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어제 밤의 일입니다.

저는 카카오톡 방에서 친구 A와 어떻게 하다보니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그 친구는 문재인 지지자는 아니지만 새누리당을 싫어하는 대한민국의 흔한 그런 20대 남성입니다.

(지금 사정상 서울로 올라와있는데 부재자 투표  신청 못해서 투표날 지방으로 내려간다고 하더군요.

훌륭한 친구입니다..)

서로 잘 맞아서 신나게 이야기 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이정희의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는데

문제는 그때부터 생겼습니다. 저는 이정희가 종북에 가까운 색채를 띄지만 않으면 그래도 꽤 수재인데

아깝다 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단체 카톡방에서 그 이야기를 보고 있었던 친구 B가 갑자기 말을 하더군요.

"그런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그런 후보가 나오는 거 아니냐."

전 좀 당황했습니다만 민주주의에서 참정권이란 게 보장되는데 후보로 나오는 게 뭐가 문제냐, 안 뽑으면

그만이지 않냐고 말을 했죠.

그랬더니 그런 인물이 대선에 나오는 건 지지자가 있기 때문이 아니냐고 하더군요. 전 좀 황당했습니다만

역으로 되물었습니다.

"그럼 지금 기호 1번인 후보는 어떻냐?"

"1번이 뭐 어때서?"

라고 되묻길래 제가 박정희의 친일 행적, 공산당 활동, 독재 활동은 이미 다 알려진 유명한 사실이지 않냐고

반문하였습니다.

그랬더니 그 친구가 말은 바로 해야지 하면서 박정희가 경제를 살리지 않았냐고 시대에 따른 정치 과제란 게

있는데 그때 당시의 과제는 경제 부흥이었고 박정희는 그걸 수행을 해낸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다만 지금

박정희가 까이는 게 경제 민주화가 화두에 올랐기 때문이라고.

저는 말했습니다.

"그게 시대에 따른 화두가 아니라 그 잘난 박근혜 님이 말하는 역사란 게 아니냐. 지금 역사의 심판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고."

그래도 그 친구는 경제 부흥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박근혜는 박정희랑

다른 사람이라고. 박정희 본인이 아니라 딸이라고. 그냥 굉장히 인간적으로 말을 해서 박근혜는 그냥,

'부모 모두가 총탄에 암살당한 여자.' 이고 그런 여자가 지금 그런 사건을 겪고도 대선 후보로 출마를 하는 걸 보면

대한민국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지 않냐고 했습니다.(솔직히 이 말을 보고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소리 내서

웃었습니다.)

제 친구들은 대부분이 민주당 지지자는 아니더라도 박까가 많아서 이런 시각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사정상 지금 외국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제 또래들을 만날 기회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어서 그런가, 순간

제 머릿속에 든 생각은 '너 일베 하냐?' 하나였지만, 논리적이지도 않고 이분법적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거 같아서

참았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에겐 심한 모독이 되겠죠.

"왜 그럼 이완용이 만약에 경제를 부흥시켰으면 후손이 나와서 대선 후보 해도 되겠다 그치? 이완용도 독립군한테

테러를 당했고 전두환 같은 경우도 전두환 대통령 시절 당시 경제가 올라갔단 표도 있으니까 억울하게 대통령에서

끌려내려왔으니 그 후손이 나와서 후보로 나오면 대한민국에 대한 애국심이 철철 흘러 넘치는 거겠다?"

라고 말했더니 친구가 이완용이랑 같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말했습니다.

"나라를 팔아먹었다는 점에선 공통분모가 있다."

"이완용은 경제를 부흥시키지 않았어."

라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꺼낸 말이 그럼 참여정부 시절 문재인은 북한에 돈 다 갖다바친 게 나라를 판 행위 아니냐고 묻더군요.

어이가 없었습니다. MB정부 시절 대북지원금이랑 차이가 얼마나 나냐고 묻고 그렇게 얘기하는 근거를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통일부에서 가져온 자료를 제시하더군요. 제가 알고 있던 대북지원금이랑 MB 지원금이 차이가 좀 많이

났습니다. 제가 어디서 자료를 이상한 걸 본 건지 통일부 자료가 왜곡된 건지 혹은 그 친구가 거짓말을 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논점에서 벗어나는 얘긴 넘어가고 중요한 건

"니가 경제 부흥 하나로 박정희의 친일, 공산당 활동, 독재를 모두 정당화 시키고 있단 점이라니까?"

라고 말했더니 그 친구가

"나는 정당화 시킨 적이 없다."

라고 하고는, 그리고 박근혜는 진짜 그냥 박정희가 아니라 딸인데 그런 것 때문에 비방당하는 게 맞냐고 하더군요.

저는 말했습니다.

"박근혜가 박정희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으니 따로 볼 수가 없잖아?"

"그냥 그건 대중 앞에서 아버지를 까내릴 수 없으니 유보적인 입장을 취한 거지?"

저는 유보적인 입장이 뭐냐고 박근혜는 지금도 인혁당 사건, 정수장학회, 그리고 박정희에게 성상납을 했던

수많은 여성의 가족들에게 사과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친구가 말하더군요. 내 말이 납득이 안 가지? 라고,

저도 동의했습니다.

그랬더니 이쯤에서 그만하고 정치 얘기는 다시는 하지 말자라고 하더군요. 저는 알겠다고 하고 너무 화가 나서

카톡방에서 그대로 나와버렸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화가 납니다.

제가 이상한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