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 그래비티 x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 {닥터후(벽난로 속 소녀) x 건버스터 x 스즈미야 하루히} + 콘택트 + zz건담(아무로)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1968년, 닥터후가 1963년, 스타트렉이 1966년... 솔직히 우주를 소재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거의 다 나왔다고 해야겠죠... 그 이전에 sf 3대장이 쓴 소설까지 친다면 sf의 역사는 50년은 넘었가는데 아직도 할 이야기가 많다면 작가들이 게으른 거니간요.
그런데 성경 이후로 (크흠 성경도 뭐..) 완벽한 창작은 없다는 말처럼 sf장르 역시 독창적이어야만 하는 이유도 없겠죠. 소재와 주제는 같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요리하냐가 중요한 문제입니다. 김치찌개 하나도 흔하디 흔한 요리이고, 재료도 별 다를게 없지만 내가 만드냐, 엄마가 만드냐에 따라 천지차이인 것처럼 놀란도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이제와서 인터스텔라를 이야기 하는 것이 멋쩍긴 하지만 인터스텔라는 씹고 뜯어도 또 먹을게 남는 영화라서요...
입 벌리고 감탄한 장면이 3 번. 안구에 습기 찬 것도 3번 정도 되네요. 입을 벌리든 울든 관객들도 다같이 그러니깐 부끄럽진 한더군요. ㅋ 토성, 웜홀, 사상의 지평선/ 상대성 이론, 유레카, 외롭게 기다리는 사람...
놀란은 확실히 관객의 이성과 감성을 가지고 노는데 도가 튼 사람이 분명합니다. 땅을 접고, 병원이나 축구경기장을 부수거나 가혹한 논리실험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인간의 선함을 연인, 가족, 평범한 영웅을 통해 보여줍니다.
스펙타클한 영상, 가혹한 논리적(윤리적)선택, 선한 사람들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구원 받음... 이것들이 제가 생각하는 놀란의 문법입니다. 인터스텔라는 놀란의 9번째 영화로 이러한 문법에 가장 철저한 영화였습니다. 본 사람들이라면 자연스럽게 떠올리실 것 같습니다. 뭐 제 글을 얼마나 보겠냐만은... 다만 안타까운 것은 '사랑'이라는 키워드를 앤해서웨이의 장광설로 너무 노골적으로 들어내 버린 점입니다. 안그래도 촌스러운 '사랑'이라는 주제를 가장 촌스러운 방법으로 전달하려고 하니깐 관객은 헷갈리게 됩니다. 내가 과학영화가 아니라 동남아시아 1년 GDP와 맞먹는 제작비를 가진 가족영화를 보는 것이라고 느껴집니다. 놀란이 가족영화를 만들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가족끼리 보면 좋은 가족을 다룬 영화) SF팬에게는 못내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자뭇 SF라 하면 인류의 운명. 인류의 진화, 기원 등 실존을 다루는 장르였습니다. 그런데 놀란은 지금까지 이루어낸 SF의 자산을 빼돌려서 자기가 만들고 싶은 미국식 가족주의 영화를 만든 것 같습니다. 제가 엄청난 SF팬도 아니고 평론가도 아니지만 맨 위에 나열한 작품들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인터스텔라에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이것 역시 SF장르가 진화하는 과정이라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뭐 '크리스마스에 혼자 보지 말고' '누군가와 같이 봤다면' 인생작이 됬을 듯도 하네요. 2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