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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89132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225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0/01/07 19:05:43
    http://todayhumor.com/?lovestory_89132 모바일
    [BGM] 또 서럽게 떠나보낸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lG5mSHM1iBI






    1.jpg

    김용락무꽃

     

     

     

    봄날에

    녹평 사무실에서 건너다 뵈는

    뒷산비알의 노란 무꽃을 보면서

    세상일에 너무 쉽게 화낸 자신을 뉘우친다

    지켜보는 이 없이도

    꽃들은 저리도 타오르는데

    채마밭 같은 고향에서 튕겨 나와

    도시 외곽을 전전하면서

    누군가를 섣불리 사랑하고

    또 성급히 아파한 마음의 골짜기엔

    산새 소리가 남아 있다







    2.jpg

    김명자찔레꽃

     

     

     

    언니야

    찔레꽃 피었다

     

    나물 캐던 밭 언덕

    첫사랑 꼴머슴과 소원 빌던 당집 앞

    눈찌 곱던 그 얼굴 희미해지는데

    꽃은 어쩌자고 저리 곱게 피는지

     

    언니야

    저 눈물 꽃 피우려고

    열일곱 봄밤에 그토록 울었나

    차마 깨치지 못해 품고 간 첫사랑도

    입고 간 삼베 적삼도

    이제는 다 삭아졌겠지

     

    언니야

    찔레꽃 피었다







    3.jpg

    김영미비눗방울

     

     

     

    나는 지금 막 독립한 바람

    나의 방엔 모서리가 없다

    투명한 벽지를 따라

    바람이 바람을 실어 나르는 바깥의 시간

    디딜 수 없는 아름다움을 건너

    어느 눈동자에서 나는 가장 아프게 터질 것인가







    4.jpg

    박소란다음에

     

     

     

    그러니까 나는

    다음이라는 말과 연애하였지

    다음에라고 당신이 말할 때 바로 그 다음이

    나를 먹이고 달랬지 택시를 타고 가다 잠시 만난 세상의 저녁

    길가 백반집에선 청국장 끓는 냄새가 감노랗게 번져나와 찬 목구멍을 적시고

    다음에는 우리 저 집에 들어 함께 밥을 먹자고

    함께 밥을 먹고 엉금엉금 푸성귀 돋아나는 들길을 걸어보자고 다음에는 꼭

    당신이 말할 때 갓 지은 밥에 청국장 듬쑥한 한술 무연히 다가와

    낮고 낮은 밥상을 차렸지 문 앞에 엉거주춤 선 나를 끌어다 앉혔지

    당신은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바삐 멀어지는데

    나는 그 자리 그대로 앉아 밥을 뜨고 국을 푸느라

    길을 헤매곤 하였지 그럴 때마다 늘 다음이 와서

    나를 데리고 갔지 당신보다 먼저 다음이

    기약을 모르는 우리의 다음이

    자꾸만 당신에게로 나를 데리고 갔지







    5.jpg

    나태주손님처럼

     

     

     

    봄은 서럽지도 않게 왔다가

    서럽지도 않게 간다

     

    잔칫집에 왔다가

    밥 한 그릇 얻어먹고

    슬그머니 사라지는 손님처럼

    떠나는 봄

     

    봄을 아는 사람만 서럽게

    봄을 맞이하고

    또 서럽게 떠나보낸다

     

    너와 나의 사랑도

    그렇지 아니하랴

    사랑아 너 갈 때 부디

    울지 말고 가거라

     

    손님처럼 왔으니 그저

    손님처럼 떠나가거라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20/01/07 20:06:58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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