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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88720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211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9/11/05 08:00:06
    http://todayhumor.com/?lovestory_88720 모바일
    [BGM] 가을을 보았습니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1.jpg

    김주대모르는 척

     

     

     

    차가운 콘크리트 기둥 아래

    청소부가 몰래 들어와 빗자루를 안고 쪽잠을 잔다

    햇살이 침입자를 감싸주고 있었다

     

    가스총을 찬 경비 아저씨가 달려오다가

    멈칫 서더니

    슬그머니 되돌아간다







    2.jpg

    홍해리산책

     

     

     

    산책은 산 책이다

    돈을 주고 산 책이 아니라

    살아있는 책이다

    발이 읽고

    눈으로 듣고

    귀로 봐도 책하지 않는 책

    책이라면 학을 떼는 사람도

    산책을 하며 산 책을 펼친다

    느릿느릿

    사색으로 가는 깊은 길을 따라

    자연경(自然經)을 읽는다

    한 발 한 발







    3.jpg

    강인한입술

     

     

     

    매미 울음소리

    붉고 뜨거운 그물을 짠다

    먼 하늘로 흘러가는 시간의 강물

     

    저 푸른 강에서 첨벙거리며

    물고기들은

    성좌를 입에 물고 여기저기 뛰어오르는데

     

    자꾸만 눈이 감긴다

    내가 엎질러버린 기억의 어디쯤

    흐르다 멈춘 것은

     

    심장에 깊숙이 박힌

    미늘

    그 분홍빛 입술이었다







    4.jpg

    최지하그리움

     

     

     

    노란 비늘을 털어내는

    거리 한 복판에서

    뒹구는 바람을 줍다가

    빈가지 끝에 실려

    혼자서 앓고 있는

    가을을 보았습니다

    보내도 떠나지 못하는

    당신처럼 미련하게







    5.jpg

    김원경물의 진화

     

     

     

    체온을 가둔 빛의 표정이 물위를 돌아다니고

    이것은 세계에 대한 진지한 시술

     

    빈방에 희미하게 들리는

    강물소리를 걷는다

     

    여기에 앉아 있으면

    이미 도착한 물결이 다른 물결을 잡고 있다

     

    나는 곧

    소리에 고인다

     

    소금쟁이가 다리를 떨면서 걸어가는 소리

    네가 아이였을 때 냈던 웃음소리

    물수제비가 건너며 내는 파문의 소리

    사라진 물고기의 숨소리

     

    한 마리 새가 물마시던 강 옆에서

    물의 억양은 창백하다

     

    그것은 주름진 피부였고

    하나였다가 여럿이었다가 다시 하나가 되는

     

    녹초들은 미끄러지고

    금빛 모래는 입을 막고 울고 있다

     

    다만 너에게 이것은 추측이라는 사실

     

    주파수를 돌려보내는 물의 신음소리

    창백한 안료들이 내 얼굴에 고인다

     

    젖은 공간에서

    하나의 몸이었다가 여러 개의 몸이 끓고 있다

     

    가장 멀리서 만난 파장 위로

    가장 나중에 기록되는 울음들이 있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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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1/05 09:29:20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2] 2019/11/05 22:34:48  183.96.***.3  renovatiost  277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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