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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89126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215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0/01/06 19:02:47
    http://todayhumor.com/?lovestory_89126 모바일
    [BGM] 어느새 많이 닮아 있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1.jpg

    나태주좋은 날

     

     

     

    하고 싶은 일을 하니 좋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으니

    더욱 좋다







    2.jpg

    한세정물고기의 노래

     

     

     

    지금 내 몸을 흔드는 것이

    네가 지나간 여정이라면

    나는 기꺼이 이곳에서 길을 잃을 텐데

    눈빛으로만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불러 줄 텐데

    수초처럼 긴 머리칼을 풀어헤치고

    후렴구처럼 오래오래

    네 귀를 쓰다듬어 줄 텐데

     

    물살을 끌어안으며

    투명한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물고기의 노래를 듣는다







    3.jpg

    길상호오동나무 안에 잠들다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 있으면

    낮 동안 바람에 흔들리던 오동나무

    잎들이 하나씩 지붕 덮는 소리

    그 소리의 파장에 밀려

    나는 서서히 오동나무 안으로 들어선다

    평생 깊은 우물을 끌어다

    제 속에 허공을 넓히던 나무

    스스로 우물이 되어버린 나무

    이 늦은 가을 새벽에 나는

    그 젖은 꿈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그때부터 잎들은 제 속으로 지며

    물결로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너도 이제 허공을 준비해야지

    굳어 버린 네 마음의 심장부

    파낼 수 있을 만큼 나이테를 그려 봐

    삶의 뜨거운 눈물이 떨어질 때

    잔잔한 파장으로 살아나는 우물

    너를 살게 하는 우물을 파는 거야

    꿈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면

    몇 개의 잎을 발자국으로 남기고

    오동나무 저기 멀리 서 있는 것이다







    4.jpg

    장승리보름

     

     

     

    설익은 감이 옥상 계단 위로 떨어진다

    쿵쿵 누가 누굴 때리는 소리 같다

    자고 있던 강아지들이 벌떡 일어나

    동시에 짖어댄다

    썩은 과즙이 누렇게 변색된 감 주위를

    달무리처럼 에워싸고 있다

    어느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일까 저 달은

    썩는 순간부터 눈부셔지는 달빛을 뭐라고

    부르나요 당신은

    자고 있던 사람도 벌떡 일어나

    컹컹 짖게 만드는

    그 옛날 끝없는 계단으로 떨어진

    오늘 밤 저 달은

    누가 누굴 계속 때리는 소리 같은데







    5.jpg

    조용숙겸상

     

     

     

    수원역 24시간 편의점에서

    좀 이른 저녁을 먹는다

    밥상 위에 차려진 저녁 메뉴는

    컵라면 하나

    나보다 조금 먼저 젓가락을 든

    노숙자 옆에서 컵라면 포장을 뜯는다

    단단히 뭉쳐진 면발을 나무젓가락으로

    휘휘 저어대는 그를 흘깃흘깃 쳐다보며

    내 라면에도 뜨거운 물을 붓는다

    뜨거운 물에 바로 풀어지는 면발 앞에서

    그와 나 사이에 흐르는 냉기를

    손바닥에 전해지는 컵의 온기로 녹여낸다

    세상에 굽실거리기 싫어

    거리에서 혼자 밥 먹는 날이 많았을 그와

    아무 데나 함부로 고개 숙이기 싫어

    세상 살아가는 일이 불편한 내가

    먹으면서 서로 정이 든다는 가족처럼

    어느새 많이 닮아 있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20/01/06 19:26:03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2] 2020/01/09 22:45:46  175.123.***.79  renovatiost  277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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