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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87811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6
    조회수 : 376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9/06/18 07:50:57
    http://todayhumor.com/?lovestory_87811 모바일
    [BGM] 살아서 몇 번의 윤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sk7v3YvIxfc






    1.jpg

    이인철물안개

     

     

     

    강도 한 몸으로 평생 사는 것이 힘든가보다

     

    겨드랑이에 날개 돋아

    하늘을 날고 싶듯강물도

    잠시

    피어나서꽃이 되는 것을 해보는 것이다

     

    이승에서도 몇 번의 윤회로 살았으면 좋겠다

    강과 몸을 바꿔

    내 굽이진 마음을 촉촉이 적셔서

    흘러 보내고 싶다

    젊어서는 노인의 사랑으로

    늙어서는 청년의 그리움으로 바꿔 살아봤으면 좋겠다

    강은 산을 거슬러 올라가 산정호수를 만들고

    나는 신이 되어

    모든 기도를 하루 쯤 들어주고 싶다

     

    살아서 몇 번의 윤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잠시

    내가 그대가 되고

    그대가 내가 되어 살아보고 싶다

    끊김 없이

    물안개 같이 피었다가

    다시 흘러가는







    2.jpg

    신미균납작한 공간

     

     

     

    아주 두꺼운 책 밑에

    바퀴벌레 한 마리 깔렸다

     

    얼마나 버둥거리는지

    책이 조금씩 들썩들썩한다

     

    한참 동안 버둥거리다가 잠잠하더니

    또 한참을 버둥거린다

     

    버둥거린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표시

     

    죽기 살기로 버둥대다보면

    가끔은지긋지긋하게 짓누르는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도 있는가 보다

     

    두꺼운 책 밑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바퀴벌레

    진저리치며 사라진다







    3.jpg

    황학주지상

     

     

     

    여기는 이상하다 이상하게

    한 사람씩 온다

    다시 올 일 있을까 싶다

    나란히 신발 벗을 때는

    모르지만

    이상하다 이상하게

    한 사람씩 나간다

    모텔 같다

    여기는 물감냄새가 난다는 게 문제지

    사랑만 필요했던

    연인들이

    믿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

    시간의 종업원이 똑똑똑 노크를 하거나

    전화벨을 울려주기까지 하는 곳

    슬픈 것은 사랑을 보는 모텔 주인의 생각이며

    거기서 나온 인테리어 솜씨일 뿐

    이상하고 또 이상해도

    여기서 서화를 그릴 수밖에 없다

    어느 날 나는 가고

    당신은 오는 것을 잊는다 해도







    4.jpg

    김영철장터

     

     

     

    비 내리는 날이면 번갈아 찾아드는

    빈대떡

    도토리묵

    산나물

    산 오징어

     

    우리 집 사랑방에는

    사람 냄새 그득하다

     

    자네 요즘 어떤가

    내 술 한 잔 받게나

     

    사는 게 다 그렇지

    자네도 한잔하게

     

    축축한 사는 이야기

    가슴마다 수북하다







    5.jpg

    양균원종소리

     

     

     

    그친 비가 다시 오지 않는다

    산사의 망중한은 여기까지

    처마 밑 나서려는데

    들리나요수국 꽃잎에 잠기는 저녁 어스름

    갈참나무 떠난 깃털 족속의 날갯짓

    배후나 언저리에서

    아주 사소하게 일어나는 파동

    들리나요종이 없는데 종소리를 내는 것

    젖고 싶은 마음에 물이 빠지면

    소란했던 빗소리 뒤로 정적이 따라오면

    잠깐 살아나는 것

    들리나요바람에 부대끼는 내가

    훌쩍 날아가도 털썩 내려앉아도

    여전히 남은 잎으로 떨고 있는 떡갈나무

    숭숭 뚫린 수천 벌레 구멍에서

    빗소리 그치자 으스스 떨고 있는

    금간 종소리

    들리나요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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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6/18 19:25:14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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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9/06/20 11:16:45  112.175.***.218  drakepark  283713
    [4] 2019/06/21 01:05:02  125.179.***.144  국구구구국  14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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