아빠 고마워요, 사랑해요, 좋아요를 무한 반복 써 놓고 </div> <div><br></div> <div>둘째 딸은 잘 때 아빠 손가락을 잡지 않으면 잠을 못 자고, 엄마가 놀러 나간 날이면 엄마 없다고 울어대는 사랑하는 울보입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음, 결혼은 </div> <div><br></div> <div>조금만 양보하고 조금만 배려하며 살다보면 빈 곳보다 더 많이 채울 수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결혼하세요. </div> <div><br></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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