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고등학생일 때의 일입니다.
친한 친구와 둘이 찜질방에서 자기로 하고
만화책을 잔뜩 빌려다가 찜질방에서 웃고 떠들고 한참을 놀았습니다.

평일이었던지라 찜질방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누워서 자는 사람이 서너명뿐이었으니까요.
아무튼 만화책을 다 본 친구와 저는 락커안에 만화책을 넣어두고 찜질방 내부에 있는 여성전용수면실로 향했습니다.
거기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한 쪽 구석에 자리잡고 친구랑 둘이 마주 본 상태로 누워서 잠을 청했지요.
그때가 이미 새벽 1시에서 2시 넘어가는 사이인지라 전 금방 잠들었습니다.


덧붙이자면 전 잠을 정말 깊게 자는 편입니다.
잘 깨지도 않고, 잠투정도 무척 심합니다.
진짜 자다가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ㅋㅋㅋㅋ


몇시간쯤 흘렀을까
친구가 절 조심스레 깨우더군요.
잘 떠지지도 않는 눈을 비비며 떠보니 저희 옆에는 어떤 아저씨가 누워있더라고요.
마른 숨을 들이쉬고는 친구와 살살 수면실을 빠져나왔습니다.
이때가 5시를 좀 넘긴 시간이었습니다.


친구의 말을 들어보니 잠결에 무슨 소리를 들었답니다.
제가 끙끙대는 소리를요.
친구는 그 소리에 잠에서 깨서 제쪽을 봤는데
아까 그 아저씨가 제 옆에 바싹 누워있었더랍니다.
아저씨 뭐하시냐고 물어봐도 잠꼬대인양 웅얼거리면서 제 옆에서 떨어졌다고요.
차마 그 옆에서 다시 잘 수 없었던 친구는 절 깨워 밖으로 나온겁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몰라도 제 허벅지엔 빨간 멍자욱이 남아있었습니다.


..그후로 찜질방에선 잠을 자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