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입김 나는 이른 아침
투박하게 입은 털옷이
집시처럼 어수선 하였다.
불편하기 짝이 없는 벙어리 장갑에서
손을 꺼내어 호오..하고 입김을 불어본다..

시린 얼굴에 붉게 얼어붙은 빰..
털모자 사이로 작고 보드랍고 하얀 얼굴이
빼꼼히 차있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굼뜨고 느린 행동으로
느리지만 착실하게 한 동작 한 동작
무언가를 해내었다.

주섬 거리는 손이 주머니와 가방, 장갑을
오가더니 핸드폰을 꺼내어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었다.

'어디세요? 저 지금 집 앞인데..'

답장을 기다리며 폰을 만지작 거리는 자그마한 손이
붉게 얼었다.

답장은 오지 않았다.
곧 작고 아담한 그녀의 등 뒤로
길고 가녀린 손..남자 손이라고 하기엔
섬세해 보이는 그 손이 그녀의 머리 위로 얹혀졌다.

말 없이 그녀를 지나 앞장 서는 남자의 뒤로
그녀가 종종 걸음으로 따라 나섰다.
겨우 따라 붙은 그녀가 남자의 팔을 붙잡아 매달렸다.
남자는 말 없이 팔을 내어주고 그대로 둘은 걸었다.

차에 올라타자 모자와 칭칭감은 목도리를 벗은
그녀가 가픈 숨을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