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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90284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297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0/07/08 08:39:24
    http://todayhumor.com/?lovestory_90284 모바일
    [BGM] 상상마저 땅에 묶어놓고 있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윤곤강외갓집

     

     

     

    엄마에게 손목 잡혀

    꿈에 본 외갓집 가던 날

    기인 기인 여름해 허둥 지둥 저물어

    가도 가도 산과 길과 물뿐

     

    별떼 총총 못물에 잠기고

    덤굴 속 반딧불 흩날려

    여호 우는 숲 저 쪽에

    흰 달 눈섭을 그릴 무렵

     

    박넝쿨 덮인 초가 마당엔

    집보다 더 큰 호두나무 서고

    날 보고 웃는 할아버지 얼굴은

    시드른 귤처럼 주름졌다







    2.jpg

    강은교하관(下棺)

     

     

     

    웃고 있네

    눈도 감고 피도 식어서

    피도 식고 뼈도 삭아서

    그러나

    아프지 않아서 웃고 있네

     

    띵띵 불어 버린 심장이나

    쥐 이빨도 안 들어가는 손톱이나

    무덤 속에서도 자라는 머리칼

    또는

    그림자 때문에

     

    아직 부서지지는 않네우리는

    흔들릴 테다우리는

     

    누군가 홀로 모래밭으로 가서

    모래나 될 걸

    모래나 되어 어느 날

    당신 살 밖의

    또 살이나 될 걸 하지만

     

    아무도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네

    무덤 속이든지 꿈속이든지

    쥐 이빨도 안 들어가는

    손톱 속이든지

    살아 있는 것은 언제나

    다시 물이 되고 바람이 될 때까지

    살아서

     

    하늘은 아직도 하늘

    햇빛은 억만년을 햇빛으로

    흐르고 있네우리는

    잠들지 못할 거네우리는







    3.jpg

    김소월무덤

     

     

     

    그 누가 나를 헤내는 부르는 소리

    붉으스름한 언덕여기저기

    돌무더기도 움직이며달빛에

    소리만 남은 노래 서러워 엉겨라

    옛 조상(祖上)들의 기록(記錄)을 묻어둔 그곳

    나는 두루 찾노라그곳에서

    형적 없는 노래 흘러 퍼져

    그림자 가득한 언덕으로 여기저기

    그 누구가 나를 헤내는 부르는 소리

    부르는 소리부르는 소리

    내 넋을 잡아끌어 헤내는 부르는 소리







    4.jpg

    임강빈겨울 잔디

     

     

     

    겨울 잔디를 밟는다

    발밑에

    낯선 소리가 따라 붙는다

     

    밟힐수록 쓰러질 줄 모르던

    잔디의 힘

    넉넉했던 그 힘

    지금은

    상상마저 땅에 묶어놓고 있다

     

    웃자란

    나와 당신의 비애(悲哀)

    또는 그렇게 자라버린

    우리들의 환희가

    조용히

    숨죽이고 있다

     

    연민의 눈을 뜨고 있다

    우리가 해야만 하는

    우리가 풀어야 하는

    이 세상일을

    겨울 잔디는

    오직 암시뿐이다







    5.jpg

    이형기나뭇잎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뭇잎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한 세기 전의 해적선이 바다를 누빈다

    나뭇잎만큼 많은 돛을 달고

    그 어떤 격랑도 지울 수 없는

    벌레 먹은 항적(抗跡)

    나뭇잎을 다시 들여다보면

    나무가 뿌리채

    그 밑바닥에 침몰해 있다

    파들파들 떨리는 단말마의

    손짓

    잎사귀들이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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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7/08 09:40:25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2] 2020/07/12 03:14:05  175.123.***.79  renovatiost  277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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