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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89754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442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0/04/03 08:00:15
    http://todayhumor.com/?lovestory_89754 모바일
    [BGM]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말아요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B6lNth966A






    2.jpg

    메리 엘리자베스 프라이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말아요

    (Mary Elizabeth Frye,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말아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잠들어 있지 않아요

    나는 천 갈래 바람이 되어 불고

    눈송이 되어 보석처럼 반짝이고

    햇빛이 되어 익어가는 곡식 위를 비추고

    잔잔한 가을비 되어 내리고 있어요

    당신이 아침의 고요 속에서 깨어날 때

    원을 그리다 비상하는 조용한 새의

    날개 속에도 내가 있고

    밤하늘에 빛나는 포근한 별들 중에도 내가 있어요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말아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죽은 게 아니랍니다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

    I am not there. I do not sleep

    I am a thousand winds that blow

    I am the diamond glints on snow

    I am the sunlight on ripened grain

    I am the gentle autumn rain

    When you awaken in the morning’s hush

    I am the swift uplifting rush

    Of quiet birds in circled flight

    I am the soft stars that shine at night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cry

    I am not there. I did not die







    1.jpg

    송재학극채색 볏

     

     

     

    볏을 육체로 보지 마라

    좁아터진 뇌수에 담지 못할 정신이 극채색과 맞물려

    톱니바퀴 모양으로 바깥에 맺힌 것

    계관이란 떨림에 매달린 종()이다

    나가고 싶지 않은 감옥이다

    극지에서 억지로 끄집어내는 낙타의 혹처럼숨표처럼

    볏이 더 붉어지면 이윽고 가뭄이다







    3.jpg

    최진화나무의 시간

     

     

     

    어디서 베인 상처인지

    아물기 위한 시간이 어둠처럼 깊다

    오래 들여다보니

    피 묻은 날개들이 살 속에 박혀 있다

     

    푸른 그늘 아래 사람들이 모여들 때

    밝은 햇살이 설탕처럼 달콤할 때

    나무는 베인 줄도 모르고

    여름겨울을 지나가는 새떼들을 바라보았다

    지난 계절에 오지 않았던 비가 오고

    골짜기 사이로 용암이 흘러내리듯 날개들이 떠내려갔다

    내 수액과 이끼와 숨을 먹고 자란

    가늘고 둥글고 보드랍고 딱딱한 그것들이 사라져갔다

     

    가지를 잃어 가며

    나무는 더욱 단단해지는 뿌리로

    흙바닥을 뚫고

    먼 하늘이 우는 소리를 오래오래 바라보았다







    4.jpg

    이화은일기예보

     

     

     

    보도블럭 한 페이지에

    지렁이 한 마리 온 몸을 밀어 무언가 쓰고 있다

    철자법이 맞지 않아도

    똑똑한 사람들 모두 비라고 읽는다

    한 획만으로도 충분히

    천기를 누설하고 있다

    내일은 꿈틀꿈틀 비 오시는 날

    비라고 써도 사랑이라고 읽는 사람에게

    긴 긴 연애편지나 써야겠다







    5.jpg

    장석주축구

     

     

     

    어린 시절 공을 차며 내가

    중력의 세계에 속해 있다는 걸 알았다

    내가 알아야 할 도덕과 의무가

    정강이뼈와 대퇴골에 속해 있다는 것을

    변동과 불연속을 지배하려는

    발의 역사가 그렇게 길다는 것을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초록 잔디 위로 둥근 달이 내려온다

    달의 항로를 좇는 추적자들은

    고양이처럼 예민한 신경으로 그 우연의 궤적을

    좇고숨어서 노려본다

    항상 중요한 순간을 쥔 것은

    우연의 신()이다기회들은

    예기치 않은 방향에서 왔다가

    이내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

    굼뜬 동작으로 허둥대다가는 헛발질한다

    헛발질수태가 없는 상상임신

    내 발은 공중으로 뜨고

    공은 떼구르르르 굴러간다

     

    마침내 종료 휘슬이 길게 울린다

    우연을 필연으로 만드는 연금술사들은

    스물두 개의 그림자를

    잔디밭 위에 남긴 채 걸어 나온다

    누가 승리를 말하는가

    이것은 살육과 잔혹 행위가 없는 전쟁

    땀방울과 질주우연들의 날뜀

    궁극의 평화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20/04/03 08:58:12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2] 2020/04/03 09:17:34  117.111.***.35  홍봄춘  568891
    [3] 2020/04/04 23:07:57  175.123.***.79  renovatiost  277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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