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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89938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218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0/05/04 18:02:48
    http://todayhumor.com/?lovestory_89938 모바일
    [BGM] 아네스의 노래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이창동아네스의 노래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 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 소리에 얼마나 마음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전에 내 영혼의 마지막 숨을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2.jpg

    정하해절도

     

     

     

    늦은 점심을

    동료들과 먹기 위해 붐비는 식당 구석에 앉는다

    적조했던 동안을 한 사람씩 꺼내는데 그는

    지난여름 한 일에 대해 말한다

    전류 흐르는 파리채로 모기 잡은 일인데

    고것이 앵앵거리기만 하면 채를 휘둘렀다는데

    그래도 목숨이라고 찌지직 빛이 나더라는데

    모기들 화형식 여름 내내 했다고 한다

    우리는 박장대소 모처럼 실컷 웃었는데

    눈물까지 찔끔거리며 했는데

    헌데 그 화형식 팔라고

    천 원짜리 내는 이가 있었다 그걸

    생업삼아 천원어치 큰일 내 볼 거라고

    그 이의 생업을 우리는 아는지라

    큰일 낸 소문만 기다리자 하고는

    다시 바쁜 세상으로 흩어져 살아갔다

    그런데 퍼덕대는 나뭇잎 탓아니면

    밑천 바닥난 내 생업 탓인지

    요즘 들어 흰 재가 수북 쌓이면서

    왜 그때 팔려나간 모기화형식이 내 가슴으로

    들어와 자리 잡는지







    3.jpg

    엄국현여름 새벽

     

     

     

    풀잎 헤치면

    여름 새벽이 숨어 있다

    쉽게 들키지만

    누가 영혼을 다치고 싶겠는가

    맨살 젖어

    이슬 남기고 사라지는 밤

    알았다

    숨은 자는 왜 아름다운가







    4.jpg

    전향장마

     

     

     

    고스란히 젖어

    서있는 것들은 순하다

    오래 전부터 작심하고 돌아온 듯

    길이란 길 모두 삼켜버리고

    강둑마저 욕심내어 넘실거리는데

    이제 그만 돌아간다 해도

    아쉬워할 이 없는데

    아직도 젖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들이 있다는 것일까

    오늘도 입 꾹 다물고 눌러앉아

    비 밖에 서있는 지붕 밑 세상들과

    팽팽하게

    마주하고 서 있다







    5.jpg

    장기려송도 앞 바다를 바라보면서

     

     

     

    수도꼭지엔 언제나 시원한 물이 나온다

    지난겨울엔 연탄이 떨어지지 않았다

    쌀독에 쌀을 걱정하지 않는다

    나는 오늘도 세끼 밥을 먹었다

    사랑하는 부모님이 계신다

    언제나 그리운 이가 있다

    고양이 한 마리 정도는 더 키울 수 있다

    그놈이 새끼를 낳아도 걱정할 일이 못된다

    보고 듣고 말함에 불편함이 없다

    슬픔에 울고 기쁨에 웃을 수 있다

    사진첩에 추억이 있다

    거울 속의 내 모습이 그리 밉지만은 않다

    기쁠 때 볼 사람이 있다

    슬플 때 볼 바다가 있다

    밤하늘에 별이 있다

    그리고 세상에 사랑이 있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20/05/04 19:34:24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2] 2020/05/25 00:25:21  175.123.***.79  renovatiost  277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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