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안녕하세요 저는 현직 어린이집 교사입니다. 오늘 너무너무너무 멘붕이 오는 일이 있어서 일지도 안쓰고 ㅋㅋ 멘붕게에 왔어요 ㅠㅠ</div> <div> </div> <div>오늘 바깥놀이시간에 아이들이랑 공원에 왔다가 트랙이 있는 공터로 갔어요. 아이들이 그 공터에서 달리기시합도 하고 재미있게 잘 놀거든요. </div> <div> </div> <div>그래서 같이 달리기 시합도 하고 응원도 하고 열심히 놀다가 슬슬 모여서 이동해야 될 것 같아서 </div> <div> </div> <div>"얘들아 우리 이제 가야되니까 한 바퀴만 돌고 모이자!" 하고 외쳤죠. 그 때 공터 산책로로 외국인 한 명이 들어오더라구요. </div> <div> </div> <div>그 땐 뭐 별 생각도 안하고 주변에 벤치도 있고해서 쉬러 왔나보다 했죠.</div> <div> </div> <div>그리고나서 아이들이 몇몇은 제 주변으로 모였는데 남자 친구들 몇몇이 저기 트랙 멀리서 장난을 치는지 올 생각을 안하는거에요.</div> <div> </div> <div>그래서 저는 애들을 모을 작정으로 "얘들아 선생님간다~ 우리 얼른 가자!"하고 주변에 있는 열 명정도의 친구들이랑 달리는 시늉을 하며</div> <div> </div> <div>산책로로 빠져나왔고 나머지 친구들은 다른 선생님에게 맡겼어요. 그렇게 공터를 빠져나와서 작은 언덕을 지나고 나자 </div> <div> </div> <div>아이들이 너무 힘들지 않게 잠깐 벤치에 앉아서 주먹으로 다리도 콩콩 두드리고 쉬는 시간을 가졌어요.</div> <div> </div> <div>그렇게 2분? 정도 있었나, 너무 점심시간에 늦어질 것 같아 다시 아이들을 모아 가운데 운동장같은 광장을 가로질러 입구를 향했습니다.</div> <div> </div> <div>그 때 키가 크고 수염이 잘 정돈되있는? 깔끔한 백인이 한 명 다가오더라구요 "익스큐즈미?"하면서요.</div> <div> </div> <div>그리고는 자기 이름은 00이고 자기는 ㄱ대학교 교수라고 영어로 소개를 했어요. 그러면서 "왓츠유얼네임?" 하더라구요. </div> <div> </div> <div>읭 당황해서 와이? 하고 묻자 다시 한 번 더 자신의 이름과 소속을 이야기하고는 이름을 물었습니다.</div> <div> </div> <div>처음에는 '설문조사인가 나는 바쁜데, 애들이랑 얼른 가야되는데; ' 하며 그냥 갈까 했죠.</div> <div> </div> <div>그런데 그 사람이 다시 제 이름을 묻는 겁니다. 그 때부터 겁이 좀 나더라구요. 그렇지만 요새 외국인들 범죄도 많고ㅠ 며칠 전에 중국인이 칼부림을</div> <div> </div> <div>했다는 뉴스를 접해서 괜히 무서워지고 제 이름을 말했다가는 해코지를 당할 것 같고 해서 '내 이름을 말하고 싶지 않다 왜그러느냐 '하고 짧은</div> <div> </div> <div>영어로 이야기했어요. 그러자 이름을 얘기하라고 말하지 않는다면 어린이집까지 따라오겠다네요? </div> <div> </div> <div>너무 당황스러워서 당신을 믿을 수가 없다고 "아이캔트 트러스트 유" 라고 이야기하고 다시 지나가려고 하는데 교직원증까지 보이면서 </div> <div> </div> <div>이름을 말하라고 말하지 않으면 큰 프라블럼이 생긴다고, 또 언세이프티, 비해이비얼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당신의 행동이 아이들을 위험하게 할 수 도 있다고 한거네요? 완전 미쳤네) </div> <div> </div> <div>당황해서 리스닝도 안되고 다른 선생님도 영어 잘 못한다고 하고 ㅠ 일단 원장님한테 전화를 걸었더니 원장님도 별일이 다 있다며</div> <div> </div> <div>대꾸하지 말고 얼른 어린이집으로 돌아오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부지런히 아이들을 데리고 어린이집으로 가는데 그 사람이 계속 따라오는 거에요.</div> <div> </div> <div>라스트 찬스니, 911이니 막 얘기하면서 여러번 이름을 물었지만 저는 아이들을 챙기면서 그냥 대꾸하지 않았어요. 나 혼자였음 도망이라도 가고 싶은 심정 ㅠㅠ</div> <div> </div> <div>그러다 어린이집이 있는 건물에 도착했더니 주임 선생님도 무슨 일이냐고 하시고 일단 아이들을 안전하게 기관으로 인도하는 동안 제가 밖에 남아 </div> <div> </div> <div>이야기를 좀 하려고 했더니 그 사람이 보스를 만나야겠다며 어린이집 문을 박차고 들어가려고 하더라구요? 진짜 머리 하얘짐..</div> <div> </div> <div>원장님도 심각성을 아시고 일단 나오셨는데 그 사람이 왜인지 말하지는 않고 계속 이름만 물어보는 거에요!!</div> <div> </div> <div>원장님이 영어로 물어봐도 절대 말 안하고 ㅠㅠ 그래서 원장님이 ㄱ 대학교에 전화하는 동안 저는 아이들 밥먹는거 챙기는 데 진짜 눈물이 핑 돌대요.</div> <div> </div> <div>현관이랑 가장 가까운 쪽에 앉아 아이들 챙기면서 귀는 쫑긋하고 있었는데</div> <div> </div> <div>한 10분 넘게 아는 교수님이랑 여기 저기 통화하시다가 ㄱ대학교 매니저?라는 사람이랑 통화가 됐나봐요. 그리고 그 사람을 바꿔줬는데 그제서야</div> <div> </div> <div>이유를 얘기하는데, 제가 그 사람이 들어오는 걸 보고 애들을 챙겨 나오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빴대요. 그래서 자기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 이름이랑</div> <div> </div> <div>소속을 얘기한 건데 제가 너무 경계하니까 더 기분이 나빴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뭐라뭐라 와...</div> <div> </div> <div>그 얘기를 듣고나서 원장님이 절 데리고 그냥 일단 아이들의 안전이 우선이니 사과하고 내가 영어를 잘 못한다, 아깐 너무 긴장했다하고 이야기하라셔서</div> <div> </div> <div>저도 너무 상황을 끝내고 싶기도 해서 다시 현관으로 나갔어요. 그리고 얘기를 하려는데 </div> <div> </div> <div>"노 스피킹, 롸이트 레럴" 편지를 쓰라네요... 와 진짜 화도 나고 어이도 없고 제가 왜 그 사람한테 사과를 해야하는지도 모르고 지가 오해한거면서</div> <div> </div> <div>한국와서 한국말도 제대로 못하면서 교수랍시고 저보고 반성문써오라는 건가 싶어서 눈물이 나더라구요.</div> <div> </div> <div>제가 우니까 원장님이 일단 교사실로 데려가서 그 사람이 자신이 범죄자 취급을 받은 것 같아 인권침해를 느꼈다고 했다며 그냥 유감이라고 편지쓰고 </div> <div> </div> <div>보내자구 해서 그리고 누군가 영어로 보내준 문장을 베껴써서 편지를 썼어요 (당신을 피한게 아니라 시간이 되서 이동한거고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서 오해가 생긴거다, 나는 아이들을 챙길 의무가 있고 영어를 잘 하지 못한다. 일단 오늘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한다 이런 내용..)</div> <div> </div> <div>해탈하고 그냥 이걸 베껴써써 명함이랑 같이 줬어요. 그러니까 아이디카드를 가져오라네요. 알아서 해라 하는 심정으로 운전면허증 가져와 내밀자</div> <div> </div> <div>명함이랑 대조해보고는 편지에 제 친필, 사인까지 받아가고 끝난줄 알았더니 저보고 편지를 낭독하래요. </div> <div> </div> <div>와 진짜 굴욕적.. 그렇지만 제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이 있고 다른 선생님이 열심히 케어하지만 제가 할 역할이 있기에 얼른 끝내고자 읽었어요.</div> <div> </div> <div>그러자 마음이 좀 풀렸는지 연설을 하기 시작하더라구요. </div> <div> </div> <div>"(영어)자기는 두 번이나 그런 감정을 느꼈다. 두 번이나.(아마 제가 공터랑 벤치에서 두 번 이동하는 동안 자신을 두 번 피한다고 생각한듯)</div> <div> </div> <div> 난 이름이랑 소속을 밝혔고 당신이 아임000이라고 말했으면 끝났을 거다. 그렇지만 넌 그렇지않아서 신뢰를 끊었다. 이건 말이 되지 않는다. 왜 그랬나" </div> <div> </div> <div>해서 "난 긴장했고 영어를 잘 못해서 무서웠다"했더니 그건 적당한 이유가 되지 못한대요.</div> <div> </div> <div>제 심리까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짧은 영어가 원망스럽고 저 자식이 난감하고 그 사이에 또 연설을 이어하더라구요</div> <div> </div> <div>"넌 낫 스마트 하다 원장한테 고마워해라x3 그녀가 널 많이 도와줬다. 그리고 이전에 있었던 일이 앞으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난 그 공원에 </div> <div> </div> <div>종종 간다. 다음에 나를 보면 피하지말고 인사해라" 하는데 진짜 얼빠지더라구요. 기운이 없어서 반박도 못하고</div> <div> </div> <div>한참을 좀 더 연설한 뒤에 나가는데 와... 더 웃긴건 조금 있다 다시 와서 음료수 선물 세트 주고 가요 뭐지 이자식은 </div> <div> </div> <div>조금 전에 집에 오면서 내가 만약 혼자였다면, </div> <div> </div> <div>당신이 만약 먼저 왜 기분이 나빴는지 이야기했다면 충분히 사과하거나 이름을 이야기했을 거다. 그리고 이렇게 아이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건 옳지 </div> <div> </div> <div>못한 행동이고 여기는 내 직장이라 상황을 종료하고 싶어서 사과하는 거고 당신이 옳아서 그런 건 아니다. 당신이 오해를 한 것이고 오히려 사과를 받</div> <div> </div> <div>아야 하는 건 나다 </div> <div> </div> <div>하고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버스에서 내내 곱씹었어요.. 그리고는 이 험한 세상에 나도 못 지키면서 아이들을 지켜야 하는 제 능력부족이 너무 슬프더라구요. </div> <div> </div> <div>이야기가 너무 길죠 ㅠㅠ 친구한테 카톡으로 짧게 이야기했더니 도대체 뭔 얘기냐고 자전거 엄마 만큼 말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div> <div> </div> <div>저도 정말 믿기지가 않는 하루였어요.. 그 후부터 외국인만 보면 흠칫흠칫 놀라요 정말 너무 싫어요 ㅠㅠㅠ</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