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008년 이맘떄 제가 어딘가에서 봤던 글입니다.</P> <P>블로그에 담아놨던 글인데.. 다른이가 봐도 </P> <P>괜찮을 것 같단 생각에 (뒷북일지라도..) 올려봅니다.</P> <P>요즘같이 살기 힘든 세상에서 주위를 둘러 보게 하는 글인거 같네요..</P> <P><BR>------------------------------------------------------------------</P> <P>10년 전 나의 결혼식이 있던 날이었다.</P> <P>결혼식이 다 끝나도록</P> <P>친구 형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P> <P>이럴리가 없는데....</P> <P>정말 이럴리가 없는데..</P> <P>식장 로비에 서서</P> <P>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형주를 찾았다.</P> <P>형주는 끝끝내 보이지 않았다.</P> <P>바로 그때</P> <P>형주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쉬며</P> <P>예식장 계단을 허위적허위적 올라왔다.</P> <P> </P> <P>"철환씨, 어쩌죠. 고속도로가 너무 막혔어요. 예식이 다 끝나버렸네..."</P> <P> </P> <P>"왜 뛰어왔어요... 아기도 등에 업었으면서... 이마에 땀좀 봐요."</P> <P> </P> <P>초라한 차람으로 숨을 몰아쉬는 친구의 아내가</P> <P>너무 안쓰러웠다.</P> <P> </P> <P>"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 죄송해요.."</P> <P> </P> <P>친구의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P> <P>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 등 뒤의 아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P> <P>친구가 보내온 편지를 읽었다.</P> <P> </P> <P> </P> <P><철환아 형주다. 나 대신 아내가 간다.</P> <P>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P> <P>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사가</P> <P>이 좋은날, 너와함께 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P> <P> </P> <P>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분유를 굶어야 한다.</P> <P>철환이 너와 함께 할 수 없어 내 마음 많이 아프다.</P> <P>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P> <P>온 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천원이다.</P> <P>하지만 슬프진 않다.</P> <P> </P> <P>잉게 숄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을</P> <P>너와함께 읽으며 눈물 흘렸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기에</P> <P>나는 슬프지 않았다.</P> <P> </P> <P>아지랑이 몽기몽기 피어오르는 날</P> <P>흙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P> <P>너와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있었기에</P> <P>나는 외롭지 않았다.</P> <P> </P> <P>사자바람 부는 거리에 서서</P> <P>이원수 선생님의 <민들레 노래>를 읽을 수 있으니</P> <P>나는 부끄럽지도 않았다.</P> <P>밥을 끓여먹기 위해 거리에 나 앉은 사람들이 나 말고도 수천 수만이다.</P> <P>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P> <P> </P> <P>"철환이 장가간다.. 철환이 장가간다... 너무 기쁘다."</P> <P> </P> <P>어제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밤하늘의 오스스한 별을 보았다.</P> <P>개 밥그릇에 떠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P> <P>가슴을 파고들었다.</P> <P> </P> <P>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 들려보낸다.</P> <P>지난 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P> <P>신혼여행가서 먹어라.</P> <P> </P> <P>철환아, 오늘은 너의 날이다. 마음껏 마음껏 빛나거라.</P> <P>친구여... 이 좋은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해다오.</P> <P>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P> <P>해남에서 형주가...></P> <P><BR>편지와 함께 들어있던 축의금 만 삼천원...</P> <P>만원짜리 한장과 천원짜리 세장...</P> <P>형주가 거리에 서서</P> <P>한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P> <P>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P> <P> </P> <P>"형주 이놈, 왜 사과를 보냈대요. 장사는 뭐로 하려고...."</P> <P> </P> <P>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P> <P>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P> <P>새 신랑이 눈물 흘리면 안되는데...</P> <P>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할 텐데,..</P> <P>이를 사려 물었다.</P> <P> </P> <P>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 형주가 마음 아파할까봐</P> <P>엄마 등 뒤에 잠든 아가가 마음 아파할까봐</P> <P>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P> <P>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P> <P>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P> <P>어깨를 출렁이며 울어버렸다.</P> <P>사람들 오가는</P> <P>예식장 로비 한 가운데 서서...</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