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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89772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265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0/04/06 08:32:07
    http://todayhumor.com/?lovestory_89772 모바일
    [BGM] 꽃의 말을 공중에 옮겨 적는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1gqQHdW7q5s






    1.jpg

    문정희첫 눈

     

     

    밤새 그림을 그렸다

    흰 새들을 그렸다

    그 중에 제일 그리운 새

    한 마리 오려 보냈다

    아침 창을 여니

    만 마리의 흰 답장이

    날고 있구나







    2.jpg

    이병률인기척

     

     

     

    한 오만 년쯤 걸어왔다며

    내 앞에 우뚝 선 사람이 있다면 어쩔테냐

     

    그 사람 내 사람이 되어

    한 만 년쯤 살자고 조른다면 어쩔테냐

     

    후닥닥 짐 싸들고

    큰 산 밑으로 가 아웅다웅 살 테냐

    소리소문 없이 만난 빈 손의 인연으로

    실개천 가에 뿌연 쌀뜨물 흘리며

    남 몰라라 살테냐

     

    그렇게 살다

    그 사람이 걸어왔다는 오만 년이

    오만 년 세월을 지켜온

    지구의 나무와무덤과이파리와별과

    짐승의 꼬리로도

    다 가릴 수 없는 넓이와 기럭지라면

     

    그때 문득

    죄지은 생각으로

    오만 년을 거슬러

    혼자 걸어갈 수 있겠느냐

     

    아침에 눈뜨자마자오만 개의 밥상을 차려

    오만 년을 노래 부르고

    산 하나를 파내어

    오만 개의 돌로 집을 짓자 애교 부리면

    오만 년을 다 헤아려 빚을 갚겠느냐

     

    미치지 않고는 배겨날 수 없는 봄날

    마알간 얼굴을 들이밀면서

    그늘지게그늘지게 사랑하며 살자고

    슬쩍슬쩍 건드려온다면 어쩔 테냐

     

    지친 오만 년 끝에 몸 풀어헤친

    그 사람 인기척이 코앞인데

    살겠느냐

    말겠느냐







    3.jpg

    전동진나무꽃을 앞세우고

     

     

     

    꽃나무꽃은 나무를 앞서 있다

    있다는 것만으로 전체가 되고

    자체로도 화두(花頭)

     

    오직 꽃나무는 말

    꼬리 늘어뜨린 나무 푸른 그림자

     

    꽃은 시들고 그림자만 서 있다

    꽃은 씨가 되고 그림자 혼자 서서 푸르다

    꽃은 시가 되고 곧게 늙은 그림자는

    꽃의 말을 공중에 옮겨 적는다

     

    하늘 높은 날

    코스모스 떠난 코스모스가 바람을 탄다

    무심필(無心筆)이다







    4.jpg

    황학주우물터 돌

     

     

     

    영원을 지나온 듯이

    하늘을 봤다는 듯이

     

    운다는 것도

    웃는다는 것도 맞다

     

    빨랫방망이로 두드려놓은

    맑은 물이 놓였다

     

    눈으로 어루만지며

    나는 어루만지며

     

    검은 치아 흰 치아를 차례로

    올려놓는다

     

    물소리

    두드리는 돌에서 난다

     

    돌에서

    물소리 난다







    5.jpg

    진수미열리지 않는 달의 노래

     

     

     

    달은 잘 열리지 않는다

    그게 그의 속성이다

    '속성'이라는 낱말은 핀셋으로 집어낸다

    ''이 따라온다

     

    낱말의 사닥다리

    우리는 그걸 타고 오르지

    불규칙한 사다리 우린 동시에 발을 헛딛는다

    낱낱으로 흩어졌다뭉쳤다구르는 재미

    모든 결속에는 깨는 구석이 있다

    킥킥 웃어대는 유리창의 실금처럼

    먼 우주의 광원우리들은 퍼져나간다

     

    허공에는 원터치 캔이 빛나고

    엄마는 자장가 끝에 이야기를 얹어주신다

    말 안 듣는 아이는

    수염 난 망태기 아저씨가 업어간단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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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4/06 09:56:14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2] 2020/04/09 13:49:32  182.211.***.125  그랭구아르  12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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