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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89861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253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0/04/20 08:49:13
    http://todayhumor.com/?lovestory_89861 모바일
    [BGM] 네 입김은 어디에 머물렀던가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장옥관나비키스

     

     

     

    물이 빚어낸 꽃이 나비라면

    저 입술날개 달고 얼굴에서 날아오른다

    눈꺼풀이 닫히고 열리듯

    네게로 건너가는 이 미묘한 떨림을

    너는 아느냐

    접혔다 펼쳤다 낮밤이 피고 지는데

    두 장의 꽃잎

    잠시 머물렀다 떨어지는 찰라

    우 둥글게 빚는 공기의 파동

    한 우주가 열리고 닫히는 그 순간

    배추흰나비 분가루 같은

    네 입김은 어디에 머물렀던가







    2.jpg

    오규원우리는 어디서나

     

     

     

    우리는 어디서나 앉는다

    앉으면 중심이 다시 잡힌다

    우리는 어디서나 앉는다

    일어서기 위해 앉는다

    만나기 위해서도 앉고 협잡을 위해서도 앉고

    의자 위에도 앉고 책상 옆에도 앉듯

    역사의 밑바닥에도 앉는다

    가볍게도 앉고 무겁게도 앉고

    청탁불문 장소불문 우리는 어디서나 앉는다

    밑을 보기 위해서도 앉고

    바닥을 보기 위해서도 앉는다

    바로 보기 위해 어깨를 낮추듯






    3.jpg

    곽재구바닥에서도 아름답게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날은 올 수 있을까

    미워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은 채

    그리워진 서로의 마음 위에

    물먹은 풀꽃 한 송이

    방싯 꽂아줄 수 있을까

    칡꽃이 지는 섬진강 어디거나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한강변 어디거나

    흩어져 사는 사람들의 모래알이 아름다워

    뜨거워진 마음으로 이 땅 위에

    사랑의 입술을 찍을 날들은

    햇살을 햇살이라고 말하며

    희망을 희망이라고 속삭이며

    마음의 정겨움도 무시로 나누어

    다시 사랑의 언어로 서로의 가슴에 뜬

    무지개 꽃무지를 볼 수 있을까

    미장이 토수 배관공 약장수

    간호원 선생님 회사원 박사 안내양

    술꾼 의사 토끼 나팔꽃 지명수배자의 아내

    창녀 포졸 대통령이 함께 뽀뽀를 하며

    서로 삿대질을 하며

    야 임마 너 너무 아름다워

    너 너무 사랑스러워 박치기를 하며

    한 송이의 꽃으로 무지개로 종소리로

    우리 눈 뜨고 보는 하늘에 피어날 수 있을까







    4.jpg

    복효근새에 대한 반성문

     

     

     

    춥고 쓸쓸함이 몽당빗자루 같은 날

    운암댐 소롯길에 서서

    날개소리 가득히 내리는 청둥오리떼 본다

    혼자 보기는 아슴찬히 미안하여

    그리운 그리운 이 그리며 본다

    우리가 춥다고 버리고 싶은 세상에

    내가 침뱉고 오줌 내갈긴

    그것도 살얼음 깔려드는 수면 위에

    머언 먼 순은의 눈나라에서나 배웠음직한 몸짓이랑

    카랑카랑 별빛 속에서 익혔음직한 목소리들을 풀어놓는

    본다

    물속에 살며 물에 젖지 않는

    얼음과 더불어 살며 얼지 않는 저 어린 날개들이

    건너왔을 바다와 눈보라를 생각하며

    비상을 위해 뼈 속까지 비워둔 고행과

    한 점 기름기마저 깃털로 바꾼 새들의 가난을 생각하는데

    물가의 진창에도 푹푹 빠지는

    나는 얼마나 무거운 것이냐

    내 관절통은 또 얼마나 호사스러운 것이냐

    그리운 이여,

    네 가슴에 못 박혀 삭고 싶은 속된 내 그리움은 또 얼마나 얕은 것이냐

    새 한 무리는 또

    초승달에 결승문자 몇 개 그리며 가뭇없는

    더 먼 길 떠난다 이 밤사

    나는 옷을 더 벗어야겠구나

    저 운암의 겨울새들의 행로를 보아버린 죄로

    이 밤으로 돌아가

    더 추워야겠다 나는

    더 가난해져야겠다







    5.jpg

    박선희스친다는 것

     

     

     

    새로 사 온 시집을 넘기다가

    종잇날에 손가락을 베었다

    살짝 스친 것도 상처가 되어

    물기가 스밀 때마다 쓰리고 아프다

     

    가끔은

    저 종잇날 같이 얇은 생에도

    마음 베이는 날

    그 하루온통 붉은 빗물이 흐른다

     

    종잇날이 스치고 지나간 흔적처럼

    나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은

    모두 상처다

    나와의 만남도 상처며

    나와의 헤어짐도 상처다

     

    무딘 날에 손 베인 적 있던가

    무덤덤함에 마음 다친 적 있던가

     

    얇은 것은 상처를 품는다

    스친다는 것은 상처를 심는 거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20/04/20 10:10:34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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