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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88469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330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9/09/25 23:14:53
    http://todayhumor.com/?lovestory_88469 모바일
    [BGM] 넌 나처럼 살지 마라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znBvpo9-2AE






    1.jpg

    황학주저녁의 연인들

     

     

     

    침대처럼 사실은 마음이란 너무 작아서

    뒤척이기만 하지 여태도 제 마음 한 번 멀리 벗어나지 못했으니

    나만이 당신에게 다녀오곤 하던 밤이 가장 컸습니다

    이제 찾아오는 모든 저녁의 애인들이

    인적 드문 길을 한동안 잡아들 수 있도록

    당신이 나를 수습할 수 있도록

    올리브나무 세 그루만 마당에 심었으면

    진흙탕을 걷어내고

    진흙탕의 뒤를 따라오는 웅덩이를 걷어낼 때까지

    사랑은 발을 벗어 단풍물 들이며 걷는 것이었습니다

    사랑이 아니라면 어디 사는지 나를 찾지도 않았을

    매 순간 당신이 있었던 옹이 박인 허리 근처가 아득합니다

    내가 가고

    나는 없지만 당신이 나와 다른 이유로 울더라도

    나를 배경으로 저물다보면

    역 광장 국수 만 불빛에 서서 먹은 추운 세월들이

    쏘옥 빠진 올리브나무로

    쓸어둔 마당가에 꽂혀 있기도 할 것 같습니다

    당신이 올리브나무로 내 생에 들어주었으니

    제 운동도 시작하고 오래 살기만 하면







    2.jpg

    마종기기적

     

     

     

    추운 밤 참아낸 여명을 지켜보다

    새벽이 천천히 문 여는 소리 들으면

    하루의 모든 시작은 기적이로구나

     

    지난날 나를 지켜준 마지막 별자리

    환해오는 하늘 향해 먼 길 떠날 때

    누구는 하고 싶었던 말 다하고 가리

    또 보세그래이런 거야잠시 만나고

     

    길든 개울물 소리 흐려지는 방향에서

    안개의 혼들이 기지개 켜며 깨어나고

    작고 여린 무지개 몇 개씩 골라

    이 아침의 두 손을 씻어주고 있다







    3.jpg

    문인수동강의 높은 새

     

     

     

    동강 높이 새 한 마리 떴다

    마음에 뚫린 구멍꼭 그만하다

    산의 뿌리가 다 만져진다

    단 일획 깊이 여러 굽이 새파랗게

    일자무식의 백 리 긴 편지를 쓴다






    4.jpg

    김달진씬냉이꽃

     

     

     

    사람들 모두

    산으로 바다로

    신록(新綠)철 놀이 간다 야단들인데

    나는 혼자 뜰 앞을 거닐다가

    그늘 밑의 조그만 씬냉이꽃 보았다

    이 우주

    여기에

    지금

    씬냉이꽃이 피고

    나비 날은다






    5.jpg

    박노해넌 나처럼 살지 마라

     

     

     

    아버지

    술 한 잔 걸치신 날이면

    넌 나처럼 살지 마라

     

    어머니

    파스 냄새 물씬한 귀갓길에

    넌 나처럼 살지 마라

    이 악물고 공부해라

    좋은 사무실 취직해라

    악착같이 돈 벌어라

    악하지도 못한 당신께서

    악도 남지 않은 휘청이는 몸으로

    넌 나처럼 살지 마라 울먹이는 밤

    내 가슴에 슬픔의 칼이 돋아날 때

    나도 이렇게는 살고 싶지 않아요

    스무 살이 되어서도

    내가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꿈을 찾는 게 꿈이어서 억울하고

    어머니당신의 소망은 이미 죽었어요

    아버지이젠 대학 나와도 내 손으로

    당신이 꿈꾸는 밥을 벌 수도 없어요

    넌 나처럼 살지 마라그래요

    난 절대로 당신처럼 살지는 않을 거예요

    자식이 부모조차 존경할 수 없는 세상을

    제 새끼에게 나처럼 살지 말라고 말하는 세상을

    난 결코 살아남지 않을 거예요

    아버지당신은 나의 하늘이었어요

    당신이 하루아침에 벼랑 끝에서 떠밀려

    어린 내 가슴 바닥에 떨어지던 날

    어머니내가 딛고 선 발밑도 무너져 버렸어요

    그날내 가슴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공포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상처가 새겨지고 말았어요

    세상은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고

    그 어디에도 기댈 곳도 없고

    돈 없으면 죽는구나

    그날 이후 삶이 두려워졌어요

    넌 나처럼 살지 마라

    알아요난 죽어도 당신처럼 살지는 않을 거예요

    제 자식 앞에 스스로 자신을 죽이고

    정직하게 땀 흘려온 삶을 내팽개쳐야 하는

    이런 세상을 살지 않을 거예요

    나는 차라리 죽어 버리거나 죽여 버리겠어요

    돈에 미친 세상을돈이면 다인 세상을

    아버지어머니

    돈이 없어도 당신은 여전히 나의 하늘입니다

    당신이 잘못 산 게 아니잖아요

    못 배웠어도힘이 없어도

    당신은 영원히 나의 하늘입니다

    어머니아버지

    다시 한 번 예전처럼 말해주세요

    나는 없이 살아도 그렇게 살지 않았다고

    나는 대학 안 나와도 그런 짓 하지 않았다고

    어떤 경우에도 아닌 건 아니다

    가슴 펴고 살아가라고

    다시 한 번 예전처럼 말해주세요

    누가 뭐라 해도 너답게 살아가라고

    너를 망치는 것들과 당당하게 싸워가라고

    너는 엄마처럼 아빠처럼 부끄럽지 않게 살으라고

    다시 한 번 하늘처럼 말해주세요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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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9/26 08:22:20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2] 2019/09/29 07:48:38  1.241.***.242  볼빵빵고양이  581201
    [3] 2019/10/06 03:02:36  183.96.***.3  renovatiost  277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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