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고산에 늙은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div> <div> </div> <div>몸 짓은 보통 고양이보다 컸었으나, 이제는 늙어 그 힘이 예전만 못했다.</div> <div> </div> <div>사냥도 버거워 움직임도 마땅찮아 늙은 고양이는 어찌하면 편하게 먹고 살 수 있을까 궁리를 했다.</div> <div> </div> <div>하늘을 가림막 삼아 가만히 고지에 올라 쥐들의 마을을 지긋이 바라보니, 삼삼오오 몰려있는 그들을 지켜보았다.</div> <div> </div> <div>이윽고 좋은 생각이라도 난 것일까, 고양이는 마을로 가는 길 목에 숨어들어 때를 노렸다.</div> <div> </div> <div>마을의 욕심쟁이라 불릴만큼 물욕,식욕,성욕이 그 으뜸이라 하여 삼욕이라 불리는 쥐가 있었다.</div> <div> </div> <div>그 쥐는 몸은 비대했지만, 머리가 좋아 다른 쥐들을 잘 구슬렸고, 힘이 좋지만 심성이 고약하여 약한 쥐들을 누르기를 좋아했다.</div> <div> </div> <div>그 날도 다른 마을의 약한 쥐들을 착취하여 기세등등하게 자신들의 무리를 이끌고 돌아가는 길이었다.</div> <div> </div> <div>늙은 고양이는 그 때를 기다려 길목에서 덮치니 아연실색하고 혼비백산하여 뿔뿔이 흩어지니 재빠른 쥐들은 도망쳤지만, 삼욕은 몸이 비대하여 잡히고 말았다. </div> <div> </div> <div>자신을 보호해줄 동료조차 없어 자기 혼자 저 거대한 고양이를 상대하려니 망연자실했다.</div> <div> </div> <div>그러나 어째선지 자신을 덥썩 잡아먹질 않고 자기 앞에 쪼그려 앉는게 아닌가? </div> <div> </div> <div>삼욕은 이 노묘가 꿍꿍이가 있겠거니, 나에게 필히 원하는 것이 있으렸다? 이윽고 삼욕은 큰절을 하며 물어 보길.</div> <div> </div> <div>"이곳 서산鼠山의 영묘께서 친히 강림하시니, 이 한낱 미물이 감히 고개를 들지를 못하겠나이다. 어이하여 이런 누추한 곳까지 친히 행차하시었는지요?"</div> <div> </div> <div>"껄껄, 그 놈 말한번 거창하도다. 살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구나. 허나 내 허기가 지니 너를 잡아 먹으렸다."</div> <div> </div> <div>삼욕의 팔다리는 벌벌 떨렸지만 이내 가다듬고 재차 묻기를</div> <div> </div> <div>"소인은 한낱 미물에 불과하오니, 잡아드신들 허기의 반이나 채우시겠사옵니까?"</div> <div> </div> <div>노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div> <div> </div> <div>"네가 내 허기를 채워줄 비책이라도 가지고 있으렸다?"</div> <div> </div> <div>"영묘께선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지 않사옵니까?"</div> <div> </div> <div>노묘는 비스듬히 누워 턱을 괴고는 말하는데</div> <div> </div> <div>"내 답은 알고 있으나, 세세한 방법을 알지 못하니라. 네 놈이 그 방법을 만들어야겠다."</div> <div> </div> <div>"알겠사옵니다."</div> <div> </div> <div>삼욕은 반나절을 영묘에게 그 비책을 설명하니 영묘는 흡족한 듯 웃고는 삼욕에게 심복으로 삼고 영영 해치지 않는다는 약조를 해주었다.</div> <div> </div> <div>이에 삼욕은 세번 크게 절하며 한번 절할 때마다 머리를 세번을 조아리니 과연 그 꼴이 우습기 짝이 없었다.</div> <div> </div> <div>삼욕은 마을로 들어서기 전에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군 다음 일부러 큰 돌에 부딪히여 몸의 사방에 멍이 들게 하였다.</div> <div> </div> <div>이내 의기양양하게 마을로 들어서니 도망쳤던 쥐들이 다가와 어찌 된 일인지를 묻는다. </div> <div> </div> <div>"의리없는 것들, 내 그 노묘를 따돌려 겨우 겨우 도망쳐 나왔느니라."</div> <div> </div> <div>이윽고 그 무리들을 꾸짖으니 다른 쥐들은 부끄러워 낯을 들지 못했다. 마을은 위기의 순간을 극복한 삼욕을 불세출의 영웅이라며 치켜 세웠다.</div> <div> </div> <div>그러자 삼욕은 그들을 모이게 하여 일장 연설을 한다.</div> <div> </div> <div>"내 비록 천운이 강하여 그 노묘에게서 빠져나오긴 했으나, 그 노묘 역시 몸이 늙어 예전 만하지 못하고 손톱과 이빨 또한 옛 강성함을 잃었다."</div> <div> </div> <div>그리고 위엄있게 한번 쭈욱 둘러보니, 다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었다.</div> <div> </div> <div>"내 가진 힘과 지혜, 그리고 우리 마을의 장성한 쥐들의 힘만 있다면, 필시 그 노묘는 비명悲鳴에 죽을 것이다. 그러하니 오늘 결사대를 꾸릴 것이다."</div> <div> </div> <div>그러자 쥐들은 일대 혼란에 빠져 수근대기 시작한다. 그러자 삼욕의 환심을 사기 위해 도망쳤던 쥐들 중 한명인 감설甘舌이 단상에 올라가 말하기를.</div> <div> </div> <div>"내 비록 겁이 많아 돕지 못하고 도망을 쳤으나, 또한 정이 많고 걱정이 되어 풀숲에서 숨어 지켜보았소! 과연 우리의 불세출의 삼욕어르신은 그 노묘의 위협적인 발톱을 요리조리 피하고 어마무시한 이빨을 두 손으로 붙잡아 막아내니 노묘는 苦戰을 면치 못했소이다."</div> <div> </div> <div>감설은 팔을 휘휘 저으며 과장된 몸놀림을 하며 격앙된 목소리로 울부짖었다.</div> <div> </div> <div>"그리고 이내 천운이 따라 노묘는 나무뿌리에 다리가 걸려 낭떠러지로 이리굴러 저리굴로 우당탕탕 저 아래로 사라져버렸으니, 몸이 성치 않을 것이외다!"</div> <div> </div> <div>그러자 쥐들의 수근거림과 근심은 이내 환호성과 전의로 바뀌었다.</div> <div> </div> <div>이내 세 밤이 지나자 쥐들의 군대가 결성되니 그 사기가 하늘을 찌를듯 하였다. </div> <div> </div> <div>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으니 출전 전 날 삼욕은 다리가 부러져 병상에 누어있어야 했다. 이에 그 전날 밤에 감설은 삼욕에게 밤새 무언가를 지시를 받고 세가지 주머니를 받았다. 출정준비가 된 쥐들의 앞에 섰다.</div> <div> </div> <div>"우리 불세출의 영웅 삼욕전하는 병상에 누워 애석하게도 출전치 못했으나, 여념치 말지어다. 신묘한 그 두뇌로 묘책을 내었으니, 두려워할 것이 없느니라!"</div> <div> </div> <div>이에 기세등등하게 출정을 하니 본청의 창문 너머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삼욕의 웃음은 미묘했다.</div> <div> </div> <div>감설은 어제 일러준 밤말골에 이르자 삼욕의 비책주머니를 하나 열어보는데,</div> <div> </div> <div>'밤말골에 이르면 고양이모양의 나무가 보일지니, 그 곳에 이르거든 몸을 피하라'</div> <div> </div> <div>이윽고 감설이 몸이 아픔을 핑계대고 후방으로 물러났다. 군은 전진을 계속하는데, 과연 절반이 묘목의 경계선 반을 넘자마자 갑자기 우르르 하고 군사의 8할이 땅으로 꺼져버렸다. </div> <div> </div> <div>나머지 쥐들이 어안이 벙벙하고 혼비백산할때 산 위에서 노묘가 귀신같이 덮쳐 나머지를 모조리 물어죽이니 감설은 다리가 덜덜 떨리고 눈에는 지진난듯 초점을 맞추지 못하였다. 번뜩 정신이 든 감설은 두번째 주머니를 풀어보는데,</div> <div> </div> <div>'세번째 주머니를 노묘에게 바치라.'</div> <div> </div> <div>노묘가 잡아먹으려고 하는 찰나에 감설은 손을 떨며 세번째 주머니를 노묘에게 바쳤다. </div> <div> </div> <div>그러자 노묘는 웃음을 지으며 종이 꾸러미를 주며</div> <div> </div> <div>"네놈은 당장 마을로 돌아가 이것을 삼육놈에게 바쳐라."</div> <div> </div> <div>그러자 감설이 쥐꼬리가 빠지도록 달려가니 반나절도 안되어 도착했다. 삼육은 그 내용을 읽더니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마을의 중앙단상에 올라가 포고문을 일러주었다.</div> <div> </div> <div>"애석하게도 마을의 장정들이 8할이 잡히고 나머지는 몰살당했다고 한다."</div> <div> </div> <div>그러자 마을의 주민들이 웅성웅성 거리는데, 짐짓 삼육은 눈물을 지어보이며</div> <div> </div> <div>"애석하도다. 과인이 이 다리만 안 다쳤어도 그대들을 지킬 수 있었을 지언데..."</div> <div> </div> <div>그러자 주민들이 방도가 없느냐며 이렇게 죽어야 하는 것이냐며 흐느끼며 하소연을 했다.</div> <div> </div> <div>"그러나 노묘께서 자비롭게도 선착으로 먼저 30명을 뽑아 묘묘골에 도착하는 이를 살려준다고 하였소이다."</div> <div> </div> <div>이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우르르 쥐들은 뛰쳐나가기 시작하는데, 서로 밟고 때리고 난리도 아니었다. </div> <div> </div> <div>그 과정에서 대부분이 밟혀 죽어 30명 남짓한 쥐들과 삼육만이 남게 되었는데 노묘는 그들이 쪼르르 앞에 앉아있었다.</div> <div> </div> <div>"다들 모였구나, 자 다들 이 안으로 들어가라."</div> <div> </div> <div>노묘가 가리킨 곳은 커다란 구덩이었다. 쥐들은 아연실색했으나 이내 길이 없음을 알고는 들어갔다. 삼육은 멀뚱멀뚱 웃고 앉아있었는데</div> <div> </div> <div>노묘가 피식 웃으며 하는 말이</div> <div> </div> <div>"예??"</div> <div> </div> <div>"네놈은 네 동료들을 팔고도 살겠다는 것이냐?"</div> <div> </div> <div>"예?"</div> <div> </div> <div>"참으로 못된놈이로다."</div> <div> </div> <div>하고는 삼육을 냅다 집어 꿀꺽 삼켜버렸다. 과연 간신배의 말로였다. </div> <div> </div> <div>반면 남은 30마리의 쥐들은 살려달라며 아우성을 쳤는데, 노묘는 웃으며 말하길</div> <div> </div> <div>"우민이로다. 자신들의 생각이 없이 혼군을 무작정 따르니 자신들의 죽음을 재촉했구나, 끌끌 너희들은 내 먹이가 될 것이니라."</div> <div> </div> <div>이에 쥐들은 땅을 치며 후회했다. 그러자 지켜보던 노묘는 자기 꼬리를 내밀며 한마리정도는 살려줄 수 있다며 농락을 하려했다.</div> <div> </div> <div>그런데 30마리의 쥐들이 살자고 고양이 꼬리에 모두 달러붙으니 사다리를 잡고있던 노묘는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같이 구덩이에 쓰러졌다.</div> <div> </div> <div>그러자 30마리의 쥐들이 덮치니 노묘 역시 죽자살자 싸우기 시작했다. 30마리의 쥐들이 모조리 도륙이 난 처참한 현장이었다.</div> <div> </div> <div>노묘는 그들을 전멸 시켰지만 늙기도 늙어 기력이 다해 그곳에 쓰러져 죽으니 그들 모두가 공멸 共滅 하고말았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