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노구의 신사가 잠에서 깨어난다.</div> <div> </div> <div>'허억!'</div> <div> </div> <div>그는 이불을 황급히 들춰본다. 틀니는 창가 컵에 담겨져있다. 뻐금뻐금 벙긋벙긋 뭐라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기뻐보인다.</div> <div> </div> <div>머리를 위로 쓸어올리며 다시금 본다. 잘못 본 것이 아니다. 돌아왔다. 모든것이 돌아왔다. </div> <div> </div> <div>기쁘다. 옆에 자는 마누라를 깨운다. 마누라의 틀니는 화장대 컵에 담겨져있다. 졸린데 왜 깨우냐는 손짓을 한다.</div> <div> </div> <div>그는 자신있게 손짓을 해보인다. 맙소사. 마누라는 뻐금뻐금 벙긋벙긋 놀라 횡설수설하는듯 하지만 역시 뭐라 말하는지 모르겠다.</div> <div> </div> <div>아닌 밤중에 벼락이치고 지진이 난듯하다. 곧 아랫집 부부의 단잠을 방해한다. 아랫집 이웃은 이해할 수 없다. </div> <div> </div> <div>아침이 온다. 그는 깨어난다. 꿈이었을까. 너무 달콤한 꿈이었다. 꿈이라고 생각하니 눈물이 한방울 또르르 떨어진다.</div> <div> </div> <div>그는 채념과 함께 시선을 아랫도리로 옮긴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div> <div> </div> <div>꿈이 아니다! 그래 이것은 꿈이 아니다. 그는 달려나가 방안에서 옷을 꺼내입는다. 마누라는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div> <div> </div> <div>달레트 거리, 빠르왕뜨 거리를 지나 흰머리가 나풀거리지만 그건 중요한 일이 아니다.</div> <div> </div> <div>백화점으로 들어가 쓰지도 않던 카드를 꺼낸다. 쫙! 일시불로! 호탕하게 말하는 노신사의 박력에 종업원은 웃는다.</div> <div> </div> <div>발걸음은 솜사탕 위를 걷는듯하다. 경쾌하고 가볍고 딴딴딴. 지나가는 여성들에게 추파를 날린다.</div> <div> </div> <div>그 모습을 어제의 그가 보았다면, 혀를 찼으리라. 하지만 신사숙녀 여러분... 자신감찬 웃음에 여성들은 당황한다.</div> <div> </div> <div>라틴계열 매력적인 웨이브를 넣은 검은 장발 여인이 내 옆으로 묘한 눈빛으로 다가온다.</div> <div> </div> <div>나이는 30이 넘었을까. 노신사의 탄력없는 허벅지에 손을 가져다댄다. 그때만큼은 조금 부끄러웠고, 굉장히 짜릿했다.</div> <div> </div> <div>라틴의 여자의 입에 물린 복숭아조각을 입으로 뺐는다. 달콤하고 부드럽다.</div> <div> </div> <div>갑자기 구름이 끼고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지만 달랐다. 옷은 옷대로 머리는 머리대로 젖는다. 인생의 반가운 손님을 맞이하는 샴페인처럼.</div> <div> </div> <div>지금의 선과 선들은 다시는 만날일 없을 듯 했던 스쳐지나가던 평행선들이 아니었다. 두 개인듯 하나가 되어버린 선들.</div> <div> </div> <div>복부에서 부터 올라와 굳게다문 윗니와 아랫니 사이를 넘어 굳게 포갠 위 아래의 두 입술로 차마 막지 못한 미세한 감정들이 빗소리에 묻힌다.</div> <div> </div> <div>거리에는 아무도 없고 독 무대마냥 나비는 쌍으로 춤을 춘다. 날개 젖는줄 모르고 무아지경에 갇혀버린다.</div> <div> </div> <div>마침내 그리운 땅에 하얀 꽃 한송이 피어나니, 마침내 구름은 개고 강렬한 햇빛만이 남는다.</div> <div> </div> <div>산불이 번져 다 타버린 들판... 하지만 그 위로 어느때 보다 선명한 파란 하늘이 펼쳐져있다. </div> <div> </div> <div>그리고 찢겨진 날개 나비는 아래에서 위로 하늘을 본다. </div> <div> </div> <div>희미해지는 심박, 숨결 무거워지는 쌍커풀...</div> <div> </div> <div>'허억!'</div> <div> </div> <div>노구의 신사가 잠에서 깨어난다.</div> <div> </div> <div>그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끔벅거리는 눈. 내려간 이불을 끌어 올리고 옆에 잠든 마누라를 덮어준다.</div> <div> </div> <div>이불은 가지런하다. 조금 내려갔었던 것일 뿐. 자고일어났을 때 이불이 엉망이었을 적은 빛 바랜 일기장에나 있는 일이었다.</div> <div> </div> <div>눈을 주름이 자글한 두 손으로 가린다.</div> <div> </div> <div>복부에서 부터 올라와 굳게다문 윗니와 아랫니 사이를 넘어 굳게 포갠 위 아래의 두 입술로 차마 막지 못한 미세한 감정들이 창밖 빗소리에 묻힌다.</div> <div> </div> <div>따닥따닥....</div> <div> </div> <div>차마 막지못한 빗물이 노인의 뺨을 타고 내려온다.</div> <div> </div> <div>깊은 어두운 밤이 다가올 나이.</div> <div> </div> <div>새벽의 끝자락을 보기엔 무릎이 시린 나이가 되어버렸다.</div>
아이유 문스타 설현 민아 초아 각키 박보영 박신혜 류시시 유역비ㅇㅇ
고산서고 주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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