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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90601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522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0/09/16 10:51:23
    http://todayhumor.com/?lovestory_90601 모바일
    [BGM] 흉터라고 부르지 말라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강은교, 어허, 도미




    네 얼굴에선 뚝뚝 바닷물이 떨어진다

    동해나 서해 혹은 남해

    어느 날의 검푸른 파도며

    끝없이 일어서는

    일어서기만 하는 수평선

    번뜩이는 비늘에선

    춤추며 불어가는 바람 소리도 들린다


    어쩌다 끌려왔는지

    넘실대는 핏물이야

    가까이 누운 저 노을 속에 던져 넣고

    아마도 누군가의 밥상 위에서

    찌개로 보글보글 끓기를 기다리는 너

    펼친 양지느러미엔

    파리떼들 오 파리떼들만 잔뜩 매달려


    말해다오

    이제 보는 세상은 어떤가를

    거기 좌판 위에 걸려 있는 하늘에도

    춤추며 바람은 불어가는가

    허옇게 뒤집어진 눈

    해안선 같은 입이여


    그리하여

    두 토막 세 토막으로 잘디잘게

    이 하늘 아주 떠날 때면, 너

    남겨다오

    모래밭에 밤낮 풀리던 소금기와

    물풀들의 자유

    빛나는 아침 햇살을

    동해나 서해 혹은 남해의


    네 남긴 냄새 드디어

    땅에 스민다

    어지러운 길목마다 일어서는

    비릿한 저 흙내 풀내를 보아

    하늘은 아직 시뻘건 황혼인데

    등 뒤에선 자꾸 일렁이며 오는

    바다

     

     

     

     

     

     

    2.jpg

     

    곽재구, 서울 세노야




    오 년 만의 연락에도

    시 쓰는 동무들 모이지 않아

    깊게 술 마신 밤

    어기어차 노 저어 상도동 산 1번지

    강형철네 포구로 간다

    휘몰이 밤 물길 젓고 또 저어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마지막 물굽이

    자주달개비꽃 빼어 닮은 형철이 각시는

    술상 보러 새로 두시 밤물길 눈 비비며 가는데

    세노야

    멸치잡이 그물 온 밤 내 던져봐도

    멸치꼬랑지만한 금빛 시 한 줄 서울의

    가을바다에 걸리지 않고

    세노야

    달은 떠서 산 넘어 가는데

    우리 갈 길 아득하고

     

     

     

     

     

     

    3.jpg

     

    문정희, 화살 노래




    이 말을 할 때면 언제나

    조금 울게 된다

    너는 이제 물보다도 불보다도

    기실은 돈보다도 더 많이

    말(言)을 사용하여 살게 되리라

    그러므로 말을 많이 모아야 한다

    그리고 잘 쓰고 가야 한다


    하지만 말은 칼에 비유하지 않고

    화살에 비유한단다

    한 번 쓰고 나면 어딘가에 박혀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날카롭고 무성한 화살 숲 속에

    살아 있는 생명, 심장 한가운데 박혀

    오소소 퍼져가는 독 혹은 불꽃

    새 경전(經傳)의 첫 장처럼

    새 말로 시작하는 사랑을 보면

    목젖을 떨며 조금 울게 된다


    너는 이제 물보다도 불보다도

    돈보다도 더 많이

    말을 사용하다 가리라

    말이 제일 큰 재산이니까

    이 말을 할 때면 정말

    조금 울게 된다

     

     

     

     

     

     

    4.jpg

     

    이윤학, 손




    가끔

    필요한 물건을 들고

    찾을 때가 있다


    방금 전까지

    여기 있었는데

    감쪽같이 없어질 때가 있다


    어디 갔을까

    어디 갔을까

    손이 어디 갔을까


    주위를, 빙빙 돌 때가 있다

     

     

     

     

     

     

    5.jpg

     

    류시화, 옹이




    흉터라고 부르지 말라

    한때는 이것도 꽃이었으니

    비록 빨리 피었다 졌을지라도

    상처라고 부르지 말라

    한때는 눈부시게 꽃물을 밀어 올렸으니

    비록 눈물로 졌을지라도


    죽지 않을 것이면 살지도 않았다

    떠나지 않을 것이면 붙잡지도 않았다

    침묵할 것이 아니면 말하지도 않았다

    부서지지 않을 것이면, 미워하지 않을 것이면

    사랑하지도 않았다


    옹이라고 부르지 말라

    가장 단단한 부분이라

    한때는 이것도 여리디 여렸으니

    다만 열정이 지나쳐 단 한 번 상처로

    다시는 피어나지 못했으니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20/09/16 18:48:35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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