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무언가 되려고 애썼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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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lovestory_88521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IP : 211.6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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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 2019/10/04 21:26:28

http://todayhumor.com/?lovestory_88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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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무언가 되려고 애썼던 것 같다

<div style="text-align:center;"> 사진 출처 : <a target="_blank" href="https://unsplash.com/" target="_blank" class="tx-link" style="color:#3e464a;border-bottom:1px dashed rgb(132,0,0);">https://unsplash.com/</a> BGM 출처 : <a target="_blank" href="https://youtu.be/9zkJwZ5gG6g" target="_blank" class="tx-link" style="color:#3e464a;border-bottom:1px dashed rgb(132,0,0);">https://youtu.be/9zkJwZ5gG6g</a></div> <div style="text-align:center;"> </div> <div style="text-align:center;"> </div> <div style="text-align:center;"><embed src="//www.youtube.com/v/9zkJwZ5gG6g?autoplay=1&playlist=9zkJwZ5gG6g&loop=1&showinfo=0&fs=0&rel=0&version=3"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width="300" height="25"> </div> <div style="text-align:center;"> </div> <div style="text-align:center;"> </div> <div style="text-align:center;"> <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910/1570191184e3926583da3744b4b0481c9f512e306f__mn315970__w540__h360__f51665__Ym201910.jpg" width="540" height="360" alt="1.jpg" style="border:none;" filesize="51665"></div> <div style="text-align:center;"> </div> <div style="text-align:center;"> 최해돈, 부동의 생(生) 책상 위에 스테인레스 컵이 하나 있다 자세히 보니 컵속의 물은 세상의 고요가 잠깐 쉬고 있는 사이 간간이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으나 저 컵은 조금의 미동도 허락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그의 생은 부동 그 자체라는 짧은 생각이 나를 온통 지배하고 있었으리라 자신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으며 오직 한 자리에서 온몸으로 물을 감싸며 서 있는 저 여유 저 자태 저 자연스러움이 책상 위, 또 하나의 풍경을 연출하나니 오묘하여라, 풍경이여 세상의 삶이란 때론 책상 위의 움직이지 않는 저 컵처럼 고상한 생도 있음이니 나는 오늘 저 컵의 한 움큼 생에 대하여 다시 한 번 경배하게 되느니 </div> <div style="text-align:center;"> </div> <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910/1570191184a5a456462ad14025b226410fff25ec2c__mn315970__w540__h360__f47926__Ym201910.jpg" width="540" height="360" alt="2.jpg" style="border:none;" filesize="47926"></div> <div style="text-align:center;"> </div> <div style="text-align:center;"> 윤후명, 용담꽃 용담꽃 피기 시작하니 가을이 깊어가는데 남색 저고리 입고 남색 추억을 저미고 가을이 아파오는데 용의 쓸개처럼 쓰다는 그 뿌리를 혀로 녹이며 마치 마지막 밤을 밝히듯이 삶의 쓴물로 새로 태어난 배냇등불을 켜네 </div> <div style="text-align:center;"> </div> <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910/15701911851fec67ed9168450c847772aaf5809a32__mn315970__w540__h360__f13971__Ym201910.jpg" width="540" height="360" alt="3.jpg" style="border:none;" filesize="13971"></div> <div style="text-align:center;"> </div> <div style="text-align:center;"> 이승하, 하늘에 빗금 긋다 아버지마저 화장터에서 하얀 가루가 된 날 바라본 하늘은 참 푸르다 하늘의 흰 빗금 이쪽과 저쪽 내 부모와 함께 했던 지난 50년 밭일 도와드리다 일손 잠시 놓고 제트기가 날아간 흔적 하늘의 한 줄기 빗금을 함께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었지 내 어머니 내 아버지 다 안 계시니 하늘 아래 나는 이제 두 분의 승하가 아니다 슬하가 아니다 내 자식이 고아가 될 어느 날 그날의 하늘은 또 얼마나 푸르고 깊을까 하늘엔 또 하나 생사의 빗금이 길게 그일 테고 </div> <div style="text-align:center;"> </div> <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910/15701911850bbbf16408ea4a8ea4081ef22abda698__mn315970__w540__h360__f43431__Ym201910.jpg" width="540" height="360" alt="4.jpg" style="border:none;" filesize="43431"></div> <div style="text-align:center;"> </div> <div style="text-align:center;"> 윤지영, 장래 희망 나는 나 말고 무엇인가 되어야 한다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말했다 나로서는 충분하지 않고 다른 무언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제까지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구나 문 잠긴 초록 대문 앞에 앉아 길고 아득한 골목 끝을 바라보다 혼자 깨달았다 나는 나인데 나 말고 무엇이 왜 되어야 하는 걸까 세상에는 없는 게 없고 세상에 없는 건 나뿐인데 나는 나 말고 무엇이 되어야 하는 걸까 내가 나 말고 무엇인가 되어야 한다면 나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그날 오후 그 봄의 마지막 꽃들이 한꺼번에 지고 있었다 도둑고양이 한 마리가 담장 위에 웅크리고 앉아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노을이 골목에 밀려들 때까지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때 내가 무엇이 되겠다고 결심했었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때부터 나는 나 말고 무언가 되려고 애썼던 것 같다 그때부터 나는 더 이상 나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닌 게 되어갔다 </div> <div style="text-align:center;"> </div> <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910/1570191185a6e10886d7434fc1b21ef64f0465dc3a__mn315970__w540__h360__f39834__Ym201910.jpg" width="540" height="360" alt="5.jpg" style="border:none;" filesize="39834"></div> </div> <div style="text-align:center;"> 오명선, 나무들의 기억파일 나무가 제 몸에 제 깊이만큼 시간을 새길 수 있는 것은 속살을 단단히 감싸 쥔 수피(樹皮) 때문이다 느슨한 가지를 탱탱하게 잡아당기는 햇살 순간, 뼈마디를 눌러주는 것들은 발밑에 있다 잎들의 향기를 받아낸 허공은 수만 번의 기록 위에 다시 계절을 쓴다 모두가 제 몸의 기억 바람의 중심에 서서 제 깊이만큼 그늘을 짠다 사후에야 볼 수 있는 저 비밀파일 한번도 누구의 중심이 된 적 없어 나이테를 그리다 만 미완의 압축파일 바람이 채워야 할 빈 서랍 같은 나날을 나는 서둘러 열어보고 싶은 것이다 </div> <div style="text-align:center;"> </div>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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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9/10/05 09:29:46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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