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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89237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252
    IP : 211.63.***.200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20/01/23 09:59:00
    http://todayhumor.com/?lovestory_89237 모바일
    [BGM] 배후는 늘 허공이었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mBwbjmCvmGc






    1.jpg

    박승류햇살검객

     

     

     

    햇살은 가끔 날이 설 때가 있다

    날을 세워 다가올 때가 있다

    칼날처럼 날이 선 햇살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리고 어쩌다깊숙이 베일 때가 있다

    칼날은 계절마다 다른 검법으로 다가온다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폭염검법에

    차갑게 부서지는 혹한 검법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춘추검법까지도

    모두 경험을 해 봤다

    칼날에는 칼잡이의 혼이 들어 있어어떨 때는

    한번 휘두른 칼날에 가슴을 철렁 베일 때가 있다

    또 어떨 때는 마음이 동강날 때도 있다

    모르는 사이 눈동자를 쓱싹 베일 때도 있다

    우멍한 눈을 파고드는 우수(憂愁)검법은

    춘추검법의 한 지류이지만

    오랜 기간 숙련되어 으뜸이라 할 만하다

    그래서 나는 우수검법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불혹을 지나 지천명으로 가는 길에

    아차또 만나고 만 햇살검객

    피할 방법을 찾지 못 했다 오늘도 나는

    눈이 베였다

    말간 피로 눈동자를 씻었다

    배후는 늘 허공이었다







    2.jpg

    최문자위험한 식사

     

     

     

    무서운 일이다

    50년 이상 매일 매끼니

    저 불량한 밥을 위하여

    세상에다끝도 모서리도 없는 둥근 밥상 하나 차리는 노동

    거품 물듯 흰 밥알 한 입 물을 때마다

    이빨과 이빨 사이에서 와와흩어지던 으깨진 희망

    산다는 건

    세상이 나를 질겅질겅 밟고 지나가는

    말발굽 같은 식사

    산다는 건

    아주 벙어리인 나로 깔릴 때까지

    밥상 하나 차리며밥상이 나를 차리며

    서로 반질반질하게 길들이는 노동

     

    무서운 일이다

    50년 넘게 이렇게 매일 매끼니 밥을 이기며

    아슬아슬하게 밥을 먹어치우는 위험한 식사

    저 불량한 칼 같은 밥을 먹기 위하여

    꼭두새벽

    나는 숟가락 하나 들고 나선다







    3.jpg

    이하석분홍강

     

     

     

    내 쓸쓸한 날 분홍강가에 나가

    울었지요내 눈물 쪽으로 오는 눈물이

    있으리라 믿으면서

    사월푸른 풀 돋아나는 강가에

    고기떼 햇빛 속에 모일 때

    나는 불렀지요사라진 모든 뒷모습들의

    이름들을

     

    당신은 따뜻했지요

    한 때 우리는 함께 이곳에 있었고

    분홍강가에 서나 앉으나 누워있을 때나

    웃음은 웃음과 만나거나

    눈물은 눈물끼리 모였었지요

     

    지금은 바람 불고 찬 서리 내리는데

    분홍강 먼 곳을 떨어져 흐르고

    내 창 가에서 떨며 회색으로 저물 때

    우리들 모든 모닥불과 하나님들은

    다 어디 갔나요

    천의 강물 소리 일깨워

    분홍강 그 위에 겹쳐 흐르던







    4.jpg

    문태준누가 울고 간다

     

     

     

    밤새 잘그랑거리다

    눈이 그쳤다

    나는 외따롭고

    생각은 머츰하다

    넝쿨에

    작은 새

    가슴이 붉은 새

    와서 운다

    와서 울고 간다

    이름도 못불러 본 사이

    울고

    갈 것은 무엇인가

    울음은

    빛처럼

    문풍지로 들어온

    겨울빛처럼

    여리고 여려

    누가

    내 귀에서

    그 소릴 꺼내 펴나

    저렇게

    울고

    떠난 사람이 있었다

    가슴속으로

    붉게

    번지고 스며

    이제는

    누구도 끄집어 낼 수 없는







    5.jpg

    이성선생명

     

     

     

    바닷가에서 작은 조가비로

    바닷물을 뜨는 아이처럼

    나는 작은 심장에 매일

    하늘을 퍼 뜬다

     

    바다아이가 조가비에

    바다의 깊은 물을

    다 담을 수 없는 것처럼

    나의 허파도 하늘을 다 담지 못한다

     

    그러나 조개껍질에 담긴 한 방울의 물이

    실은 바다 전체이듯

    가슴 속에 담긴 하늘 또한

    우주전체이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20/01/23 10:33:58  110.70.***.72  낭만아자씨  788829
    [2] 2020/01/23 21:53:49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3] 2020/01/27 23:31:54  175.123.***.79  renovatiost  277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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