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요즘 정신적으로 힘들다는 글이 베스트에 많이 보이길래</div> <div>도움이 될까 해서</div> <div>저도 현재 겪고 있는 것 올려 보아요.</div> <div><br></div> <div>결게에 올릴지 <span style="font-size:9pt;">고게에 올릴지</span><span style="font-size:9pt;"> </span><span style="font-size:9pt;">포고게시판에 올릴지 고민하다가</span></div> <div>그냥 맘 편하게 자게에 올립니다.</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작년 11월은 지금까지의 3x해 인생 중 최악의 한달이었다.</div> <div>크게 두 사건이 한꺼번에 터져버렸기 때문이다.</div> <div>지금도 그 여파는 계속 되고 있고...</div> <div><br></div> <div><br></div> <div>결혼하고 1년 넘게 주말부부를 하면서</div> <div>생기면 낳고 안생기면 둘이 즐겁게 살지 뭐 하던 우리 부부의 생활에서</div> <div>10월 거의 끝날때</div> <div>테스트기에 나온 희미한 두줄에 너무 궁금해</div> <div>결게에 질문글도 올리고</div> <div>기대하며 산부인과에 갔더니</div> <div>증상은 임신증상이 맞는 것 같은데</div> <div>아직 아기집이 보이지 않으니 다음주에 다시 초음파로 확인하자며</div> <div>피검사를 하고 돌아왔다.</div> <div>축하합니다!</div> <div>피수치로는 임신이 맞으니 1주일 후 오시라는 연락에</div> <div>아직 확실치 않기 때문에 동네방네 소문은 못냈지만</div> <div>속으로는 내심 기뻐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이틀 후 아침</div> <div>출근길에 피가 살짝 보였지만 착상혈인가보다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일단 출근을 했지만</div> <div>웬지 모를 예감에 걱정이 되어 조퇴를 하고 병원에 갔더니</div> <div>이 증상은 아무래도 불안하다는 설명과 함께 다시 실시한 피검사</div> <div>2~3일 사이에 다시 실시했기 때문에</div> <div>임신이 유지중이라면 검사수치가 확 뛰어야 정상이라는데</div> <div>나는 거의 변화가 없는 숫자...</div> <div><br></div> <div>'화학적 유산'...</div> <div><br></div> <div>의사는 실제로 착상까지 한 것이 아니라</div> <div>테스트기에는 두줄이었지만</div> <div>그냥 생리하듯 지나가는 유산이고</div> <div>유산 축에도 끼지 않는 가벼운 증상이니 너무 안좋게 생각하지 말고</div> <div>주말부부여서 임신이 잘 되지 않아 걱정을 했는데</div> <div>이렇게 수정이 되지 않았느냐</div> <div>두 분의 몸이 건강하다는 증거이니</div> <div>오히려 좋게 생각하라며 위로의 말을 건넸고</div> <div>그때까지도 나도 별 생각없이</div> <div>그래 만약에 초음파로 아기집까지 봤는데 유산했으면</div> <div>엄청 상실감이 컸을텐데,</div> <div>미끄러진 셈 치지.</div> <div>저런. 왜 꼭 자리를 잡지 못했니.</div> <div>아쉽다. 이정도의 가벼운 느낌뿐.</div> <div>만약 태명이라도 지어놨으면 더 슬펐겠지만</div> <div>(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는 시 처럼...)</div> <div>단지 테스트기의 흔적으로 지나갔구나</div> <div>하고 그날만 조금 울적했고 다음날부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오히려 더 활발하게 활동을 했다.</div> <div><br></div> <div>처음 산부인과에 다녀온 날 바로 주문을 해서</div> <div>유산확인 전날 도착한 그 유명하다는 '임신출산대백과'라는 노란 책은</div> <div>배송이 오자마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앞부분을 몇번이고 읽었지만</div> <div>이제는 저 책장 구석에 처박혀 있다.</div> <div><br></div> <div>진짜 그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다.</div> <div>아쉽다. </div> <div>문자 그대로 아쉽다 는 생각이 다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두줄이 나온 날은 마침 주말이어서</div> <div>아침에 바로 남편한테만 테스트기를 보여줬을 뿐,</div> <div>가족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기에</div> <div>다행이다.</div> <div>다음에 다시 노력해보자.</div> <div>그정도로 이번 작은 사건은 끝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더불어</div> <div>전부터 직장에서 몇 달째 지속적으로 겪고 있었던</div> <div>클라이언트의 불만과 요구사항은</div> <div>날이 갈수록 심해졌고</div> <div><br></div> <div><br></div> <div>그것이 시발점이 되어</div> <div><br></div> <div><br></div> <div>11월 말에</div> <div><br></div> <div><br></div> <div>결국</div> <div><br></div> <div><br></div> <div>내 이성은 폭발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직장생활 다 그렇고 그런 거니</div> <div>참고 버텨보리라 생각했지만</div> <div>내 상태가 심상치 않아 보였는지</div> <div>남편의 권유로 처음 정신과에 발길을 향했고</div> <div>의사선생님과 인지치료를 시작한 지 2회가 지난 날.</div> <div><br></div> <div><br></div> <div>직장에서 또다시 스트레스를 받은 나는</div> <div>상태가 갑자기 나빠져</div> <div>호흡곤란과 어지러움 증상을 보이며 바닥에 주저앉았고</div> <div>119를 불러 응급실에 갔지만</div> <div>온갖 검사결과 혹시나 걱정했던 심장쪽이나 다른 신체적으로는</div> <div>이상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고</div> <div>급하게 조퇴하고 찾아온 남편과 함께 오후에 정신과에 찾아가서</div> <div>몇백문항짜리의 검사지를 풀은 결과</div> <div>나는 공황과 중증우울증진단을 받게 되었고</div> <div>그날부터 리보트릴과 렉사프로라는 약도 먹게 되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당분간은 휴직하는 것이 좋겠다는 진단서를 받아</div> <div>직장에 제출하고는</div> <div>짐을 싸서 바로 시댁으로 올라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12월 1월 2월...</div> <div>벌써 3개월이 흘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무조건 빨리 이겨내고 떨쳐내라고</div> <div>격려 아닌 격려를 해주는 친정에서보다</div> <div>오히려 내 병에 대해 이해해주고</div> <div>내가 스스로 헤쳐나갈때까지 기다려주는 시댁에서</div> <div>저녁에 퇴근해 올 남편을 기다리며</div> <div>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게 더 마음이 편하기 때문에</div> <div>나는 친정에 양해를 구하고 시댁에서 계속 지내고 있다.</div> <div><br></div> <div><br></div> <div>그동안 나는 직장에다가 6개월정도 치료를 받으며 쉬겠다는 휴직서를 제출했고</div> <div>시댁 근처에 있는 큰병원으로 진료를 옮겼다.</div> <div><br></div> <div><br></div> <div>처음 11월 12월에는 약 때문인지 잠을 엄청 잤다.</div> <div>깨어 있을 때도 계속 방에 처박혀서</div> <div>침대에 누워 가만히 천장만 쳐다보고 있었다.</div> <div>천장의 무늬가 아지랑이처럼 아른아른 움직이는 것이 신기했다.</div> <div>밥맛도 없어서 두숟갈만 먹어도 속에서 받지 않아 몸무게도 엄청 빠졌었다.</div> <div>지금은 다시 입맛이 돌아와서 몸무게도 평소대로 되돌아왔지만...</div> <div><br></div> <div><br></div> <div>기운 없이 지나가는 시간이 허무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갑자기 이렇게 이상하게 변해버린 내 자신이 한심해보였다.</span></div> <div>감정기복도 엄청 심해서</div> <div>계속 우울해져있다가</div> <div>조금이라도 기운이 생기면</div> <div>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그냥 죽어버려야지 하고</div> <div>진짜 죽으려고 생각한 적도 몇번 있었고</div> <div>실제로 베란다에서 울면서 바닥을 내려다보며 뛰어내릴까 생각한 적도 있었고</div> <div>남편이 보는 앞에서 엉엉 울면서</div> <div>핸드폰 충전기 전선으로 고리를 만들어 머리를 집어넣은 적도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처음 다니던 정신과 의사 선생님은</div> <div>내 병의 가장 주요 원인이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라며 인지치료를 시작했지만</div> <div>새로 옮긴 병원의 의사 선생님은</div> <div>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있었지만</div> <div>내가 유산을 겪었기 때문에</div> <div>호르몬 등 신체적 변화도 있었을 거고 심적인 고통도 컸을 거라고 해서</div> <div>처음에는 새로운 의사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div> <div>시간이 지날수록 받아들이게 되었다.</div> <div><br></div> <div>나도 모르게 임신에 대한 마음이 조급해졌었나 보다.</div> <div>주변 사람들, 친구들과 비슷한 나이에 고만고만하게 결혼하고</div> <div>고만고만하게 알콩달콩 생활하고 있지만</div> <div>평균적인 진도랄까,</div> <div>결혼한 지 1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아이가 없는 우리부부에게</div> <div>주변에서 주는 은근한 압박...</div> <div>나이는 점점 먹어가고 임신의 기미는 없고</div> <div>게다가 주말부부이기 때문에 가능성은 더 희박하고.</div> <div>나중에는 아이 자체에도 스트레스를 받아서</div> <div>마트 같은데 가면 아이가 자지러지게 우는 소리에도 엄청 짜증이 났고</div> <div>그냥 아이들이 재잘재잘 떠드는 소리도 싫고</div> <div>아기, 아이와 관련된 모든 것이 다 싫었던 것 같다.</div> <div>거기에 직장에서 스트레스가 도화선이 되어 불이 확 당겨졌다고나 할까.</div> <div>이젠 다 지나간 일이지만.</div> <div><br></div> <div><br></div> <div>약을 먹은 지 두어 달 쯤 지나니</div> <div>이제서야 일상적인 생활이 약간은 가능해졌지만</div> <div>동네만 한바퀴 걷고 와도 체력이 금방 고갈되어서</div> <div>바로 침대로 가 쓰러져 2~3시간 낮잠을 자야</div> <div>에너지가 다시 충전될 정도였다.</div> <div><br></div> <div>아직 사람이 많거나 시끄러운 곳은 가기 두렵다.</div> <div>그리고 감정컨트롤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div> <div>드라마는 감정소모가 힘들어서 보지 않고 오로지 뉴스만 틀어보고 있다.</div> <div>(요새 하도 뉴스거리가 많아서 매일 봐도 새롭다)</div> <div><br></div> <div>어두운 것이 무서워 방 불을 항상 켜놓고 잠들었다가</div> <div>이제는 수면등을 사서 켜놓고 안대를 끼고 잠이 든다.</div> <div>이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해시키기 어렵고 역설적이긴 한데,</div> <div>어두운 게 무서우니까 불은 꼭 켜고 자야 하는데,</div> <div>불을 켜고 자면 눈이 부셔서 깊게 못 자고 잠을 설치기 때문에</div> <div>안대를 끼지 않으면 안 된다...... 뭐 그런 논리다.</div> <div><br></div> <div><br></div> <div>한달쯤 전부터는 (팬텀싱어 덕분에) 음악을 다시 듣기 시작했고</div> <div>TV프로 다시보기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는 나를 발견했고</div> <div>설거지를 하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지지난주부터는 드디어 약을 줄여서 렉사프로만 복용하기 시작했고</div> <div>내 가방에는 여전히 리보트릴 반알이 비상용으로 들어있다.</div> <div><br></div> <div>약은 자기 직전에 먹어야 하는데</div> <div>아까 12시에 약을 이미 먹은 상태로 글을 쓰기 시작해서</div> <div>오늘 잠자긴 글른 것 같다... 망했다. 벌써 2시라니.</div> <div><br></div> <div><br></div> <div>잠은 여전히 매일 12시간 이상 자고 있지만</div> <div>오후에는 그놈의 포켓몬이 뭔지</div> <div>포켓몬고 덕분에 매일 30분 이상 산책 겸 운동을 꾸준히 나가고 있으며</div> <div>3월부터는 집 근처 문화센터에서 원하는 악기도 배우려고 등록도 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2월의 나의 월간 목표는 혼자서 광화문까지 가 보는 것이다.</div> <div>거기가 포켓스탑의 성지라던데</div> <div>가서 포켓볼도 양껏 충전하고</div> <div>아프기 전에 지역 촛불집회에 딱 한번밖에 못갔는데</div> <div><span style="font-size:9pt;">촛불집회가 끝나기 전에 꼭 가서 참여해 보고 싶다.</span></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아프게 된 지 3개월이 지나서야 이제 내 자신을 되돌아본다.</div> <div>그때 나는 내가 아니었던 것 같다.</div> <div>아니, 나는 나였지만 새로운 나를 발견한 것 같다.</div> <div>그 사이 새해가 찾아왔고, 겨울이 거의 다 지나갔다.</div> <div>앞으로 남은 기간동안 나는 </div> <div>더욱 기운을 내어 알차게 놀아 보려고 한다.</div> <div><br></div> <div><br></div> <div>그동안 직장 다니느라 못해본 것들도</div> <div>체력의 무리가 없는 한에서</div> <div>다 시도해 보고</div> <div><br></div> <div>내면의 에너지를 꽉 채워서</div> <div>다시 복귀할 것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꼭 건강해져서</div> <div>남은 약도 끊고</div> <div><br></div> <div>나중에, 지금을 되돌아보며</div> <div><br></div> <div>그런 때도 있었지...</div> <div>몸과 마음은 정말 힘들었지만 좋은 경험이었지...</div> <div><br></div> <div>라고 회상할 날을 기다린다.</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런 날이 오려나?</div> <div><br></div> <div>왔으면 좋겠다.</div> <div><br></div> <div>--------------------------</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다들 힘 내시고</div> <div>오늘 밤 안녕히 주무세요.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