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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88672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285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9/10/28 09:32:57
    http://todayhumor.com/?lovestory_88672 모바일
    [BGM] 내가 나에게 안부를 묻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SLPqfQCt0Fo






    1.jpg

    김재진마음의 절

     

     

     

    마음이 먼저 가 절을 만난다

    더러는 만남보다 먼저 이별이 오고

    더러는 삶보다 먼저 죽음이 온다

    설령 우리가 다음 생에서 만난다 한들

    만나서 숲이 되거나

    물이 되어 흘러간들 무엇하랴

    절은 꽃 아래 그늘을 길러 어둠을 맞고

    문 열린 대웅전은 빈 배 같아라

    왔어도 머물지 못해 지나가는 바람은

    이맘때 내가 버린 슬픔 같은데

    더러는 기쁨보다 슬픔이 먼저 오고

    더러는 용서보다 상실이 먼저 오니

    무엇 하나 버리지 못한 생은 눈물 같아라






    2.jpg

    곽도경부용

     

     

     

    키 훤칠한 꽃 한 송이

    무너질 듯 아슬아슬한 흙 담장

    안간힘으로 받치고 서 있다

     

    태풍 불고 폭우 쏟아지던 한 계절

    힘없는 것끼리 안아주고 붙잡아 주며

    무탈하게 잘 건너왔다고

    서로 어깨 토닥여 주며 서 있다

     

    몇 해 전

    암으로 남편 먼저 딴 세상 보낸

    내 친구 숙이

    그 키만 멀대같은 가스나

     

    어린 두 딸 부둥켜 안고

    터지는 울음 목젖으로 넘기며

    남몰래 눈물 훔치고 서 있다

    그녀 어깨위에

    호랑나비 한 마리 날아와 앉는다







    3.jpg

    장순익내가 나에게 안부를 묻다

     

     

     

    보내주신 백계동 녹차를

    오늘에야 개봉을 했습니다

    막연히 함께 나눌 사람이 있을 것 같아

    단풍 들고

    낙엽 지고

    겨울이 깊어졌습니다

    밀어둔 신문 한꺼번에 읽다

    손 시린 아침

    찻물 끓여 쟁반에 놓고

    두 개의 잔을 놓으려다 흠칫했습니다

     

    차 한 잔을 따라

    두 손으로 감싸 쥘 때

    뜻밖입니다

    내가 내 손을 잡아준 지

    참 오랜만입니다

     

    덕분에 내게 안부를 묻습니다

    녹차 잎이

    계절을 모르고

    마음 가는 쪽으로 잎 펼쳐갑니다







    4.jpg

    김충규발자국

     

     

     

    비 온 뒤의 질척한 산길에 찍힌

    사람 발자국이 헉헉

    산의 정상 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 발자국 위에 느리게 내 발자국 놓아보다 혹

    이 발자국 저승을 향해 걸어간 이의

    마지막 발자국이 아닌가

    싶어 숨결이 확 격렬해졌다

    순간 휘청쓰러지는 나를

    곁의 나무가 안아주었다

    나는 그 발자국 위에

    내 발자국 더 포개지 않았다

    겹치지 않도록 조심스레 내 발자국을 찍으며

    가끔씩 휙 뒤돌아보았다 혹

    누가 내 발자국 위에

    자신의 발자국 놓으며 오지 않는지

    나를저승 향해 걸어간 자로 착각하지는 않는지

    한번 달아오른 숨결

    쉬이 잔잔해지지 않았다







    5.jpg

    오봉옥()

     

     

     

    어느 날

    피투성이로 누워

    가쁜 숨

    몰아쉬고 있을 때

     

    이름도 모를

    한 천사가

    제 몸을

    헐어주겠다고 사뿐

     

    사뿐

     

    사뿐그 벌건 입속으로

    걸어 들어온 뒤

    다시 하늘로

    총총

    사라져 간 것이다

     

    그 뒤 난

    길에 침을 뱉거나

    무단횡단을 하다가도

    우뚝우뚝

    걸음을 멈추곤 하였는데

     

    그건 순전히

    내 안의 천사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었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9/10/28 10:12:16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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