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7일 10개월여의 공백을 깨고 정규 2집 'R U Ready?'로 컴백했던 러블리즈. 음반 판매는 러블리즈 역사상 최고의 판매치(4만 5992장, 가온총판)를 기록했다. 초동은(음반 발매 일주일동안의 판매량 - 사실상 음반판매 성공여부가 여기서 결정된다.) 2만 4500여장(한터기준)을 판매, <걸그룹 초동 2만장 클럽>에 당당히 입성했다.(이것이 의미가 있는 것은 초동 2만장을 돌파한 기록을 가진 걸그룹 모두 음악방송에서 1위를 했다는 것이다.)

러블리즈의 정규 2집 타이틀은 'WoW!(이하 와우)'였다. 지난 어 뉴 트릴로지(신 삼부작) 타이틀 '데스티니(나의 지구)'를 함께 했던 윤상-원피스팀과 전간디 작사가의 두번째 합작품이었다. 전간디 작사가는 전작 데스티니에서 잔인한 짝사랑의 현실을 천체물리학으로 풀어낸 독창적인 가사를 선보인 바 있다. 이는 인터넷 주요 커뮤니티에서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와우의 경우 가사에 재미를 느낄 수 있게 "깜빡깜빡,간질간질,깜짝깜짝" 등 의태어와 "몰라몰라","쟤이뻐 얘이뻐"등 화자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후크를 노래 곳곳에 배치했다. ('몰라몰라'는 부끄러운 감정을, '쟤이뻐,얘이뻐는 질투의 감정을 나타낸다.) 타이틀 와우가 공개되자 즉시 곡에 대한 호불호가 갈렸다. 불호측에서는 윤상이 여러 장르가 섞인 기묘한 후크송을 들고 나왔다고 했다. 반면 단조 데스티니보다 밝은 곡이고 윤상 특유의 꽉 채워진 사운드와 더불어 러블리즈의 목소리마저 악기가 되어 들으면 들을수록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곡이라는 것이 호측의 반응이었다.

필자도 윤상의 시그니처인 베이스 기타 사운드 하나만큼은 확실히 든든히 받쳐주고 들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와우는 대중들에게 다소 난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이라이트 부분은 전작 데스티니의 단조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 변조(장조와 단조를 오감)는 러블리즈 하면 떠오르는 아츄에서도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브릿지였고, 하이라이트는 밝은 장조였다. 데스티니는 아예 단조로만 구성되었고, 와우는 포인트를 단조로 한 것이다. 이에 컴백 무대에서 선보인 수록곡 'Cameo'가 타이틀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반응도 나왔다. 

한편 이번 정규 2집은 러블리즈의 예의 앨범들과 마찬가지로 수록곡으로만 남기엔 아깝다는 노래들이 타이틀 와우 포함 11곡으로 이번 2집 앨범에 실렸다. 지애와 지수가 듀엣을 이룬 보사노바곡 '나의 연인', 이별 후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표현한 'Night and Day', 원피스표 감성 발라드 '새벽별' 등 멤버들의 다양한 조합과 장르로 역시 믿고 듣는 고품격 음반이라는 찬사가 나왔다. 와우 활동은 악재도 따랐다. 멤버 예인의 부상과 최대 음원 사이트인 멜론에서 1시간 동안 차트가 누락되는 사고가 음원공개 당일 발생한 것이다. 

정규 2집 활동은 러블리즈 팬덤의 높은 충성도를 다시 한번 입증하는 계기였다. 러블리즈는 겨울콘서트 '겨울나라의 러블리즈' 3일 공연에서 6600여명을 동원했다. 또 10개월의 공백기가 무색하게 팬덤은 기다렸고,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러블리즈 사상 최고의 음반판매량으로 팬덤의 화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와우활동은 높은 음반 판매량에 비해 다소 저조한 음원성적으로 마감된다. 그렇게 10개월의 공백기에 비해 다소 짧은 활동기간이라 느껴졌을 무렵, 리패키지가 나온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바로 5월 2일 리패키지로 러블리즈가 전격 컴백한 것이다. 티저사진은 '어 뉴 트릴로지'의 그것을 연상시키며 데스티니 느낌의 곡이 나오지 않을까하는 조심스러운 예상도 있었다. 또 타이틀은 러블리즈 노래의 가장 주된 테마인 '짝사랑'의 또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하지만 정반대로 짝사랑의 끝, 드디어 이루어진 사랑이 펼쳐졌다.

바로 리패키지 타이틀 '지금,우리'(이하 지우)가 그것. 지우는 신 삼부작중 가장 밝은 톤이었던 것이다. 즉, 최근 3곡의 타이틀중 지우는 가장 대중적인 곡이다. 신삼부작(데스티니-와우-지금,우리)은 '다양한 음악적 시도'로 보여진다. 즉, 단조로만 구성된 데스티니, 급격한 변조와 함께 후크를 가미한 와우,러블리즈 곡(타이틀)중 가장 빠른 비트의 EDM곡인 지우로 신삼부작은 구성된 것이다.

지우는 윤상-원피스팀의 작곡과 아츄를 작사한 서지음의 황금조합이 다시 만난 곡이다. '지금,우리'의 음악적 색깔은 신 삼부작의 수록곡인 전설의 슈가슈가송인 '마음'을 많이 닮아 있다. 마음은 원피스+서지음 조합에 사랑하는 그를 향한 전하고 싶은 조심스러운 마음을 순한글 가사로 예쁘게 표현했다. 지우도 드디어 이루어진 사랑이 믿기지 않는 그녀의 들뜬 마음을 역시 외국어 하나없이 순수하게 표현했다. 마음과의 유사성은 또 있다. 싱그러운 신스음으로 곡의 서막을 여는 것이라든지, EDM의 활용이 그것이다. 또, 곡이 상당히 높은 옥타브로 구성되어 있는 점도 유사점이다.

빠른 컴백에 리패키지(통상 리패키지의 경우 전 앨범의 곡에 신곡 1~2곡을 넣기 때문에 판매량은 떨어지게 된다.)임에도 불구하고 초동 1만 5700여장(한터기준)을 기록하며 계속된 팬덤의 결집력을 보여주었다. 반면 지우 음원은 초반 불안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러블리즈가 음방활동을 하면서 결국 월간차트인(멜론 기준)을 기록했다. 그리고 지우는 5월 16일 SBS MTV '더 쇼'에서 마침내 러블리즈에게 음악방송 첫번째 1위의 영광을 안겨준다. 

<감동을 자아냈던 러블리즈의 첫 1위 / 디스패치>

이렇게 러블리즈에게 첫 1위를 안긴 지우는 노래도 신삼부작중 가장 대중적이지만, 안무가 역대급으로 나온 측면도 컸다. 지우의 안무는 여태껏 러블리즈의 안무중에 가장 여성스럽고 아름다운 동선을 만들어낸다. 이에 최고의 안무를 만들었다며 지우 안무가에 대한 찬사도 나왔다. 또 지우 음악방송 장면은 네이버 캐스트에 공개되고 수십만건의 조회수를 보이며 단숨에 상위권에 랭크되기도 했다. 특히 데스티니에서 계절감과 맞지 않는 노래라는 지적은 이번 지우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만큼 봄에 맞는 싱그러운 노래였다.

하지만 컴백시기에 대선기간이 맞물리며 첫 음악방송이 결방된 점이나 너무 이른 컴백에 좀 더 모일 수 있었던 팬덤의 화력 부분이라든지, 5월 중하순 일본 팬사인회로 인해 국내활동이 잠정 중단된 점 등은 지우 활동에서 마이너스 요인이었다. 또 1집 리패지키 활동의 경우 짧게나마 후속곡 '놀이공원' 활동을 했지만 이번 2집 리패키지 활동은 후속곡 활동없이 다소 흐지부지 끝난 측면이 있다.

<러블리즈 여름콘서트 'Alwayz' 포스터 / 울림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