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흙수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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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88185

작성자 : 없는닉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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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 2016/05/30 12: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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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흙수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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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빛 한 점 하나 없는 컴컴한 터널을 지난다. 작은 빛 한 점 하나 없는 컴컴한 터널을 매우 빠른 속도로 지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빠른 속도로 터널을 통과중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5분? 1시간? 혹은... 하루?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이 지나고 어둡기만 했던 터널이 끝남과 동시에 눈부신 빛이 쏟아진다. 눈을 뜨고 상황변화를 감지하려 했지만, 이내 눈부심에 본능적으로 눈을 감아버린다. 하지만 그 짧은 눈깜박임의 시간동안 누워있는 내 옆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검은 옷을 입고 나를 향해 미소 짓고 있는 그 사람...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었지만, 그 짧은 순간 그에게서는 내가 살아왔던 세계와 다른 묘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그렇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가 저승사자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내 그 존재가 내게 말을 걸었다. “정신이 드시나요? 한 동안 눈을 감고 있는 편이 좋을 겁니다. 머리도 약간 어지럽기도 할 테고...” “저.. 여기가 사후세계인가요? 아니 제가 죽은 건 맞나요? 여기가 지옥인가요? 그럼.. 당신은.... 저승사자?” “하하.. 그렇게 당황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당신이 제게 했던 질문에 대한 답은 당신 스스로 찾을 수 있습니다. 당신의 몸이 적응하는 시간이 한 동안 필요합니다.. 당신의 몸이 적응하고 기억이 돌아오면 궁금증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겁니다.... 그럼 몸이 적응할 동안 잠시 기다리면서 당신의 살아 온 이야기를 듣도록 하죠” “제가... 살아 온 이야기요?” “네.. 그렇습니다. 제 경험상 가만히 눈을 감고 기다리는 것 보다 당신의 인생이야기를 제게 들려주는 편이 적응하는데 도움이 되더군요. 심리적 안정감도 생기고... 뭐.. 물론 저도 당신 이야기를 듣고 장부와 비교하면서.. 확인하고 작성해야하는 게 있기 때문에.... 저한테도 시간절약이 되는 게 사실이죠. 하하” 그는 특유의 웃음소리로 짧게 웃은 후, 종이뭉치 몇 장을 넘기는 소리를 내더니 말을 이어간다. “아직 눈이 적응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테니, 계속 눈을 감고 계시며 마음을 편안하게 가진 채 당신의 인생 이야기를 저에게 들려주시면 됩니다. 불편하시면 주위를 어둡게 해드릴까요?” “아.. 아닙니다. 그냥 눈을 감고 있으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사실 어두우면 제가 장부를 판독하기가 쉽지 않아서요..하하. 아! 그런데 당신의 성함이.....” “차....민준입니다.” “네, 민준씨. 제가 사실 이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하하. 조금은 서툴러도 이해 부탁드립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지금.. 머리도 좀 어지러운 것 같고.. 무슨 이유인지 기억이나 감각도 희미하지만.. 제가 살아온 이야기를 생각나는 대로 들려드리겠습니다.” “네 좋습니다. 시작하시죠.” “사실 저는 뭐 대단한 인생을 살아왔다고 자랑할 수준은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죠. 요즘말로 표현을 하면... 흙수저 인생이랄까요?” “흙수저 인생이요?” “네... 저는 알콜중독자 아버지와 식당 잡일을 도와주는 어머니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죠. 이 이야기만 들어도 저와 제 누나의 앞으로 인생이 불행할 것이라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가 있을 겁니다. 제가 말을 할 수 있을만한 나이가 되면서부터 매일 매일 아버지한테 맞으면서 지냈던 것 같아요. 아니면 훨씬 그 전부터 그랬는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그 아버지란 작자의 폭력은 저뿐만 아니라 어머니와 누나.. 모두에게 향했었죠.” “저런, 매우 하루하루 버티기 힘들었겠군요.” “그렇죠 힘들었었죠. 그런데 저는 커가면서 어느 정도 적응을 했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행동하면 아버지란 작자로부터 덜 맞을까? 어떻게 몸을 웅크리고 맞으면 덜 아플까? 그런데 누나와 어머니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어느 날 어머니가 미안하다고 울며 집을 나가신 후 다시 돌아오지 않으셨죠. 아버지는 그걸 알고 화가 났나 봐요. 집 나간 어머니와 똑같이 생긴 게 기분 나쁘다며 누나를 심하게 때렸고, 누나는 혼수상태가 되었죠. 결국 이웃주민의 신고로 아버지는 감옥에 가게 되었어요. 그리고 누나는... 병원에서 치료받을 돈이 없어 결국 세상을 뜨고 말았어요.” 다소 격앙된 내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심호흡을 한번 하자, 슥삭거리며 무언가를 기록하던 그가 잠시 펜을 멈추고 말을 걸었다. “괜찮으신가요? 물을 한잔 드릴까요? “아닙니다. 지금은 왠지 속이 메스껍고 어지러워서... 당신이 말하는 몸의 적응이라는게 덜 되었나봅니다.” “가끔 민준씨처럼 적응이 느린 분도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반응이니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네.. 그럼 이야기를 이어가죠. 제 가족을 모두 잃고 혼자 남았던 저에게 유일한 친구는 제가 감당하기 힘든 빚이 전부였죠. 빚을 해결하기 위해서 도둑질과 사람 죽이는 일 빼고 안해 본 일이 없었던 것 같네요. 편의점, 주유소, 청소부, 공사장, 택배, 목욕탕 등등... 끼니를 거르는건 기본이고 하루에도 세 시간도 아껴 자면서 정말 쉼 없이 일했어요. 전 사실.. 미술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부끄럽지만.. 낙서하듯이 연습장에 그린 제 그림을 보고 재능 있다며 칭찬해주는 사람도 더러 있었죠. 하지만... 제가 미술을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사치였죠. 그냥 정말로.. 하루하루 일만하면서 삼십대 중반까지 살았습니다. 그 망할 놈의 빚도 어느 정도 줄어들었을 때 쯤 지금의 제 아내를 만났습니다. 전 그녀를 자꾸 밀어냈지만 이내 사랑하게 되었고, 소박하게 남들처럼 결혼생활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 뒤 아내를 닮은 천사 같은 딸아이도 낳았습니다. 비록 생활이 풍족하지는 않았으나 정말 행복했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었던 몇 년이었네요. 그러다가.... 제 딸 지현이가 백혈병을 앓게 되었어요.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뛰어다니던 저는.. 저는... 음..... 어... 이상하게 그 뒤로부터 기억이 없네요.. 어 정말 이상하네요 왜 기억이 여기서...” “다소 충격적인 내용은 상대적으로 기억이 늦게 돌아오곤 합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조금 있으면 기억이 돌아 올 테니 생각이 나시면 제게 말씀해주세요. 전 지금까지 들은 내용을 토대로 정리를 하고 있겠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슥삭거리며 무언가를 기록하던 펜소리가 점점 뜸해질 때쯤 내가 잊고 있던 모든 기억이 한꺼번에 몰아쳐 돌아왔다. 나는 황급히 눈을 번쩍 뜨고 일어나 옆에 있던 그 존재에게 소리쳤다. “기억이.... 기억이! 다 났어요. 제 인생 전부 다.. .세세한 감정까지 전부 다요!” “민준씨! 진정하세요! 사실 다 알고 있습니다. 제가 파악한 것이 맞다면.... 당신은 딸 아이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보험을 가입하고... 자살하셨죠?” “네 맞아요!! 제가 죽은 게 확실한거죠? 아내는 많이 힘들어하지 않던가요? 보험금은 잘 나왔겠죠? 우리 딸 지현이는 수술을 잘 끝났나요? 제발 그것만 말씀해주세요. 제발요. 제발....” 희미했던 기억과 감정... 감각들이 갑자기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내 얼굴은 그러한 감정들로 인해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절규했다. “내 딸 지현이 살아 있는 거냐구요! 흑흑. 당신은 다 알거 아냐!” “어... 어.. 민준씨.. 우선 진정하시구요... 차분히... 감정과 기억이 일시적으로 한꺼번에 돌아오셔서 많이 당황하신 것 같은데... 진정하세요..” 몇 번의 심호흡과 그가 전해준 손수건으로 얼굴의 눈물을 닦은 나는 그제서야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이곳은 지옥이나 천국 혹은 사후세계라기보단 마치....... “민준씨.. 당신은 아직 기억이 전부 돌아온 게 아닙니다. 반만 돌아왔다고 할 수가 있죠.” “제가 모르는 기억이 또 있는 건가요?” “민준씨는.. 가상현실 속의 기억만 돌아왔고.. 현실에서 기억은 지금부터 조금씩 돌아 올 겁니다.” “가상현실이라니.. 그게 무슨....” “음.. 이야기가 좀 길어 질수도 있는데요... 원래는 설명해드리지 않아도 민준씨 기억이 전부 돌아오면 다 아시게 될 테지만... 지금 심적으로 불안한 상태 일테니 특별히 알려드리죠. 저같이 친절한 사람이 몇 없죠. 저를 만나신 게 행운이라고 보시면 되요. 하하” “사람.. 당신은 사람인가요? 아.. 이게 무슨.. 모든 게 다 혼란스럽네요...” “민준씨 당신은 이곳에 오기 전 아마 긴 터널을 지나왔을 겁니다. 그건 뇌파와 의식의 흐름이 지나온 길인데요.. 그건 사실 터널이 아니라 케이블선 몇 가닥이었어요. 당신의 뇌와 기계 그리고 가상현실 세계가 연결되어 있던 케이블... 그 케이블을 지나 제가 여기 있었던 거죠. 여긴... 가상현실 세계를 연구하는 한국의 한 연구소입니다.” 맞다... 이곳의 풍경은 사후세계라기 보단 연구실 혹은 병원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저승사자가 아니라...... “아! 저요? 저를 저승사자로 오해하시는 분이 많아요... 의식이 불분명하고 시야가 흐릿할 때 많은 사람들이 저를 보고 입고 있던 검은 옷 때문에 저를 그렇게 판단하시는데... 이건 사실 회사 유니폼이에요. 가상세계 출시 초반에는 서버가 많이 불안해서 의식이 현실과 가상세계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죠. 아마 저승사자를 만나고 돌아왔다거나 사후세계를 경험하고 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가상세계 서버 불안정의 영향을 받은 경우에요.. 저승사자가 아닌 천사를 봤다는 경우도 있는데.. 그건.. 저희 라이벌 회사 이용고객일거에요. 거긴 유니폼이 하얀색이거든요. 사실 이건 비밀인데.... 유니폼은 거기가 더 이뻐요. 하하. 그 후에 서버가 많이 안정화되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요즘은 그런 케이스가 많이 줄었답니다. 하하. 흠흠.. 이야기가 약간 다른 곳으로 샜네요. 다시 돌아와서... 가상현실세계 그걸 ‘일루전 랜드’라고 불러요. 현실세계에서 인간의 뇌와 뇌파, 의식등을 자유자재로 컨트롤 할 수 있는 기술이 발달되면서 일루젼 랜드가 탄생하게 된 거죠. 그곳은 가상세계이지만 인간의 오감과 다양한 감정 등을 현실세계와 100% 구현할 수 있죠. 현실세계에 대한 개념과 기억등 몇 가지를 완벽히 통제하고 일루젼 랜드로 뇌파를 전송하면 그 사람의 뇌는 일루전 랜드가 현실세계라고 느끼게 되는거죠. 그와 더불어서 상대적 시간 개념도 달라요 당신이 겪어온 일루젼 랜드 인생 40여년이 사실은 현실세계의 일주일정도 시간이라니.. 놀랍지 않나요? 하하” “.........당신의 말대로라면 나는 왜 이 빌어먹을 인생을 그 가상세계라고 불리는 곳까지 가서 경험을 하게 된거죠?” “아 그러고 보니 제 소개가 늦었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요즘 업무가 바빠 정신이 없었네요. 정식으로 소개 드리죠. 전 매직 아일랜드라는 일루전 랜드 서비스업체의 이달의 친절 사원 유현식이라고 합니다. 보통 저희회사를 이용하시는 고객분들은 일루전 랜드를 통해 주로 갑부인생 서비스를 이용하세요. 민준씨는 엄밀히 말하면 저의 매직 아일랜드라는 회사의 이용객이 아니라 계약직 형태의 임시 직원인 셈이에요.” “제가... 매직 아일랜드의 직원? 그렇다면.. 아까도 질문 했지만 왜 저는 그런 시궁창 인생을 경험을 하고 온 거죠?” “아! 정직원은 아니고 계약직.. 즉 알바생인 셈이죠! 뭐.. 어차피 현실세계의 기억도 서서히 돌아오면서 아시게 될 거에요. 당신이 겪었던 가상세계는 많은 것이 프로그램화 되어있어요. 즉, 인공지능이 개입되어있다는 이야기죠. 당신이 아끼던 딸이나 증오하던 아버지를 비롯해 주변 인물등이 거의 대부분 인공지능으로 이루어진 프로그램이라고 보시면 되요. 얼마나 프로그래밍이 잘 되어있냐면 자신들이 태어나서 죽기 전까지 인공지능으로 이루어진 그저 한낱 칩에 불가하다는 사실을 거의 눈치 채지 못한 채 살아가죠. 왜 그런 시궁창 인생을 경험했냐고 물으셨죠? 매직 아일랜드의 주요 수익원인 갑부인생 서비스를 고객들이 이용하는데.. 그것을 유지시키려면 사회구조상 피라미드 최하층 계급이 밑에서 받쳐 줘야하거든요. 필수적이죠. 하지만 이를 인공지능을 프로그래밍을 통해 만들면 꼭 문제가 생기더라구요. 사회와 환경이 불합리하다는게 느껴지면 인공지능은 그것을 개선하고자 하죠.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뭉쳐서 사회와 환경에 맞써 싸워요. 많은 공학자들이 인공지능 프로그램 개선 시도를 다 보았지만 그것만큼은 해결할 수가 없었죠. 그런데.... 혹시나해서 사람으로 테스트해보니 사람은 다르더란 말입니다. 사람의 뇌를 기본베이스로 이루어진 일루전 랜드의 인물은 현실에 모두 순응을 하며 살아갑니다. 불합리와 차별에도 묵묵히 침묵해요. 그래서 우리는 당신과 같은 사람들의 흙수저인생을 데이터화 하는 게 필요했던 겁니다. 제가 당신이 자살한 걸 듣지도 않고 알 수 있었던 것은 당신의 데이터를 먼저 조회를 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화가 나실 수도 있지만.. 당신이 겪은 인생은 저희가 모두 세팅하고 구성한 환경입니다. 이러한 당신의 인생을 데이터화 한 후에 변환하고... 일부 인공지능만 추가로 프로그램화하여 대량 배포한다면, 수많은 인공지능들의 프로그램들이 피라미드 최하층 계급이 되어 살아가겠죠. 그들은 자신들의 피라미드 상위계층을 더욱 더 단단하게 받쳐주겠죠.. 그리고 그 피라미드 계층의 경사가 가파르게 될 수록 저희 갑부인생 서비스 이용고객들은 만족도가 높아지는 거구요 하하” “다...다...당신 그게 정말 모두 사실인가요? 전 당신 말을 전혀 믿을 수 없군요.” “지금 당장 믿지 않으셔도 되요. 어차피 현실세계의 기억이 서서히 돌아오면 본인 스스로가 잘 알테니까요. 당신의 흙수저 인생 경험의 대가로 약속했었던 현실에서의 천 만원을 수령하게 됩니다. 중간에 자살을 하셔서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 못 한게 조금은 아쉽지만, 약속한 대로 천만원을 지급해드리겠습니다. 여기서 회복을 마친 뒤 나오시면, 1층 로비에서 최종적으로 사인 하신 후에 돈과 부작용방지 알약을 수령해가시면 됩니다. 주의사항은 로비에서 저희 직원이 한 번 더 안내해 드릴 겁니다. 그리고.... 직원으로써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도 모르겠으나.. 당신은 일루젼 랜드에서도 흙수저 인생이였으나... 지금 현실에도 흙수저 인생일 확률이 큽니다.”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다시 한 번 그러한 불행한 인생을 현실에서 경험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건가요?” “뭐.. 어디까지나 제 예측입니다만... 천만원이 작은 돈이 아니죠.. 하지만 어지간하게 돈이 급하지 않으면.. 그 돈과 40년의 고통스러운 인생을 바꾸고 싶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거든요.” “그런.....” 나는 현실세계의 기억이 점차 돌아오면서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아직은 멍 한 채 회복실 출입구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면서 내 지난 인생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다. 나는 왜 한 번도 불합리한 세상에 불만이나 불평을 갖지 않았을까? 그저 내가 불행하다고만 여긴 채로 참아가며 지냈을까.. 다시 한 번 같은 인생을 산다면 그때는 세상에 침묵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생각들로 복잡하던 내 등 뒤로..... 유현식이라는 그 직원이 밝게 웃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차민준씨! 너무 걱정마세요. 사실.. 현실세계는 그렇게 생각보다 가혹하지 않답니다. 현실은 이성이 통하는 세계거든요 하하. 가정폭력은 엄하게 다스리고 예방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 어려운자에게도 의료와 배움의 기회가 공평하게 돌아가죠. 그 외 많은 부분이 사회구성원들이 합리적이라고 여길만한 세상이랍니다. 초반에 저한테 물어보셨죠? 여기가 지옥이냐고요.. 오히려 그 반대죠 하하. 지옥에서 현실세계로 돌아오신 걸 환영합니다. 그리고 이번 여름 휴가 시즌때 여유가 되신다면 갑부인생 가상 체험 서비스를 이용해보세요. 이벤트 특가 세일중이거든요. 그럼 안녕히 돌아가시길...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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