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쓸데없는....쯧쯧"</div> <div> </div> <div>혀를 차는 소리가 이젠 일상으로 들리는 이 곳. 난 서포의 기타리스트다. 어머니의 병환으로 따라 내려온지 어언 한 달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이 곳 사람들은 내 일에 관심이 많고 걱정도 많이 해주는 듯 하다.</div> <div> </div> <div>수 없이 곡을 쓰고 가사를 입혀 데모CD를 돌려봤지만 그들은 아쉽지만 적합하지 않다는 기계적인 말들만 들려줄 뿐. 나도 내 기타를 바라보며 내가 하는 것이 음악이기는 한가 싶어지기 시작했다.</div> <div> </div> <div>한번은 어머니에게 푸념을 토해봤지만, 어머니는 한심하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천번은 돌려봤니?'라고 말씀하셔 나를 한 없이 부끄럽게 만들었다.</div> <div>미련하게도 요 넓적 바위에 앉아 '쓸데없는'이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현에 손가락으로 스킨쉽을 하고있었다.</div> <div> </div> <div>"그렇게 애무를 해대는데, 너도 나한테 영감을 좀 주렴...."</div> <div> </div> <div>미친놈이 되어가는 기분이었지만, 아무래도 좋은 것 같았다. 차라리 미치는게 낫지 정신이 멀쩡하니 점점더 힘이 들어갔다. 뒷 목이 욱씬욱씬거려 벌러덩 뒤로 누워 하늘을 보니 뜬 구름들이 지나가고 있었다.</div> <div> </div> <div>"뜬 구름...."</div> <div> </div> <div>휘휘 저어 뜬 구름을 잡아 보려 했지만, 그야말로 뜬 구름 잡는 소리였다. 허공의 팔은 그새 지쳐 멍을 때리고 있었다.</div> <div> </div> <div>"아저씬 누구야."</div> <div> </div> <div>와, 지금 나한테 아저씨라고 한 사람은 누구지? 내가 아무리 못나가는 기타리스트라지만 억울했다. 아직 이 면상은 아저씨라고 불리기엔 한 없이 아까운 얼굴이기 때문었기에 더욱 그러했다.</div> <div> </div> <div>"넌 누구야."</div> <div> </div> <div>고등학교 교복..... 사람도 얼마 없지만 학생도 얼마 없는 서포에 고등학교가 있는 것도 신기했지만, 이 동네에 고등학생이 있으리라곤 생각조차 못했다.</div> <div> </div> <div>"난 누구지?"</div> <div> </div> <div>미쳤구나.</div> <div> </div> <div>"네가 알지 내가 아리?"</div> <div> </div> <div>"그렇지?"</div> <div> </div> <div>그 애는 뻔뻔스럽게 내 옆으로 스리슬쩍 마치 길고양이 생선가게 드나들듯 자연스레 내 옆자리에 앉았다.</div> <div> </div> <div>"나, 기타쳐줘."</div> <div> </div> <div>"으응?"</div> <div> </div> <div>뻔뻔한 것 좀 보라... 그래도 내 인생에 콜치는 사람도 처음 더욱이 여자는 처음, 찬찬히 보아하니 예쁘장하니 나쁘지않았다. 생각의 찰나 뒤에서 경찰관 아자씨가 빵빵! 하고 인생 쿠락션을 넣으며 발찌라도 채우지 않을까 무섭기도 했다.</div> <div> </div> <div>"흠흠, 잘 들어봐라."</div> <div> </div> <div>뜸을 살짝 드리며 피크를 부드럽게 현에 가져다 대었다. 찰랑찰랑 마치 엘라...아니 바람에 몸을 맡긴 듯한 나무의 흔들림은 내 노래에 홀린듯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나는 기타와 융화되어....</div> <div> </div> <div>"아, 재미없어.."</div> <div> </div> <div>융화되어 갈 때 즈음, 마른 하늘의 벼락이 그 나무를 태우고 나의 기타를 타고 뇌리까지 바삭바삭하게 태워버렸다. 나는 벙찐 얼굴로 내 심오한 예술의 경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앙칼진 꼬맹이를 쳐다보았다.</div> <div> </div> <div>"다른거 없어?"</div> <div> </div> <div>오기가 났다. 내 비록 이런 내 인생의 지나가는 점과도 같은 아이에게 나의 쏘-울을 바치는 것은 아주 시간낭비이고 하찮은 행위에 불과 하지만 이 아이를 내 팬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도대체 나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이윽고 나의 비장의 곡을 꺼내 들었다.</div> <div> </div> <div>"꼬맹아 잘들어. 어마무시한 곡이야. 아무한테도 잘 안들려준다고."</div> <div> </div> <div>"시끄러."</div> <div> </div> <div>와, 이 아이는 나를 언제봤다고 이렇게 인생의 네가지, 사주없는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어머니는 누구니라는 말이 목젖까지 쫓아와 쏟아 부어버리고 싶었지만 나의 엘리제 기타는 나를 아련히 쳐다보며 나의 베토벤...</div> <div> </div> <div>"언제 시작해? 왜이리 뜸을 드리는거야!"</div> <div> </div> <div>"예예"</div> <div> </div> <div>진지하게 연주를 시작했지만, 아이는 시작한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부터 지루한 표정을 짓고 '기타기타, 이 기타리스트 이상해.'라고 말하는 듯 했다.</div> <div> </div> <div>"벼...별로니?"</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 말이라고 하냐는 듯 나를 쳐다보는 그 아이를 보며, 나는 사명대사가 나를 손에 쥐고 대사! 제가 이 놈을 자괴감에 빠트리려는 걸까요 아닐까요 라고 묻는 것 같았다. 물론 대사는 손뼉을 치며 빠뜨리는 게지요! 라고 말하겠지만....</div> <div> </div> <div>"그래...."</div> <div> </div> <div>나는 단념한 듯 옛날에 묵혀 둔 곡을 들려줬다. </div> <div> </div> <div>그 옛날 여자친구에게 헥토파스칼 킥을 맞은 것 처럼 장렬하게 차이고 소주를 마셔 그 오줌으로 한강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쳐 마시면서 한강변 공원 쪽에서 쓴 곡이었다.</div> <div> </div> <div>" 이거 괜찮..."</div> <div> </div> <div>그 아이는 콧물과 눈물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내 면상을 보니 못볼 것을 본듯 얼굴을 잔뜩 꾸깃꾸깃하게 구겼다.</div> <div> </div> <div>"더러워, 빨랑 닦어."</div> <div> </div> <div>민트색 손수건을 내밀자 나는 염치 없이 받아 열심히 닦았다. 너무 오랜만에 쳐서 그 기억까지 살아난 모양이었다. 더럽혀진 손수건을 내밀자 그 아이는 질색을하며 너나가지라는 손짓을 했고, 나는 아무 말 없이 주머니에 고이 싸서 넣었다. 물론 그 모습을 보며 더욱더 꾸깃해지는 소녀의 미간을 목격했지만...</div> <div> </div> <div>"나 내일 올테니깐, 또 들려줘."</div> <div> </div> <div>하고 소녀는 무심히 뛰어가버렸다.</div> <div> </div> <div>"써글ㄹ...."</div> <div> </div> <div>그러나 내일은 오디션장에 가봐야하는 날이라 일찍 기차역으로 가야했다. 나는 잠시 핸드폰을 바라보며 고민했다.</div> <div>그 바위 위에서 어머니가 미친놈아, 여기서 뭐하고있냐는 말을 꺼낼 때 까지 앉아있었다.</div> <div> </div> <div>'그래 기타를 타자.'</div> <div> </div> <div>방금 난 내일 오디션을 펑크냈다.</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